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은 정부가 정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이 장애인의 수많은 차별과 억압을 은폐시키는 날로 기능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모든 차별에 맞서 함께 싸워나가는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2002년부터 장애·인권·노동·사회단체들이 참여하고 연대하는 공동투쟁기구다.
매년 최옥란 열사 기일인 3월 26일 출범식부터 노동절 5월 1일 해단식까지 장애인차별철폐를 요구하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도 3월 26일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로’라는 슬로건 아래 출범했다.
이들은 '장애인의 날'을 앞둔 19일 ‘제23회 420장애인차별철폐의날 1박2일 집중결의대회’ 를 갖고, 다양한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오전 10시 30분에는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와 ‘서울시의회 탈시설 지원 조례 폐지안 부결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오전 10시 30분에는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서울지부와 ‘서울시의회 탈시설 지원 조례 폐지안 부결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2022년 7월 11일 공포·시행된 ‘서울특별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이하 탈시설 조례)는 장애인을 수동적인 보호의 대상에서 자율적인 인권의 주체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장애인 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추세임을 반영하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 조례는 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탈시설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해 탈시설에 대한 시장의 책무와 기본계획, 탈시설 정책 민관협의체 구성 및 운영, 탈시설 지원 사업 범위 및 예산 지원 등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서울특별시의회가 지난달 21일 탈시설 조례 폐지의 주민조례 청구를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과 ‘서울특별시의회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조례’에 따라 수리함에 따라 탈시설 조례는 폐지의 기로에 놓이게 됐으며 19일부터 5월 3일까지 15일간 진행되는 서울시의회 제323회 임시회에서 심의하고 표결된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오늘로 탈시설 조례 폐지안이 의사일정을 밟게 됐다. 이 폐지안은 얼마나 문제적인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중증장애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명백한 중증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폐지안을 찬성하는 이들은 의사표현이 불가능하고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돌봄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을 시설에서 추방함으로써 탈시설이 인권침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맞는가. 돌봄이 필요하다면 돌봄을 확대해야 하지 않겠는가. 서울시민의 권리를 보장할 책임이 있는 서울시의회는 그 책임을 다하라. 탈시설 조례 폐지안 즉각 폐기하라”고 외쳤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오후 1시 서울시청 서편에서 ‘420전국집중결의대회’를 개최했다.©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오후 1시 서울시청 서편에서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의 ‘420전국집중결의대회’가 열렸다.
부모연대는 그동안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강력히 요구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책의 총체적 부재 속에서 돌봄의 책임은 여전히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으며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들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인간다운 삶 보장'을 요구하며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의 전부 개정을 비롯해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권, 노동권, 건강권, 교육권의 보장을 촉구했다.
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4월 20일 정부가 이야기하는 장애인의 날이다. 마치 축제의 장인 것 같다. 당사자와 가족들의 삶은 365일 허덕이며 살고있는 데 정부는 마치 엄청나게 잘하는 것처럼 꾸미고 있다. 물론 6월부터 약 1만 3,000명을 대상으로 최중증 발달장애인 종합 돌봄 서비스를 시작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26만 5,000명의 발달장애인 18만의 성인 발달장애인은 갈 곳이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현 정부는 민생, 민생 이야기 하는데 발달장애인 자립에 대한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어느 민생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부모 없는 세상에서 혼자 독립할 수 있는 세상 이제 이뤄져야 한다. 대한민국이 발달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힘차게 투쟁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오후 2시서울시청 서편에서 본 대회인 ‘제23회 420장애인차별철폐의날 투쟁 전국 결의대회’를 진행했다.©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오후 2시에는 서울시청 서편에서 본 대회인 ‘제23회 420장애인차별철폐의날 투쟁 전국 결의대회’가 진행됐다.
420공투단은 21대 임기가 남은 국회에서 장애인 권리 4대 법안인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장애인평생교육법', '중증장애인노동권보장특별법'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또한 21대 국회에서 입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4년간 국회를 이끌어갈 22대 국회에 ‘장애인 권리 4대 법안’을 1년 내로 제정할 것을 요구하며 각 정당 당대표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권달주 상임공동대표는 “우리는 23년 동안 장애인의 날이 아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위해 똑같은 이야기를 오늘까지 해오고 있다. 그래서 또 오늘부터 1박 2일 동안 결의대회를 통해 장애인 권리 입법과 장애인 권리 예산이 왜 필요한지를 알리고 외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달에 21대 국회의 임기가 끝난다. 그전까지 장애인 권리 입법 반드시 이뤄내고 다음 22대 국회에서는 그 입법을 통해 장애인 권리 예산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며 “장애인의 권리가 살아나는 대한민국 복지정책 실현을 위해 함께 싸우자”고 외쳤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420장애인차별철폐의날 투쟁 전국 결의대회를 마친 이후 서울시청 서편에서 혜화역까지 행진하고 있다.©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이날 420장애인차별철폐의날 투쟁 전국 결의대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연합 서미화 당선인은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은 전두환 정부 시절 1년 중 가장 비가 안 오는 날이라 지정된 날로 알고 있다. 365일 내내 시실이나 집에만 있다가 이날 하루 집 밖에 나와 즐겁게 놀다가 가라는 날이다. 44년 전 그때와 지금은 달라졌을까. 그렇지 않다. 여전히 장애인의 날은 시혜와 동정의 날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63빌딩에서 ‘함께하는 길, 평등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멋들어진 슬로건을 내걸고 행사를 했다. 말로만 함께, 평등이다. 실제로는 장애인은 여전히 차별받고 배제되고 있다”면서 “제가 22대 국회 들어가게 된다면 지체하지 않고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시대를 만들어 나가겠다. 장애인 권리 입법 반드시 제정해 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본 대회를 마친 이들은 서울시청 서편에서 혜화역까지 행진했다. 이후 혜화역 2번 출구 인근 대학로에서 오후 4시 30분 ‘돌격, 국회로! 장애시민 국회 돌격 대회’와 오후 5시 30분 ‘420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촉구 대회’를, 오후 8시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문화제 ‘그럼에도 끄떡없이’를 실시할 예정이다.
다음날인 20일에는 오전 8시 ‘제1차 출근길 지하철 승강장 다이인(die-in)’과 오전 10시 ‘제23회 420장애인차별철폐의 날 마무리 결의대회’를 진행하며 1박2일 집중결의대회를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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