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오세훈 ‘빈손’ 면담, 투쟁은 계속된다
“공식 협박자리” 유감, 13일까지 지하철행동 유보
지하철 시위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지만, 결국 입장 차만 확인하는 ‘빈손’으로 마쳤다.
50여 분간 진행된 면담에서 오 시장은 전장연의 시위를 두고 ‘강자’라고 표현하며 그만 멈출 것을 거듭 요청한 반면, 박 상임공동대표는 ‘22년간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외쳤다’면서 서울시의 지하철 리프트 추락 참사, 엘리베이터 100% 설치 약속 미이행에 대한 사과를 주장했다.
또 하나의 주요 쟁점인 ‘탈시설’을 두고서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지켜라’는 입장과 ‘시설에 사는 것도 선택’이라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며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된 면담을 두고, 전장연은 3일 입장을 내고 “공식 협박자리”라고 오 시장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전장연은 일단 오는 13일까지 서울 혜화역 승강장에서 시민들에게 ‘지하철행동’에 함께 나서 달라고 요청하며, 이후 경과에 따라 지하철 타기 행동을 지속할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날 혜화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먼저 전날 있었던 오 시장과의 면담을 설명하며, “사회적 강자는 전장연이 아닌, 바로 서울시장과 기획재정부”라고 비판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오 시장께서 여는 말씀을 통해 ‘극단적인 형태의 시위’라고 표현했다. 전장연은 극단적인 형태의 시위가 아닌 극단적인 차별에 저항해왔다”면서 “전장연을 굉장한 강자라고 언급한 부분도 이분법적 구조로 갈라치기를 위한 언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강자는 권력을 쥐고 있는 분들, 바로 서울시장 아니냐. 대한민국 최강자는 T4 본부인 기획재정부다. 전장연에게는 극단적 시위라고 이야기 하면서 최강자 기재부에는 침묵하는 오 시장은 비겁하다”고 날을 세웠다.
또한 면담 자리를 ‘전장연에게 협박하는 자리’였다고 표한 박 상임공동대표는 “오 시장은 철도법을 언급하면서 중죄라고 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시민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지하철행동을 중죄라고 한다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의 가치는 누가 지킬 수 있겠냐”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박 상임공동대표는 오시장에게 ▲지하철 리프트 추락 참사, 엘리베이터 100% 설치 약속 미이행 사과 ▲기획재정부에게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책임 있게 3월 23일까지 촉구 ▲‘탈시설가이드라인’ 권고에 대한 UN장애인권위원회 위원과 초청간담회 3월 23일 이전 서울시가 책임 있게 이행 ▲2024년 서울시 장애인권리예산’ 3월23일까지 답변 등 4가지를 다시금 요구했다.
박 상임대표는 “왜 지하철에 있냐고 물었으니, 서울시에 대한 장애인권리예산을 이제 요구하겠다. 3월 23일까지 검토하시고 답변을 달라”면서 “갈라치기를 멈추고 예산으로 그 책임을 다해달라”고 압박했다.
전장연은 일단 오는 13일까지는 혜화역 승강장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지하철행동’을 제안하는 선전전을 진행하며, 답변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오늘(3일) 바로 (지하철을) 타려고 했는데, 어젯밤에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국회 ‘약자의 눈’ 모임에서 사회적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제안과 함께 지하철 타는 것을 유보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이를 받아들여 13일까지는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지하철행동’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하철 탑승을 한다는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이 문제가 해결될 때 탑승하지 않는다. 해결의 주체는 기획재정부고, 예산으로 보장해야 할 것”이라면서 “갈라치기 현실에서 매우 유감스럽지만, 더 적극적으로 알려 나가기 위해 선전전을 하며 기다리겠다”고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