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프랑스 철학자, 역사학자, 사회이론가 중 한 명으로, 권력, 지식, 주체성에 대한 비판적 분석으로 현대 사회과학과 인문학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의 사유는 구조주의, 포스트구조주의, 비판이론, 퀴어이론, 장애학 등 다양한 분야에 파고들며 기존의 ‘진리’, ‘합리성’, ‘인간’, ‘자유’라는 개념 자체를 해체한다.
그의 이론은 현대 사회가 어떻게 개인을 정상성과 비정상성으로 구분하고 통제하는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특히 그의 저작 『감시와 처벌』과 『광기의 역사』는 장애인의 정상화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데 핵심적인 통찰을 제공한다.
장애인의 정상화(normalization) 개념은 사회가 장애인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우해야 하는지에 대한 역사적 변화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초기에는 장애인이 주로 보호와 자선의 대상으로 여겨졌으나, 점차 이들을 사회에 통합하고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보편화 되고 있다.
정상화의 개념은 20세기 중반 덴마크의 사회복지학자 벵트 니리에(Bengt Nirje)에 의해 체계적으로 제시되었다. 니리에는 장애인이 가능한 한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애인을 격리된 시설에서 보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반 사회 속에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접근법이었다.
1970년대 스웨덴의 볼펜스베르거(Wolf Wolfensberger)는 니리에의 개념을 더욱 발전시켜,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역할을 강조하는 ‘사회적 역할 가치화(Social Role Valorization)’ 이론을 제안하였다. 볼펜스베르거는 장애인이 사회적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인정받고,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정상화 이론은 국제적으로 장애인 인권운동과 맞물려 확산되었으며, 1981년 UN이 정한 ‘국제장애인의 해’ 선포와 이후 다양한 국제적 협약과 정책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정상화 개념은 장애인 복지정책, 교육정책, 고용정책 등 전반에서 장애인의 사회적 통합과 자립을 촉진하는 핵심 원칙이 되었다.
그러나 정상화 개념의 발전 과정에서 비판적 관점도 제기되었다. 특히, 장애인을 사회가 규정한 ‘정상’의 틀에 맞추기 위해 지나친 압력을 가할 수 있으며, 장애인의 고유한 정체성과 차이를 무시하고 비장애인의 기준에 맞추도록 강요할 위험이 지적되었다.
따라서 현대의 정상화 개념은 장애인이 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사회가 장애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장애인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사회적 환경과 제도적 변화를 촉진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하는 포용적 사회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의미를 지니고 시작되고 발전한 장애인의 정상화 개념에 대해 『감시와 처벌』에서 푸코는 근대사회가 개인을 규율화하고 통제하는 메커니즘으로서 ‘정상화’를 제시한다. 정상화는 단순한 기준 설정을 넘어 개인의 신체와 정신을 미세하게 통제하고,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정상적 신체'로의 재구성을 강요하는 과정으로 표현하고 있다.

미셸 푸코의 대표적인 저작인 감시와 처벌 그리고 광기의 역사. Ⓒ 김경식
장애인은 정상성이라는 규범에서 벗어난 존재로 간주되며, 사회는 이들에게 ‘교정’을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개입을 가한다. 장애인 복지제도와 재활 프로그램은 장애인의 신체와 행동을 정상적 범위로 맞추기 위한 규율적 권력의 실천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저작인 『광기의 역사』에서 푸코는 근대 이후 정신병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광기와 이성을 구별 짓고, 광인(狂人)을 사회적 격리와 치료의 대상으로 만들어왔는지 분석한다.
이 구별 짓기는 장애인을 포함하여 사회적으로 '비정상'으로 간주되는 모든 개인에게 적용된다. 장애인은 사회적 합의에 의해 정의된 '정상'에서 벗어난 이질적 존재로 분류되며, 사회의 ‘정상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관리와 배제의 대상이 된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의 주체성과 고유성은 무시되고, 사회적으로 용인 가능한 형태로 변형되거나 배제된다.
푸코의 관점에서 정상화는 자율적 삶의 보장이 아니라, 사회의 규율적 권력에 의한 통제와 복종의 연장이다. 장애인을 정상적 신체와 행동 양식으로 교정하려는 시도는 장애인의 삶을 권력 관계의 한 축으로 위치시키고, 사회적 합리성이라는 이름 아래 끊임없는 감시와 개입의 대상으로 만든다.
따라서 푸코를 통해 바라본 장애인의 정상화 과정은 단순한 치료나 복지적 지원이 아니라, 권력에 의한 정교한 통제와 관리의 메커니즘이다. 장애인의 진정한 해방은 정상성이라는 사회적 규범 자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해체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이와 같이 푸코의 시선에서 비판적 관점을 낳았던 장애인의 정상화(normalization) 개념이 사회적으로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개선, 법적·제도적 지원, 그리고 구체적인 실천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자립생활을 촉진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은 정상화 개념 보편화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장애인을 단순히 보호나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바라보는 인식 변화는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장애 인식 개선 교육 프로그램과 장애 체험 활동 등은 비장애인에게 장애인의 삶과 권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편견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법적·제도적 지원은 장애인의 정상화 개념 보편화에 필수적인 기반이다. UN의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장애인의 완전하고 동등한 권리 보장을 국제적으로 공인한 중요한 법적 틀이며, 이를 통해 세계 각국은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과 정책을 제정하도록 권장 받고 있다. 국내적으로도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복지법 등 다양한 법률과 제도가 제정되어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평등을 촉진하고 있다.
아울러, 구체적인 실천과 정책적 지원을 통해 정상화 개념은 현실에서 구현된다. 이를 위해 장애 친화적 환경 구축, 보편적 설계(Universal Design)의 확대, 접근 가능한 정보 제공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장애인의 교육과 고용 기회 확대, 자립생활 지원 서비스 강화 등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정상화 개념이 사회 전반에 완전히 정착되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편견, 접근성의 한계, 불충분한 자원 지원 등 지속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존재한다. 따라서 앞으로 장애인의 정상화 개념을 더욱 확고히 하고, 장애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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