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발달장애인들의 죽음에 대한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이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건 등 비극적인 죽음에만 관심을 집중하며 앞다투어 보도할 때 단순한 기사 하나로 잊혀지는 이들의 죽음이 있다.

지난 2월 15일 서울에서, 그리고 18일 전남 담양에서 발달장애인 2명이 화마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그들의 죽음 뒤에는 어김없이 우리 사회 열악한 발달장애인 지원체계와 정부 및 지자체의 방관이라는 ‘사회악’이 도사리고 있다.

서울에서 죽음을 맞이한 30대 발달장애인은 60대 아버지와 단둘이 옥탑방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어렵게 생활했으며, 발달장애인은 아버지 지원 없이는 외출조차 힘들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일을 나간 사이에 집에 불이 나서 목숨을 잃었다.

전남 담양에서도 40대 발달장애인이 80대 노모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서 혼자 있는 동안 집에 불이 나서 목숨을 잃었다.

이 짧은 각 한편씩의 기사만이 그들의 가슴 아픈 죽음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자세히 기록하지 않고 단지 한 기사에서만 주민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며 “문 열고 나오라고 막 그랬어요. (그런데) 불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애라 자기 몸이 타도….”라고 기록하고 있다.

짧은 기사만으로 그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추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사에 기록이 조금 더 남아 있는 서울에 거주했던 발달장애인을 살펴보면 이들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추정할 수 있다.

서울 거주 발달장애인의 경우, ‘아버지 지원 없이 외출조차 어려웠다’라는 기사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대부분 지원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아버지 지원 없이’라는 말에서 활동지원서비스 등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고 아버지가 자녀 지원과 일을 모두 감당하며 어렵게 생활하지 않았을까 흐릿하게 이들의 삶을 들여다볼 뿐이다.

지난해 11월 29일 정부는 ‘발달장애인 평생돌봄 강화대책’을 발표하며,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해 24시간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발달장애인의 개인별 특성을 고려해 평생돌봄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수해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목숨을 잃고 난 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 대책으로 “주거 안전망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필요할 때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직접 찾아내서 지원하는 ‘발굴주의 주거복지’를 실현해 나가겠습니다”라고 호언장담하였다.

이들의 죽음 앞에선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시장의 말은 그저 ‘입바른 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낮에 이들이 어떤 지원을 받았고, 어떤 지원을 받지 못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들이 홀로 집에 남겨져 화재를 맞이했을 바로 그때 이들을 지원하는 단 한 사람만 있었다면 이들은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발달장애인이기 때문에 불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떤 지원도 없이 홀로 있던 그때 불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으로 옴짝달싹조차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시장 등 지자체장들에게 빛 좋은 개살구 같은 死의 발달장애인 정책이 아니라 언행일치(言行一致)한 生의 발달장애인 정책을 요구하는 것은 언감생심(漹橄生心)한 일인 것인가!!!

2023년 2월 22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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