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세이 칼럼니스트】미등록 자폐와 경계선 지능. 둘 모두 이전에 비하면 사회적으로 알려짐이 진전되었다는 것을 종종 실감하게 된다.
어두운 면은 '자폐아', '아스퍼거'에 이어 '경계선 지능'까지 인터넷 상을 비롯하여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한 욕설 성격의 단어로 종종 쓰이게 되었다는 점이겠다. 그러나 혐오 문제의 해결이라는 중대 과제가 이제 남아 있다 하더라도 새 언어와 개념의 가시화, 등장은 일단 이루어진 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등록 자폐와 경계선 지능 이슈의 경우는 사회적 차별과 거부, 기피 등을 지속적으로 받는 실질적인 장애를 겪어오면서도 법적 비장애인으로서의 위치에서 부딪히고 독자적으로 생존해야 하도록 내몰린 어려움이라는 점이 핵심적이기 때문에 당사자를 비롯한 사람들이 주목하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장애인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지적장애를 동반한 자폐인이 있듯이 경계선 지능인이면서 미등록 자폐인인 이들도 존재한다.
그런 점들로 인해 이 두 개념은 비당사자는 물론 당사자들 사이에서도 종종 비교 대상이 되고 있으며, 또 오해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들은 어떤 점에서 공통된 특성을 가지고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글을 쓰게 되었다.
'미등록=경증'이라고요? 그럼 '경계선 지능=미등록 지적장애인'인가요?
잠시 용어 정리를 하자면, 미등록 자폐는 자폐성 장애를 가졌지만 법적으로 공식적인 장애인으로 등록·인정되지 못한 경우를 가리킨다. 이에 해당하는 사람은 미등록 자폐인, 내지는 미등록 자폐 당사자가 될 것이다. 즉 복지카드 등이 주어지지 않은 '법적 비장애인'인 자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경계선 지능은 평균 100, 표준편차 15에서 지능 지수가 71~84점에 속하는 이들로, 지적장애 등록 대상(동일 기준에서 지능 지수 70 이하)이 아니며 지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선상에 있다고 여겨져 이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역시 다른 장애가 없다면 복지카드 등이 주어지지 않는 '법적 비장애인'이 된다.
이들은 미등록 및 법외 발달장애인의 존재를 공론장으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법적 등록기준이 아예 없다는 의미의 법외 발달장애로 논한다면 ADHD 쪽이 주가 되기는 하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추후에 글을 써 보려 한다.)
'경증'에 대한 이야기로 가 본다면,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정신장애를 포함한 정신적 장애계에서도 당사자 중 미등록 장애인으로 정체성을 형성하거나 유(有)진단 미등록인 이들에서 '상대적으로' '경증'으로 분류될 당사자의 비중이 등록 장애인 쪽에 비하면 높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비중 차이만 가져다 놓고 미등록 자폐인을 등록 자폐인과 비장애인의 경계가 되는 존재라고 쉽게 짐작하고 판단해 분류할 수는 없다. 모호해서 장애로 인정되지 못하는 거라는 문제로 단순화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정말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서 등록되지 못하는 이들은 경계선 지능 외에도 존재하며, 존재할 수밖에 없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는 칼로 무 자르듯 나누어지지 않는다.
우선 어린 시절 자폐 특성이 유의미하게 나타나며 부적응 등 험난한 시간들을 보냈더라도 어릴 때의 진료 기록이 남겨지지 않은 상황이면서 낮은 지능 지수가 드러나는 상황도 아닌 경우가 대표적으로 있을 수 있다. 아동기 기록을 중시하다 보니 양육자의 협조 여부가 발휘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성인이 되어 진단을 받으면 의사들도 등록 가능성이 없다고 미리 말할 만큼 뒤늦게 자폐성 장애로 등록하는 건 언감생심(焉敢生心: 감히 그런 마음을 품을 수도 없음)이라 할 만한 것이 현 한국의 상황이다. 이 정도가 아니더라도 지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낮지 않으면 자폐성 장애로 등록이 많이 힘들기도 하다.
자폐를 지능의 잣대 중점으로 바라보는 씁쓸한 한 단면이라고도 할 수 있고, '정도가 심한 장애(중증)'가 아니면 비장애인이 되어 버리는 현 자폐성 장애 등록 제도를 되돌아봐야 할 부분이기도 하지 싶다.
어릴 때의 기록이 남겨지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장애에 대한 사회의 혐오적 인식에 적극 부역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개인이 맞서기엔 너무 거대한 혐오를 보고 '키우다 보면 정상으로 전환되겠지'에 무작정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것이다. 물론 이는 양육자의 입장이고, 당사자는 결국 생존용 마스킹(자폐 특성을 의식적으로 숨기고 덜 드러나게 함)에 힘쓰다가 정신건강을 지켜내기 힘들 것이다.
사실 경계선 지능인을 미등록 지적장애인으로 부르기에도 일대일 치환으로 간다면 어색함이 분명 있는 것도 맞아 보인다. 그러면서도 경계선 지능인이 결과적으로 미등록 지적장애인의 현실에 처했다는 말 자체는 분명 틀렸다고 할 수 없다. 경계선 지능인들이 사회적으로 처해 있는 장애는 이미 장애를 구성하는 요건으로서 충분할 상황이니.
자폐, 진단받으면 손해? 차별에 진단까지 숨는 당사자들
실제로 성인기에 자신이 자폐 당사자인 것 같아서 관련해서 보는 정신과를 찾아 진단을 받으러 갔더니 진단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일상 속에서 민감한 감각으로 힘들어하며 정신 건강과 체력을 소모해가며 가능한 최대의 마스킹을 하면서도 힘듦을 겪는데 말이다. 이에 대해 성별, 지능, 나이 등이 유의미한 변수로 개입되기도 한다.
또는 자폐 진단 대상이 맞기는 한데 의사가 자폐 진단을 받으면 손해일 것이라고 말하며 진단에서 빼 달라고 요청 시 빼 줄 수 있다고 '선의'의 말을 건네는 경우도 발생한다. 각종 차별과 낙인이 될 것이라는 의미이고, 이는 사회에서 자폐인을 대하는 편견과 혐오 담긴 태도로써 사실임이 드러난다.
사회적 위협과 압력으로써 '그런 취급 받기 싫으면 머리 잔뜩 써서 마스킹에 용써 보며 비장애인이듯이 살던지'를 요구하는 현상으로도 볼 수도 있다.
자폐 특성을 가진 자신이 자신일 수 있기 이전에 생존조차 못하게 할 듯한 사회를 살아가는 자폐 당사자들이 정신적 스트레스로 여러 공존 정신(심리사회)장애에 취약함은 잘 알려져 있으며 이는 심리사회적(Psychosocial) 장애라는 말을 이루는 심리사회적 요인에 그대로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미등록=경증과는 그대로 대응되지 않는 다른 맥락도 분명 존재한다. 등록 여부가 장애의 경중에 전혀 달리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게 아닌 시기와 환경, 공존장애에 달려있기도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계선 지능인의 경우마저도 근래에 들어서는 지능에 대해 단순히 '우열'의 높낮이만이 존재하는 일차원적인 관점을 타파해야 한다는 관점이 커지고 있다. 이들이 정상성 중심 문화에서 지속적으로 받는 사회적 차별로 장애가 생겨남을 헤아려야 한다는 관점이기도 하다.
이론상 인구의 반을 차지할 '아이큐 두 자리수'는 오랫동안 욕처럼 쓰여왔다. 이제 이랬던 시대에서 인식이 진전될 수 있도록 더 많은 걸 알아야 하고, 알려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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