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입구. ⓒ이원무
【에이블뉴스 이원무 칼럼니스트】지난 18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안정적인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운영을 위한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기관이 장애인복지시설로 분류되지 않아 전문성 있는 종사자 부족하고, 내부 운영시스템에 대한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라며, 김 의원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장애인복지시설 중 하나로 명시하고, 기관 종사자에게 장애인 학대 등을 알게 될 시 신고 의무를 부과하게 했다는 게 그 내용이다.
사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중앙이나 지역이나 예산 부족으로 인력 채용을 기간제로 하는 등 불안정한 고용에 옹호 인력의 전문성을 기대한다는 게 어려웠다. 만약 이 기관을 복지시설로 하게 되면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지는 등 옹호기관 운영에 있어 안정성은 생길 거고, 이를 통해 옹호 인력의 처우 개선 및 전문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을 터니 말이다.
그런데 장애인복지시설의 목적을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57조 1항에 보면 기능회복과 사회적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장애인복지시설의 목적이라 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기능이란 자본주의 사회에 필요한 기능이고, 사회적 향상과 관계된 사회성이라는 게 다양성이 빠진 차별적인 개념이다. 그러니 이는 신경전형적, 다시 말하면 비장애 중심의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요, 권익옹호의 본연의 기능인 차별시정과는 거리가 멀다.
권익옹호기관에서 중요한 건 ‘차별시정’ 그리고 ‘견제와 감시’ 기능이다. 그런데 시설이란 데가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부정하고, 시설 관계자들 말을 듣지 않으면 언제든 폭력과 착취, 학대가 일어날 수 있는 구조를 지닌 곳이라, 장애인차별을 조장하는 데라는 건 누구든 알지 않나?
만약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장애인복지시설에 포함시킨다면, 시설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해 ‘견제와 감시’는커녕 ‘차별시정’은 더욱 어려워질 거다. 시설에서 폭력, 착취, 학대 발생 시 이를 드러내기는커녕 은폐하는 데 바쁘며. 피해자 중심의 지원 부족은 여전한, 즉 권익옹호는 사실상 없는 말뿐인 장애인권익옹호기관으로 변질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개정안은 (시설 등에)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장애인권리협약 16조 3항에 사실상 위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당사국은 모든 형태의 착취, 폭력 및 학대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독립적인 기관이 장애인에게 제공되도록 고안된 모든 시설과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것을 보장한다.
한편, 지난 3월에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한 조사관이 쉼터에 입소한 10대 지적장애 여학생들을 수차례 성추행한 게 계기가 되어 기관 종사자에게 장애인 학대 등을 알게 될 시 신고의무 부과하라는 내용을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에 포함시킨 걸로 안다. 물론 기관 내부 관리가 느슨해 고민 끝에 그런 결정을 내린 김 의원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당연 감독은 필요하다.

2017년 2월 27일 당시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현판 제막식 후 현판 앞에서의 내빈들과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 모습. ⓒ이원무
하지만, 권익옹호기관을 이 기관의 독립성을 해치는 시설에다 포함시키면서 국가 통제하에 기관 감독으로 이어지는 건 부적절하다. 마치 언론사 내부 문제 때문에 언론을 정부 부처 산하로 두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 않겠는가? 국가 통제하에 감독하면, 오히려 기관의 독립성, 자율성 침해는 물론 관료주의와 소극적 업무 태도를 심화시키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 등의 내부 조사관, 직원 등이 성추행 등의 인권침해 문제 연루될 시엔 차라리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내에 윤리위원회를 설치해, 그곳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본다. 이때 윤리위원회는 시설 등과 독립적인 구조여야 하며, 인권 감수성과 전문성 있는 위원들로 구성되고, 반드시 장애인 당사자들이 과반수 포함돼야 한다. 이외에도, 외부 민간기구 통한 정기 평가 등도 고려해볼 수 있을 거다.
더군다나 독립적 조사 시스템과 신고자 보호는 권익옹호기관에 필요하다. 그러기에 장애인 학대 사건 발생 시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조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물론 인권침해 신고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체계를 정교히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권익옹호라는 건 아까도 말했듯 차별시정 기능이라 했고, 차별과 권리 구제에 대해서는 법무부 전문영역이다. 그러므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차별시정’에 중점을 두며, 법률서비스를 하는 법무부 산하의 독립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독립적 기관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법무부에 장애인권국이 설치되어 있지 않고, 장애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게 법무부라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법무부 산하로 둔다는 것도 지금 상황에선 시기상조다.
그러기에, 일단은 보건복지부와 법무부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공동으로 담당하고, 법무부에 장애인권국 설치되는 걸 첫 번째 단계로 한다. 그런 다음 법무부가 혼자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담당할 정도로 장애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면, 이 기관의 담당 정부 부처를 법무부 단독으로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도록 로스쿨 교육과정 등에 장애인권리협약,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 사법접근권 등 장애 관련 과목 이수를 필수화하고, 그 과정에서 훈련을 체계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법관, 검사 등 사법기관 공무원 등에게도 장애 유형별 수사 및 편의제공, 장애인의 법적 권리와 사법 접근권 등에 대해 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을 반영한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외에도 국가, 지자체에선 학대 발생 시 초동수사, 응급조치 후 쉼터로의 입소, 쉼터 이후 자립 지원체계 등을 담당하고,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이런 걸 감독해 국가, 지자체의 기능을 개선·권고하도록 해야 한다. 이 기관과 국가·지자체 간의 역할 분리가 명확해야 한다는 거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발달장애인지원센터 권익옹호팀 간의 분명한 역할 정립 및 논의도 필요하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질의 모습.ⓒ김예지의원실
더불어 기재부의 인식 제고를 통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예산을 증대시키도록 하는 조치 또한 필요함을 말해둔다. 예산증대를 통해 권익옹호 인력의 처우를 개선해 전문성 제고를 도모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종합하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장애인복지시설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이번 김 의원의 개정안은 장애의 주류화가 안 되고 장애인 하면 보건복지부가 맡아야 한다는 인식과 팽배한 장애 혐오, 그리고 자립보다는 시설수용에 예산을 압도적으로 투여하는 우리나라의 씁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를 비준하는데 주도적이었던 김예지 의원이었기에 이번 안은 솔직히 의아스럽고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기관 예산증대는 물론이고 시설과 독립적 구조를 가지며, 독립적인 조사 권한과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내부 감시 기능을 갖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기능 개선 입법안을 추진하도록 이제는 장애인 당사자를 필두로 기관 종사자, 전문가, 장애인단체, 시민사회 단체의 지혜를 모으고 장애인 권리 증진에 대한 입법부의 성찰과 법안 추진이 필요한 때다.
그래서 장애인 보호 기능이 국가와 옹호기관에 혼재돼있는 현실을 극복하고, 옹호기관이 오로지 차별시정에 전념하는 독립적 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말이다. 아울러 예전에 울산광역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운영을 장애인거주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에 위탁한다고 했을 때 장애계에서 거세게 반대했던 이유를 입법부에서 잘 생각해보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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