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운동 20년 ‘자립생활센터 법적 전달체계’ 국회서 처음 다룬다!
By 조성민 -2023년 1월 26일
국민의힘 이종성 국회의원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26일 오전 11시 국회 소통관에서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의 장애인복지서비스 전달체계 법제화를 위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이종성 의원,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발의
한자연 “거주·이용시설 이외 자립생활 ‘지원시설’로 확대” 촉구
IL운동 진영, 장애인복지시설 진입 놓고 이견 여전
[더인디고 조성민]
장애인복지서비스 전달체계에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포함하는 내용의 ‘장애인복지’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지난 10여 년 동안 자립생활센터의 법적 전달체계 지위 여부를 놓고 찬반이 팽팽했던 데다, 이번에 처음 법안이 발의됨에 따라 장애계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이종성 국회의원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한자연) 26일 오전 11시 국회 소통관에서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의 장애인복지서비스 전달체계 법제화를 위한 필요성과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내용 등을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종성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복지시설(제58조)의 한 종류로 ‘장애인자립생활지원시설(자립생활시설)’을 포함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구체적으로 자립생활시설은 ‘장애인 자립생활 역량 강화 및 동료상담, 지역사회의 물리적‧사회적 환경개선 사업, 장애인 인권의 옹호‧증진, 장애인 적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로 규정하고, 이를 동 법 제58조 제1항 2호의2로 신설했다.
자립생활센터는 당사자 중심에 입각한 각종 장애인복지서비스를 지원하며,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의 자립생활 실현을 위한 비거주시설 전달체계로서 역할하고 있다. 현재 전국의 약 300개가 운영 중이다. 특히,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의 자립생활운동과 더불어 권익옹호, 동료상담, 개인별자립지원, 탈시설 및 주거지원, 활동지원사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양한 성과를 끌어내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법제화를 주도해온 한자연은 “지난 2007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법적 진입은 확보했지만, 동 법에서 규정한 장애인복지서비스 전달체계로 명시되지 않다 보니 국가나 지자체의 비용 보조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등 안정적인 운영뿐 아니라 여러 문제가 양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운영 측면 이외에도 한자연은 ▲명확한 기준이 없어 장애인이면 누구나 설립하다 보니 ‘자립생활 고유의 이념과 전문성을 훼손’할 수 있고, ▲사회복지사업 수행기관에 포함되지 않아 ‘지방 주민세 폭탄 사례’가 발생했다는 점을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꼽았다. 또한 ▲사회복지 현장실습·사회복무요원 파견·사회복지경력 불인정 등의 문제도 제기했다.
▲한자연 황백남 상임대표(사진 왼쪽 세 번째)가 이번 법 개정안 필요성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국회 인터넷 중계방송 캡처
▲한자연 황백남 상임대표(사진 왼쪽 세 번째)가 이번 법 개정안 필요성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국회 인터넷 중계방송 캡처
한자연 황백남 상임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사회적 환경과 당사자의 욕구 등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정책 운용에 있어서 현재 ‘거주시설’과 ‘이용시설’ 2개로 나눈 것을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시설’까지 3개로 편재하는 데 방점을 뒀다”고 밝혔다.
황 상임대표는 이어 “제5·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서는 ‘자립생활’을 기본으로 하는 만큼 자립생활센터가 그 역할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조속히 심의·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장애인연맹 이영석 회장도 국회와 정부를 향해 “UN 장애인권리협약(협약)에서 강조하는 장애인 인권이나 주거권 보장은 결국 장애인의 탈시설화와 지역사회 자립과 연결돼 있다”고 전제한 뒤, “특히, 협약 제19조(자립생활과 지역사회 동참)의 완성은 자립생활센터 등의 법적 이행체계 마련에서 시작된다”며 “지난해 선택의정서 가입 등 완전한 협약 비준국이 된 만큼, 이번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이행 의지를 보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자연은 전달체계 진입에 대한 반대 의견을 겨냥한 듯 “이제 더 이상 소모적 논쟁을 멈춰야 한다”면서도, “자립생활센터 또한 당당히 시설로 편입해 차별화된 고유한 역할을 분명할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또 다른 진영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자협의회)는 장애인복지시설 편입 등 법제화에 반대해 왔다.
자립생활 운동의 정체성 훼손뿐 아니라 법적 시설로 편재되면 현재 당사자 중심의 운영 기준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다. 결국 중증장애인 운동의 산물인 자립생활센터가 당사자 중심의 자립생활운동을 제한하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한자협의회 측은 이번 법안 발의에 대해 곧 공식적인 입장 표명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는 지금까지 양 진영 간의 의견이 일치하면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미 법제화를 위한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만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차원의 논의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도 공동발의에 참여한 만큼 속도는 더 빨라질 수도 있다.
다만, 21대 국회 회기가 이제 불과 1년 여 남은 데다, 양 진영 간의 견해차를 얼마나 좁히느냐가 개정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인디고 jsm@theindig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