지난 1월말, 과거 맹학교 기숙사생활을 같이했던 후배와 삼각지에 있는 굴국밥집에서 식사를 했다. 그 후 2월초에 우연한 기회로 혼자 다시 그 굴국밥집을 찾게 됐다. 저녁이라 사람도 제법 많았다. 나는 굴국밥 한 그릇을 시키고 맛있게 식사를 했다. 신용카드로 금액을 지불한 후, 지하철을 탔다. 물론 영수증도 받지 않았다.
공덕역에 내려 우연히 문자를 확인해보니 9천원으로 결제돼야할 것이 2만 7천원으로 결제돼 있었다. 국밥 세 그릇의 가격이었다. 나는 불편한 몸으로 다시 식당을 찾아야만 했다. 식당에서는 실수라고 하며 너무나 자연스럽게 취소전표와 함께 다시 9천원을 결제했다. 나는 몹시 짜증이 났다. 공덕역을 갔다가 다시 삼각지역으로 돌아와 결제를 바로잡아야했기에 그랬고, 가게주인 역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었으니 더욱 짜증이 난 것이다.
당시 결제된 카드 사용 내역들. ©조현대
예전에는 신용카드 회사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신용카드를 만들어주는 걸 꺼려했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이 실제로 만원을 썼는데, 누군가가 일부러 10만원을 결제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우려였다. 그때만 해도 따로 문자서비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활동보조도 없었다. 옆에 지인이 없다면 카드 내용을 확인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신용카드를 결제하면 그때그때 문자가 날아오기에 시각장애인도 충분히 결제를 확인할 수 있다. 일차적으로 식당 주인은 신경을 써서 정확하게 결제를 해야 한다. 맹학교 근처라 시각장애인 교사와 학생들도 많이 방문할 텐데, 그렇다면 좀 더 꼼꼼하게 계산을 했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나의 불찰도 없지 않다. 그 자리에서 문자를 확인했더라면 공덕역에서 돌아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속이 많이 상했지만, 딱히 어떻게 할 방법은 없었다.
신용카드를 쓰는 시각장애인이라면 나와 비슷한 일을 한두 번 겪었다고 한다. 물론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이 글을 읽는 시각장애인 독자 여러분도 신용카드를 결제했을 때는 반드시 그 자리에서 확인하는 것이 번거로운 수고를 덜 수 있을 것 같다. 가게 주인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다. 시각장애인이 온다면, 계산을 할 때나 안내를 할 때 좀 더 세밀하게 신경써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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