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 파트 2' 공식 포스터. ⓒ넷플릭스 서비시스 코리아
최근 정신적 장애인들 사이에서 새롭게 주장되는, 이제는 그 현상의 이름이 붙은 것이 바로 ‘트리거’입니다. 특정한 사건이나 존재 등이 생각나거나 알려지게 되면 ‘트리거’의 본뜻대로 방아쇠를 눌러서 총에서 총알이 나오듯이 위험한 사태를 빚게 만든다는 현상입니다.
사실 저는 이번에 트리거가 무려 두 가지나 작동되어서 해당 이슈를 볼 때마다 화가 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 모두 한가지 트리거를 의미합니다. 바로 ‘학교폭력’이라는 이름의 트리거입니다. 학교폭력 피해 이후 처절한 복수극을 주제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의 뒷부분 이야기, 즉 ‘파트 2’가 곧 공개되는 가운데 하필 이 와중에 정순신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지명에 얽힌 문제인 아들의 학교폭력 가해 논란과 이른바 ‘법꾸라지’ 현상에 대한 논쟁이 이것을 당기게 만든 것입니다.
피해자는 결국 공부 잘한다는 학교인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도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것은 기본이고 극단적 선택 시도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등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가해자인 정 아무개는 기어이 서울대학교에 진학하는 등 ‘치졸한’ 행동을 했습니다. 정순신은 자신이 과거 검사였던 점을 이용해 소송 등을 빙자하여 결국 또 다른 가해, 즉 2차 가해를 유발한 장본인입니다. 그런 자는 국가수사본부장은커녕 당장 사법고시 합격을 취소시켜도 이상하지 않은 존재입니다.
그런 자에게는 절대 관용은 없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는 자녀의 학교폭력 등에 대해서도 고위공직자 인사에 대해서 ‘결격사유’로 간주하여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없게끔 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정순신 사태의 결론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된 가운데 교육부도 대학입시에서 학교폭력 이력을 반영한다고 했지만, 사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일단 자주 언급되는 장애학생에 대한 학교폭력 가중 처벌 관련 문제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상태(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이 열린민주당 소속 시절 발의, 2021년)이니 이 문제는 단지 조속히 통과되기를 바랄 뿐이라는 한가지 희망이 있다는 말로 그 기대를 갈음합니다. 이미 국회에 올라간 문제이니 처리만 잘 되면 된다는 것입니다. 저도 잘 몰랐던 이슈였는데, 확인 취재를 해보니 이미 발의된 문제라서 그런 것입니다.
그다음으로 장애학생 대상 학교폭력은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학대 범죄로 자동연결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애학생 대상 학교폭력은 결국 대체로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학대 범죄의 학교 판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장애학생에 대한 학교폭력을 처벌할 때 자동으로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학대 범죄로 자동 연결되어 묶어서 처벌하고, 또한 장애학생 대상 학교폭력은 이러한 자동 처벌 연결 규정을 통해 형사상 유죄 및 전과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일 것 같습니다.
장애인식개선교육은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이 일회성 장애인식개선교육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또한 정규교육과정 내에서도 장애학생과 장애인고용 등 장애 관련 이슈가 자연히 나올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특히 사회 교과와 도덕 교과에서 주요 의제로 다룰 수 있게끔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식을 심겨주고 선택을 유도할 때 좋은 전략이 바로 알다 모르게 인식시키는, 이른바 ‘넛지’ 전략이 가장 좋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넛지’ 전략은 201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지명에서 영향을 끼친 이론이기도 하니 말이 되기도 합니다.
몇몇 진영에서는 학교폭력을 교육적 조치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하지만, 장애학생 대상 학교폭력은 절대로 교육적 조치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자기옹호 역량이 부족한 장애학생에게 학교폭력 문제는 용서·화해 이런 방식이 아닌, 피해자에게는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게끔 하는 회복을, 가해자에게는 엄중한 처벌을 통한 무한 책임이 필요합니다. 그런 가운데 학교폭력 이력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문제도 삭제 기한 연장에 관한 문제가 국회에 발의(국민의힘 조경태 의원 발의)되었습니다. 저는 이 내용에 부분적으로 동의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일정 기한 후 삭제도 이해되지만, 장애학생에 대한 학교폭력 전력에 대해서는 단순한 징계도 영구히 삭제를 불가능하게 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입니다.
자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저는 학교폭력 피해자입니다. 지금도 학교폭력의 트라우마는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가해자와 이름이 같은 유도선수 출신 방송인의 이름자도 보기 싫을 정도입니다. 그 방송인이 방송에 나오면 이름자부터 기분 나쁜지 ‘저 이름부터 불손한 것이!’라는 말이 자동 재생될 될 정도입니다. 그자는 강릉에서 대학을 다녔는데, 강릉 여행의 대표적인 출발지점인 강릉역이나 인기 여행지인 경포대, 정동진, 안목해변과 정반대의 위치에 그 문제의 대학이 있다고 해서 천만다행으로 여길 정도였습니다. 더군다나 제 생활권에 그 대학이 운영하는 병원이 있는데, 그 병원이 가까이에 있음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는 인천지하철 2호선 서구청역을 지날 때는 안내방송은 듣지도 않고 저는 시끄러운 음악이 들리게끔 이어폰을 꽉 끼워놓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자는 그런 이력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지, 기어이 수학교육과를 가서 결국 제게는 또 다른 의미의 2차 가해를 저지른 것이기도 합니다.
‘더 글로리’와 정순신 사건은 결국 제에게도 학교폭력의 악몽을 되살리게 만든 한가지로 꿰인 두 가지 트리거였습니다. 다행히 제가 아는 특수교사들에게 물어보니 요즘은 장애학생 대상 학교폭력이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요즘은 숨어서, 몰래 하는 등 아직 가라앉지 않은 문제인 듯합니다. 저도 중학교 2학년 때 한구석에 몰려져서 집단 구타를 당했던 악몽이 있어서 가해자들이 숨어서, 몰래 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숨어있는 장애학생 대상 학교폭력을 찾아내는, 마치 ‘지뢰찾기’ 게임과 비슷하게 풀어나가야 합니다.
안 그래도 최근 어느 유튜버와 어느 가요 경연 TV 프로그램 출연자가 장애학생 대상 학교폭력에 연루되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장애계도 정순신 사건, ‘더 글로리’ 흥행과 몇몇 인사의 장애학생 대상 학교폭력 전력 공개 논란 등을 계기로 권리예산과 탈시설화 투쟁만큼이나 ‘장애학생 대상 학교폭력 근절’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입니다.
솔직히 이런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이 ‘반동’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반동’이라고 표현합니다. 장애학생 대상 학교폭력, 이제 세상은 그것이 ‘반동’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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