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10일 ‘장애인권리로 본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전장연 입장 정책브리핑’을 통해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이하 제6차 계획)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유튜브 캡쳐
장애계가 지난 9일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장애인정책 청사진인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23~27)’에 대해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OECD 평균의 1/3도 미치지 못하는 예산에 대한 대폭 증가 없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며, 탈시설 정책에 대한 후퇴 부분도 짚었다.
더욱이 현장에 자리한 장애인정책조정위원들 조차 회의 자료를 당일 오전에야 받아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자리가 되지 못했다는 것.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10일 ‘장애인권리로 본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전장연 입장 정책브리핑’을 통해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이하 제6차 계획)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제6차 계획은 장애인의 권익과 복지증진을 위해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범정부 종합계획으로, 9대 분야, 30대 중점과제, 74개 세부 추진과제로 구성돼 있다.
이중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과 탈시설에서 퇴보한 ‘시설 등에 거주하는 장애인 주거결정권 강화’가 화두로 꼽혔다.
전장연은 전날 발표된 제6차 계획을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권리 삭제 문서 ▲탈시설가이드라인 권고 거부 문서 ▲복지부의 지장협 부설, 편파 종합문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조삼모사 문서 등 4가지로 정리했다.
■장애인 개인예산제? “24시간 활동지원 권리 삭제”
먼저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를 중심으로 서비스 간 칸막이를 제거, 개인별 지원계획에 따라 이용자 욕구에 맞춰 급여·서비스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다.
올해 120명을 대상으로 ▲급여 유연화 모델(활동지원 급여 10% 내를 공공·민간서비스 구매) ▲필요서비스 제공인력 활용 모델(활동지원 급여 20% 내 서비스 제공인력 선택) 등 2가지 모델의 모의적용을 해 2026년부터 본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연간 20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활동지원 예산이 장애인 복지 예산의 44%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예산이 소요된다며, 개인예산제를 도입해 급여 10~20% 내에서 다른 서비스를 쓰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24시간 활동지원 권리와 활동지원을 필요한 만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삭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예산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OECD 평균에 맞는 장애인 예산부터 올려야 한다”고 예산 증액부터 전제돼야 함을 주장했다.
이날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 참석한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문애준 상임대표도 "안타까운 것은 활동지원에 대한 왜곡된 해석이 당사자 단체장으로부터 나온 점이다. 복지부 예산의 44%를 차지하는 활동지원 예산이 문제라고 인식하고 비장애인 일자리 창출 아니냐는 해석 앞에서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고 언급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023년 1월 19일 설 연휴를 앞두고, 서울 남부터미널 앞에서 “장애인도 시외버스를 타고 고향에 가게 해달라”면서 시외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행진을 펼쳤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탈시설 ‘후퇴’ “시설도 선택? 文표 로드맵 거부”
기존 탈시설 정책에서 후퇴된 ‘시설 장애인 주거결정권 강화’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부는 제6차 계획에 시설 등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자립 및 주거결정권 강화를 위해 2022년부터 시행 중인 시범사업 성과분석 및 장애계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중장기 로드맵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장애인거주시설은 자립생활을 촉진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중증장애인 등에 대한 전문적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단계적 전환을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탈시설은 개인이 지역사회 내에서 독립적으로 거주하며 생활하는 상태라고 정의가 내려져 있는데, 시설도 하나의 선택지로 주거결정권의 하나로 보는 셈”이라면서 “문재인 정부 때 발표된 20년 계획이 담긴 탈시설 로드맵을 전면 거부하고,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위반하는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계획안에 포함된 ‘지자체 사업과 연계한 24시간 활동지원 현황 모니터링 및 분석’이라는 세부 내용이 포함된 점도 짚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마치 모니터링을 해서 더 지원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획재정부는 24시간 활동지원은 예산 낭비라고 보고 있다”면서 “지자체 사업을 표적수사해서 이 예산을 다시 다른 영역으로 쓰겠다는 숨은 그림이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장애인정책조정위원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대표도 “탈시설 부분이 후퇴했다. 제대로 된 로드맵이 필요하다”라면서 “재가 장애인, 탈시설하는 지역사회 장애인 모두가 살아갈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부족한 제6차 계획, 전장연 요구사항은?
‘건강’ 분야에서도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실패에 대한 이해가 전혀 안 됐다”면서 “등록 의료기관 중에 접근성이 부족해 서비스 진입 자체가 좌절되는데 민간 의료기관 인센티브 유인제도로는 건강권을 보장할 수 없다”면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과 책임 강화를 요구했다.
‘교육’에서는 여야가 합의한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부터 선행돼야 함을 강조했고, ‘소득 보장’에서는 “중증장애인에게 노동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1만개 보장부터 지켜져야 함을 강조했다.
‘이동권’에서는 ▲특별교통수단 차량 1대당 일일 운행률 75% 보장 ▲임차·바우처 택시 도입 의무화 ▲고속버스·시외버스 휠체어 리프트 장착차량 의무 도입 ▲노선버스 대폐차시 저상버스 의무도입 범위 확대 및 광역버스 조기 도입 등을 요구했다.
그 외에도 ▲정신장애인 탈원화 ▲장애여성지원법 제정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등도 제6차 계획에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22년간 장애인권리예산을 이야기하는데 정부는 올해 0.8% 인정했다. 기재부가 OECD 평균의 장애인예산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제6차 계획은 말장난에 불과한 문서”라고 말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