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 기장군 관내 투표소 및 사전투표소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4‧10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레일 버튼형 특수기표용구의 사용법을 선거사무원조차 모르거나 경사로에 차가 주차돼 있어 휠체어 이용자는 투표소에 진입하지 못하는 등 문제점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기장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기장IL센터)는 지난 10일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와 관련해 기장읍, 장안읍, 정관읍, 일광읍, 철마면 등 기장군 관내 48개 투표소와 5개 사전투표소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전수조사에 앞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기장권역 투표소 장애인참정권 사전 조사표’는 투표소 휠체어 접근성 여부 등 10개의 세부 문항으로 구성해 기장군선거관리위원회(이하 기장선관위에 질의했으며 선관위에서 답변한 회신서를 토대로 장애유형별 당사자가 직접 투표소를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사례로 구성했다.
먼저 근력이 약하거나 손떨림이 있는 유권자를 위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 도입된‘레일 버튼형’ 특수기표용구의 경우는 투표소에 배치된 선거사무원조차 사용법을 몰라 사용 설명서를 본 후에야 기표용구를 투표용지에 결합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투표용지를 받은 중증뇌병변장애인 당사자가 투표를 하기 위해 기표소에 들어가 레일 버튼형 특수기표 용구를 사용하니 너무 뻑뻑하여 아래로 잘 내려가지 않았으며, 겨우 내려 투표용지에 본인이 원하는 후보에 칸을 맞추어 기표하고자 버튼을 누르니 투표용지에 제대로 기표가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투표사무원이 기표소에 들어와 장애인 유권자의 손을 잡고 기표하는 장애인의 투표에 관여하는 일이 있었다.
중증뇌병변장애인 당사자는 “평소 손에 힘이 없어 투표 때마다 내 소중한 한 표가 무효로 처리될까 봐 두려웠는데 이번 투표부터 레일 버튼형 기표용구가 도입돼 기대를 안고 사용해 보았지만, 오히려 더 불편했다”며, “내 소중한 한 표를 투표사무원한테 보여준다는 것에 대해 마치 치부를 보여주는 듯했다”고 밝혔다.
장애인화장실이 남녀공용이고 여자화장실 내부에 장애인 칸에 마련돼 있는 부산 기장군 정관읍행정복지센터. ©기장장애인자립생활센터
또한 기장군 정관읍행정복지센터 2층 투표소의 경우 장애인 화장실이 남・여 공용으로 돼 있었으며 특히 장애인 화장실이 별도로 마련돼 있는 것이 아니라 여자화장실 내에 공용 화장실이 있어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남자 장애인이 화장실을 사용할 경우는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서 끝에 마련된 ‘장애인칸’을 이용하여야 하는 구조로 돼 있었다.
정관읍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남자 화장실 출입구에 턱이 있어 휠체어 진입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남자장애인이 화장실을 사용할 경우에는 여자화장실 내 장애인 칸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1층에도 장애인 화장실이 있지만 출입구가 너무 좁아 휠체어 진입이 불가능하다” 고 말했다.
실제로 기장센터 휠체어 이용 남자 모니터단원이 화장실을 이용할 때 여자 화장실칸을 지나서야 남・여 공용으로 된 화장실을 이용이 가능했으며 남성장애인이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야 했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 주민자치센터 투표소는 경사로 입구에 차가 주차 되어 있어 휠체어 진입이 불가능한 모습. ©기장장애인자립생활센터
기장군 철마면 행정복지센터의 경우에는 투표소 입구 진입 경사로에 자동차가 주차돼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 유권자가 투표장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기장IL센터 관계자는 “이 구역은 주차구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진입로까지 막으면서 주차를 한 차주의 장애감수성 부재도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투표소에서 주차를 안내하는 보조원조차도 이런 상황을 사전에 방지를 못 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투표 전 권역별 선거사무원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기장권역 투표소의 장애인 참정권 환경은 휠체어 등 이동약자를 위해 설치된 임시경사로가 경사로의 기울기, 길이, 폭 등 법적 기준을 잘 준수했으며 수어 통역사 배치 등 장애인참정권 행사를 위한 기장군선거관리위원회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하지만 앞서 언급한 투표 보조기구의 사용법 교육, 이동약자의참정권 행사를 위한 투표 장소 선정에 대한 노력, 투표사무원의 장애감수성 향상을 위한 사전교육 미시행 등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꼬집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