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숙·재생원사건피해생존자모임 등 9개 단체는 14일 오후 2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용 감금 복지시설에 대한 직권조사를 촉구했다.©에이블뉴스
“폭행과 학대로 시설에서 탈출한 뒤에도 지금까지 저는 공포와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을 것입니다. 국가는 피해자가 나서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조사해 피해자를 찾고 구제해주길 바랍니다.”
영화숙·재생원사건피해생존자모임(이하 피해생존자모임) 등 9개 단체는 14일 오후 2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용 감금 복지시설에 대한 직권조사를 촉구했다.
피해생존자모임에 따르면 과거 형제복지원 사건과 같이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목적으로 장애인 등을 강제로 감금하고 노역시킨 인권유린 사건들이 있었다.
대표적 시설인 형제복지원에서는 3000여명가량이 수용됐으며 구타 등으로 인한 사망자만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7년 당시 기준 공식 집계된 부랑인 수용시설은 36개에 달한다.
이러한 국가폭력의 피해생존자와 유족의 열망으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제정됐고, 2020년 12월 10일 진실·화해위원회가 재출범한 바 있다.
수용 감금 복지시설에서 학대와 폭행으로 사망한 피해자들을 위해 묵념하는 피해생존자와 활동가들.©에이블뉴스
하지만 개별 구제 신청은 2022년 12월 9일 자로 마감됐고, 현재까지 형제복지원과 선감학원 사건 등은 피해생존자 단체의 활발한 활동으로 개별 구제 신청이 다른 사건에 비해 신청됐으나, 전국적으로 존재했던 많은 시설의 경우 당사자의 사망과 실종, 계속된 시설 수용 등으로 피해자의 직접 진실규명 신청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집단수용시설연구회 김재형 교수는 “집단수용시설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집단수용시설연구회로서 연구를 통해 이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진행되지 않았다.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지역의 여러 시설을 조사해 본 결과 형제복지원과 같은 인권침해가 있음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권침해 사건에서 피해자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또한 생존피해자들이 개별구제신청을 늦게 알았거나 여전히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어 개별구제신청에 대해 몰라 신청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며, “진화위가 선제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 오후 2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홍성정 씨.©에이블뉴스
약 6세에 시설에 잡혀가 10대 후반까지 십여 년을 시설에 감금을 당했다는 피해생존자 홍성정 씨는 자신이 겪은 폭행과 학대에 대해 발언하다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어린 나이에 몇 번이고 시설에서 도망쳤던 그는 도망을 쳐도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시설에 붙잡혀 들어가야 했다. 서울시립아동보호소를 시작으로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등 11개 시설을 거쳤고, 11번째 시설인 서울시립갱생원에서 도망친 뒤에서야 지역사회에 나올 수 있었다.
사회에 나와서도 홍성정 씨는 고통과 두려움 속에 살아야 했다. 현재 폭행에 대한 후유증도 심해 섬유근통을 진단받고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자기도 힘들며, 대인공포증과 폐쇄공포증으로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
홍성정 씨는 “망가질 대로 망가진 나는 이제 60살이 넘었다. 이제라고 국가 차원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면서 “나처럼 아무런 정보를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피해자들이 많을 것이다. 이 사람들을 법이 정해 놓은 접수 날짜가 아닌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피해자를 찾고 고통의 늪에서 구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14일 오후 2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앞에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영화숙·재생원사건피해생존자모임 손석주 대표.©에이블뉴스
피해생존자모임 손석주 대표는 “영화숙·재생원은 부모가 있든 없든 행색이 남루하고 초라하면 무조건 끌려가 감금했던 곳이다. 끌려가는 이유도 모르고 주면 주는 대로 먹고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맞으면서도 이 세상 누구에게도 한마디 하소연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한민국 정부와 부산시는 불법 감금 시설 영화숙·재생원의 많은 의문점들을 철저히 조사해 진실을 규명해 달라. 이제 더 이상 진실을 감추고 외면하지 말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진화위에서는 증거자료가 없다고 하는데 이렇게나 자료들이 많다”며 서류를 양손 가득 들어올렸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지고 온 모든 자료들이 피해자들이 있었다는 증거들이다. 또 폭력이 있었다는 증거들이다”면서 “모든 피해자들이 구제받고, 억울하게 죽어간 아이들이 한을 풀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피해생존자들은 영화숙·재생원 등 수용 감금 복지시설에 대한 진상 규명과 직권조사를 촉구하기 위해 진화위와 면담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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