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홈페이지. © 배융호
장애인이 장애인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용을 원하는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이하 이동지원센터)에 이용신청을 하고 등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이동지원센터의 등록신청 조건이 도를 넘고 있다.
필자는 얼마전 경기도 광주를 방문할 일이 있어 광주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에 이용신청을 하려 신청서를 작성하던 중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장애 차별을 넘어 인권 침해와 개인정보 침해까지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시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의 경우 보호자의 요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요청서가 아닌 서약서이다. 요청서에는 보호자의 이름, 연락처와 생년월일을 적게 되어 있고 유사시에 보호자와 연락이 안 될 경우 이동지원센터의 판단에 의해 일을 처리해 줄 것과 이로 인한 모든 일에 대해 교통약자 이동지원센터에 어떠한 민사 또는 형사상의 책임도 묻지 않겠다고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이 요청서의 문제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특별교통수단 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보호자의 개인정보인 생년월일을 요구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유사시에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의 판단에 대해 어떤 민사상의 책임이나 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요청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호자의 생년월일이라는 개인정보를 알아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이러한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개인정보 침해이다. 뿐만아니라 유사시 이동지원센터의 판단으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본인, 가족, 보호자가 어떤 민사상의 책임이나 형사상의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서약을 요구하는 것은 사고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것임과 동시에 책임을 묻고 보상을 요구할 권리를 포기하라는 심각한 권리 침해이다.
그런데 이렇게 과도한 정보나 권리 포기를 요구하는 곳은 광주시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만이 아니었다.
필자는 경기도 내의 수원시, 고양시, 과천시, 광명시, 광주시, 군포시, 남양주시, 부천시, 성남시, 안양시, 하남시, 양주시 등 12개 시의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의 이용신청서를 비교하여 보았다.
그 결과 많은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가 광주시와 유사한 또는 광주시보다 더 심각한 불필요한 정보와 서류를 요구하거나 인권 침해로 볼 수 있는 서약서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의 광주시센터의 경우처럼 보호자의 생년월일을 요구하거나 사고 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게 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외에는 장애 차별이나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는 요구 조건이 상당히 많았다.
광주시 특별교통수단 이용신청서의 보호자 요구서. © 배융호
첫째, 거주 형태에 대한 정보 요구이다. 거주하는 곳이 단독 주택이냐 아파트냐 라는 것이다. 물론 차량이 찾아가기 위한 정보를 얻기 위해 물어보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소만 보아도 아파트인지, 단독주택이나 빌라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다. 따라서 굳이 거주형태를 답하는 항목을 요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둘째, 가족 또는 동거인의 수에 대한 질문이다. 앞서 보호자의 생년월일 만큼이나 이해할 수 없는 항목이다.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내가 가족 또는 동거인 몇 명과 사는지를 왜 밝혀야 하는지, 그것을 왜 알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무엇보다 이런 불필요하고 부당한 정보 요구는 인권 침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차량 소유 여부이다. 가족이 또는 장애인 본인이 차량을 가지고 있으면,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해서는 안 되는가? 교통약자법에는 차량 소유 여부에 따른 이용 제한에 대한 규정이나 조항이 없다. 또한 가족이나 장애인 당사자가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것에 따라 이용에 제한을 둔다면, 이것은 명백한 장애 차별이다.
비장애인의 경우 차량을 소유하고 있으면 택시를 탈 수 없는가? 택시를 탈 때마다 차량 소유 여부를 밝혀야 하는가? 이렇게 반대로만 생각해 보아도 얼마나 차별적이고 인권 침해적인 정보 요구인지를 알 수 있다.
성남시 특별교통수단 이용신청서의 서약서. © 배융호
넷째, 서약서의 요구이다. 이용자 준수 사항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이로 인한 불이익을 감당하겠다는 것은 인권 침해이다. 이용자 준수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이에 따른 이용 제한이 있다고 안내하면 된다. 이용신청에 동의하는 것은 이용자 준수 사항에 동의하는 것으로 본다는 내용을 추가하면 충분하다. 그런데 서약이라니 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 반인권적인 제도인가?
다섯째, 보장구 급여 대상 결정통지서 등 추가 서류에 대한 요구이다. 보장구 급여대상 결정 통지서는 장애인이 보장구 급여를 받는 대상(건강보험적용으로 보장구 비용 일부 지원 대상)이라는 결정이지, 휠체어를 사용하라는 결정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현재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휠체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보장구 지급 결정 통지를 받지 못하면 특별교통수단도 이용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장애 차별이다. 더욱이 휠체어 사용자가 아닌 경우에도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데, 휠체어 사용자에게만 휠체어 사용을 증빙하라는 것은 특별교통수단의 이용을 막기 위한 악의적인 조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통학증명서나 진료예약증도 마찬가지이다. 학교에 가기 위해 이용하려면 통학증명서를 내야 하고, 병원에 가기 위해 예약을 하려면 진료예약증을 내야 한다. 목적에 따라 추가 서류를 내야 하고 그것이 입증되지 못하면 그 목적지로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요구 조건 역시 특별교통수단의 도입과 운영 취지를 망각한 차별적 요구이다.
다섯째, 과도한 패널티 제도이다. 이번에 조사한 대부분의 이동지원센터는 이용자 준수 사항을 3회 이상 어길 경우 이용을 제한하는 패널티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용자 준수 사항의 내용이다.
운전원에 대한 폭언이나 폭행과 같은 경우는 이용제한을 할 수도 있지만, 10분 이내 탑승을 못했다거나 원래 신청한 출발 장소에서 대기 하지 않았다거나, 유료 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로 가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모두 이용자 준수 사항 위반이다.
10분 이내 탑승의 경우는 장애인의 장애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기준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야 하거나, 화장실을 다녀오기만 해도 10분은 훌쩍 넘는다. 날씨가 안 좋은 날, 길가가 아닌 실내에 있을 경우 10분 이내에 탑승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도 3회 이상 이것을 지키지 못할 경우 10일에서 30일(1개월)의 이용 제한이라는 패널티를 받게 되는 것은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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