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장윤경 칼럼니스트】 나만 그런 걸까? 그날 아침이면 밥도 삼키지 못했고 체중이 빠져있곤 했다. 한 달에 한두 번 뵙는 소아정신과 병원장님의 진료실 앞은 마치 교무실에 불려간 문제 학생이 된 것처럼 늘 긴장감 그 자체였다.

전날 밤이면 나는 “당신은 원장님께 뭘 물어볼 거야? 늘 나만 질문하잖아! 안 그래?” 날 선 목소리로 나의 불안을 남편 탓으로 돌렸지만, 다음날이면 늘 병원대기실 앞은 남편과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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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정신과 병원장님의 진료실 앞은 마치 교무실에 불려간 문제 학생이 된 것처럼 늘 긴장감 그 자체였다. ©픽사베이

“예준이는 밤새 좀 어땠나요?”

“원장님, 다행히 어젯밤은 편히 잠들더라고요. 다만 손톱이 가려운지 자꾸 손톱과 손톱을 비비고 가렵고 따갑다고 해요. 그 때문에 다시 집중력도 좀 깨지고요. 그리고 지금까지 약물치료 4개월간 손톱을 너무 뜯어서인지, 손톱의 모양이 변할 정도로 전혀 자라질 않았어요. 그러고 보니 잘라준 적도 없는 것 같아요. 약을 먹는 동안은 좀 연필 흔드는 상동 행동은 줄었는데 뭐랄까…. 제 눈에 그전과 달리 아이가 웃을 상황인데도 예전처럼 밝게 웃지 못하고 뭔가에 억눌린 느낌이 보여 걱정되고요. 그런데 어린이집 선생님 영상에 아이가 손까지 미세하게 떤다고 하니 저도 너무 놀랐어요.”

“아, 그래요…. 예준이의 경우는 약물치료 시 뇌로 가야 하는 약물 일부가 말초신경인 손끝으로 약물이 새는 흔한 부작용이 보이네요. 너무 놀라지 않아도 되고요. 지금 시작한 용량도 체중대비 1/3에 불과한데, 다른 장애아이들과 달리 좀 예민하게 반응하는 듯도 해요. 우선, 약을 다른 약으로 바꾸고 조절 약과 섞어가면서 교체 후 경과를 다시 2주 뒤 봅시다.”

늘 원장님 진료실 문을 나설 때면 짧은 10여 분 면담이 마치 1시간 뜨거운 습식 사우나를 한 것 같았다. 1층 처방전을 제출하는 약국 대기실 앞은 무거운 마음 탓에 이름이 호명될 때까지 주변 카페를 서성대곤 했다.

언제부턴가 우리 부부는 병원 면담이 끝나고 나면 1층 로비에서 약을 기다리는 동안 장애 청년들이 근무하는 카페에서 딸기 스무디 한잔을 나눠 마시는 소소한 우리 부부만의 루틴이 만들어져 있었다.

장애 청년들이 판매하는 음료는 참 정직한 비율의 맛이었다. 나를 만날 때마다 늘 처음 본 사람처럼 ‘이 음료는 얼음이 들어간 차가운 음료인데 괜찮으실까요?’라고 같은 질문을 늘 하는 정직한 모습을 볼 때마다, ‘내 안부를 묻는 오늘의 내 주치의는 이 친구네’ 싶을 만큼 그 모습이 고마웠다.

어떤 날은 ‘아, 오늘도 이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원장님 면담이 드디어 끝났구나’라는 안도감도 있었고, 이다음에 내 새끼도 이런 곳에서 일할 수만 있음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카페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행동과 말투 하나하나 스무디가 나오기까지 엄마의 시선으로 유심히 그들을 살폈다. 그렇게 받아든 그 딸기 스무디 감동의 맛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새해가 오기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장은 나의 아들 관찰기록으로 부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등 입학 전 밀린 숙제 해치우듯 아이와 영화, 뮤지컬, 놀이터에 쉼 없이 아들과 함께 보냈다. 약 기운이 도는 시간대면 예준이는 평소에 내가 그토록 없애고 싶었던 혼잣말도 연필 흔드는 상동 행동은 없었지만, 그보다 더 나를 힘들게 한 건 무표정 속 멍한 눈빛과 자라지 않은 손톱이었다.

눈이 채 녹지도 않았던 어린이집 졸업식 날, 먼발치서 특수교사 담임선생님과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뭐가 그리 고맙고 미안했는지 서로가 말없이 눈으로 안아주고 울며 서로의 미래를 응원했다. 얼마 뒤 찾아온 초등입학식 날, 입학생들 무리에 섞인 아들을 바라보며 떨리는 맘과 흐를 것 같은 눈물을 기도로 삼킨 채 학부형이 되었다.

“사랑해 예준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오기야 약속? 우리 아들 힘내.” 새 책가방보다 작아 보이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수능 입시 수험생 엄마, 매일 군 입대시키는 엄마인 양, 눈앞에서 아들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돌아서지 못하는 3월의 교문 앞 헬리콥터 맘이 되어있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입학 5일만인 금요일 오후, 1학년 담임선생님은 예고도 없이 나를 부르셨다.

“어머니, 예준이 도움반 다음 주부터 내려가야 하는 거 아시죠? 보통 이런 아이들은 제 경험상 바로 내려가거든요? 그리고 오늘 제가 칭찬 스티커 안주니까 좀 울먹이더라고요. 그리고 어머니, 아이가 가르기 모으기 수학의 셈을 할 줄 안다고 하신 거 맞나요? 급하니까 짝꿍 것 보고 쓰길래 제가 시험지 뺏었고요. 그 벌로 칭찬 스티커 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현재 예준이 짝꿍은 엄마가 안 계신 ADHD 아이인데…. 그 아이의 경우 지금 폭력 행동으로 제가 그 아이 아버지와 소통이 안 돼 좀 힘들어요. 하지만 특수아동도 아니고 그 친구는 단순히 행동조절이 안 되는 친구라 제가 교실 내 데리고 있어야 하는 아이지만, 예준이 경우는 다르죠. 예준이는 분명 특수교육대상자이고 복지카드 소지자인데 어머니 왜 일반학급으로 체크해서 완전통합을 지원청에 요구하신 거죠?

그리고 어머니, 저희 반 비장애 아이들도 초등 1학년이라 아직 어린데, 예준이가 발달 장애니까 짝꿍의 도움을 받는다? 이건 어머님 욕심이세요. 그러다 보면 다른 부모님들께서 매일 제게 짝 바꿔 달라는 항의 전화 올 수 있다는 거, 좀 아셨으면 해요. 다음 주 월요일이 도움 교실에서 IEP 개별화 회의 날인 거 아시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특수학급으로 원하신다고 체크 하시고 다시 특수교육 지원청에 제출하셔야 예준이 도움반 이용도 가능해요. 그리고 어머니 실례지만 예준이 부모님 직업이….”

나와 나이가 같으시다면서 내 주민등록 번호까지 유심히 살피시는 담임 교사는 내게 무척이나 건조한 목소리로 쉼 없이 나를 다그쳤다. 평생을 살면서 인생계획에서 아들의 장애 등록 이후로 상상하지 못했던 두 번째 슬픈 경험이었기 때문일까? 나는 지금도 그날의 담임 교사의 말투와 대사 하나하나를 잊을 수 없다.

내가 유예까지 하고 학교준비를 했건만 시작부터 학교라는 문턱은 생각보다 높았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은 장애아이에게 무척이나 인색했다. ‘입학하는 장애아이 중 그나마 예준이가 제일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아서 제가 받았는데 생각보다 아니다?’라는 말까지 내게 서슴없이 했다.

그렇게 말 잘하던 기자 출신인 나도 자식 앞에 장사가 없었다. 몇 마디 대답도 못 한 채 교문을 나서 집 돌아오는 길에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날 밤 남편과 의논을 하고 싶었지만, 그저 학교 면담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힘겨웠고 월요일 오후가 사형선고 날처럼 다가오는 게 두려웠다. 주말 내내 2킬로가 빠졌다. 심호흡한 뒤 거울 속에 나 예준맘에게 말했다. ‘야! 어딜 물러서 어림없어! 정신 차려 예준이 엄마! 작전 시작! 절대 플랜 B는 없어 못 먹어도 GO! 야! 들이대 까짓거!’ 내 안에 총소리가 나를 깨웠다.

우리 부부는 개별화 회의라는 작전명을 위한 완전군장으로 도움 교실을 찾았다. ©픽사베이
우리 부부는 개별화 회의라는 작전명을 위한 완전군장으로 도움 교실을 찾았다. ©픽사베이

월요일 오후 친정엄마께 예준이의 오후 치료실을 부탁한 채 우리 부부는 개별화 회의라는 작전명을 위한 완전군장으로 도움 교실을 찾았다. 오후 3시 40분 담임 교사와 특수교사 그리고 우리 부부만을 감싸는 학교 종소리가 텅 빈 학교에 유난히 크게 울렸다.

특수교사는 음료수를 건네는 인사와 함께 일주일간의 담임 교사의 5일간의 수업평가 그리고 내가 미리 제출한 의견서를 참고했다는 말로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담임 교사는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먼저 말을 시작했다. “예준이가 자폐아이잖아요, 아무리 학교 유예를 시키면서 준비하셨다 해도 아이 수준을 생각해서 국어, 수학은 다음 주부터 도움 교실 이용시키심이 좋죠….”라는 의견을 먼저 꺼내셨다.

초등 입문인 1학년 학교 적응 시기임에도 완전 통합수업을 시도해 보겠다는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이셨다. 그리고는 바로 지난 금요일에 내게 말했던 특수학급으로 수정 체크만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말에 힘들다는 말투가 역력하셨다. 그 때문이었을까? 나는 담임 교사에게 내 아들은 현재 소아정신과 약물치료도 시도 중이며 수업하시며 부모인 저희가 이렇게까지 적응을 위해 미리 입학 전부터 노력 중이니 관찰 부탁드린다는 말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부모의 의견을 말하는 차례가 되자 나는 “현재 예준이 짝꿍이 ADHD 아동이고 교실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보여 위험하다고 하셨는데 함께 짝이 된 이유와 예준이가 수업을 방해하는 혼잣말이나 연필 흔드는 상동 행동, 혹은 수업시간에 돌아다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그렇진 않다, 다만 지금 예준이의 짝 때문에 부모들의 민원이 많고, 자신이 눈앞에서 두 아이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위함이다?”라는 답을 하셨다. 나는 자폐아의 경우 바로 모방하는 행동이 있고 모델링이 중요함으로 짝 바꿈을 조심스레 부탁드렸으나 교사의 특권? 이라는 말로 기다려 달라고만 했다.

“선생님, 저 그렇게는 못 하겠습니다. 선생님이 국어, 수학 지금 어떤 의미로 말씀하시는 줄 알지만, 예준이 제가 영상 자료 보여 드렸다시피 할 수 있는 아이예요. 교실에서 불안하니까 급해서 친구 거 보고 쓴 커닝하는 행동이 부모로서 잘했다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장애아이가 눈치껏 하려는 행동을 사회성으로 우선 기특하게 봐 주실 순 없으셨나요? 그러고 나서 따로 아이를 불러서 옳지 못했다고 야단을 치실 순 없으셨나요? 아이들 보는 데서 칭찬 스티커 안 주시는 거로 상처 주셨다는 생각 안 해보셨어요? 따로 제게 아이가 이런 행동이 있으니 학습지 한 장 더 보낸다. 그러니 복습시키세요”라고 말씀 주실 수도 있지 않으셨나요? 또 제 아이가 돌아다니거나 수업시간에 혼잣말한 것도 아니라 하셨는데…. 왜 아이가 수업을 못 따라가니 무조건 내려가라 하시는 거죠? 저는 그리 못합니다. 저는 아이 학습을 목표로 보낸 게 아닙니다.” 그 순간 나 자신도 ‘내 혀가 미쳤나?’ 싶었다.

“예준이 어머니, 지금 뭐라고 하셨나요?” 지난 금요일 교실에서 저와 나눌 때와 얘기가 다르지 않습니까? “아뇨 선생님, 저는 도움 교실 보내는 거에 동의한 적 없습니다. 생각해보겠다고 했죠. 그리고 주말 동안 저, 충분히 생각했고 그래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나는 생각했다. ‘그래 내가 월요일 회의의 말과 행동 하나로 내 자식의 1년 견적이 나온다. 정신 차려! 교실 들어가서 지질하게 울지마! 넌 할 수 있어! 장애 엄마인 게 죄야? 내가 죄지었어?’라고. 내 안에 장윤경이 아닌 내 안의 예준 엄마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순간, 옆에 앉은 남편이 흥분한 내 손을 잡았다. “저, 선생님, 많이 힘드시죠? 예준이뿐만 아니라 이제 초 1학년 아이들 그리고 예준이 짝이 안타깝게도 ADHD라고 말씀하셔서 정말 힘드실 줄 알지만…. 그래도…. 저희 예준이 이제 입학한 지 이제 겨우 5일째인데 한 달 정도만 예준이에게 친구들 이름이라도 익힐 기회를 주실 순 없으실까요? 그래도 지도하시는데 너무 힘들다 하시면 그땐 저희도 도움교실도 고려해 보고 다시 회의하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저희 부부도 도움반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1:1로 도움도 받고 좋은 거 압니다. 다만, 이제 초등 1학년인 저학년이고 예준이가 외동이라 친구 만날 기회도 없고요. 지금 실무사 공익요원도 좀 더 심한 장애 친구들을 위해 예준이에게까지는 배정이 어렵다 하시니 자부담을 해서라도 활동보조 선생님 교실 지원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이 힘드시면 바로 교실에 지원시켜보겠습니다.”

특수반 선생님은 말이 없이 눈치만 살폈다. 그 순간 남편의 말 한마디가 3명의 여자의 전투 극을 조용히 덮자 담임의 깊은 한숨 소리와 함께 면담이 끝났다.

그 날 이후로 예준이는 1학년 2반 미운 오리 새끼가 되었지만, 나는 매일 늘 금방이라도 예식장에 뛰어갈 정장 차림으로 교문 앞을 당당히 지켰다. 때론 학교 급식 봉사에 녹색 어머니회, 도서봉사까지 누가 봐도 장애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았다는 이유로 슬픈 모습을 하지 않았고 학부모 총회에 공개수업 부모 강의까지 늘 참가했다. 학급 반 모임 시 자기소개할 때면 먼저 아이의 장애를 당당히 말하며 그들의 시선을 절대 두려워하지 않았다.

5월 석가 탄신일 하루 전 학교로부터 단체 문자가 왔다. 갑자기 담임 교사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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