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에도 오만 가지 생각을 하며 삽니다. 그중 어느 한 생각을 허공에서 끌어내려 내 손 앞에 앉힙니다. 기록합니다. 그 순간 생각은 단단한 돌이 되어 내게 박히고 다른 생각들은 먼지가 되어 날아갑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가지 건물을 지나치며 삽니다. 그중 어느 한 건물로 들어갑니다. 카메라를 댑니다. 순간 건물은 어느 것(thing)이 아니라 나의 ‘자’(SOME ONE)가 됩니. 다른 건물들은 돌 무더기 되어 그냥 서있습니다.
유튜브 중 신박한 제목을 보았습니다. "궁금한데 가보자"
궁금-호기심-이야말로 모든 콘텐츠가 사람을 유혹하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가보는 곳은 다양합니다. 박물관은 기본이고, 각종 갤러리, 문화인 기념관, 생가, 국내외를 가리지 않습니다.
패턴은 단순합니다. 내가 어느 건물 앞에 섰다. 궁금하다. 들어간다. 카메라를 댄다.잔잔한 음악이 깔리고, 자기 ‘자’(SOMEONE)가이 된 건물을 조근 조근 설명한다.(여자 목소리여서 운영자를 ‘그녀’라고 칭합니다.)
그러다 탈격을 발견했습니다. ‘(서울 용산) 국립 중앙 박물관 특별 전시: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상형 토기와 토우 장식 토기 전’입니다.
건물로 들어가자 6백년전 신라와 가야시대 토기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도도해 보이는 것도 있고, 점잖아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아름다움도 없고 그저 제게는 밍밍했습니다.
600년전 토기, 뭐 볼게 있겠습니까? 그저 살다가 심심하니까 흙장난 한 것 이날까요? 근데 해설이 안 나옵니다. 조용합니다. '이상하다' 하면서 몇 분을 더 가니 600년 전, 신라와 가야의 유물들사진 옆에 특별한 동행의 의미 등 자막이 나와도 그저 조용합니다.
그렇게 4분이 지나자 지금까지 제게 ‘어느 것’(thing)으로 존재하던 유물들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자막이 나오면서 입니다.
‘그들은 생각을 했구나, 언제 어디에 있든 외롭지 않기를’
박물관에 들어 간 그녀는 상형토기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우리에게 말할 틈이 없었던 겁니다. 세상 모든 것들은 우리가 말 걸면 대답하게 되어 있습니다. 대화를 하다 보면 ‘것’(thing)들은 생명을 얻어 ‘자’(someone)가 되어 은 우리에게 손짓으로 몸 언어를 쓰는 신비한 관계를 맺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특별 전시: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에 전시된 600년전의 토기배 . ©김경숙
배 모양의 토기와 친해진 후후 그녀는 눈물흘리며 말합니다.
‘너는 끝내 배를 타고/나는 끝없는 울음을 토해내는구나,/저어라 저어라 ∼∼/힘듦도, 아픔도, 애 닯음도 없는/그곳으로 /뒤돌아보지 말고 /저어가거라.’
상형 토기는 이미 그녀에게 생명체가 되었습니다.서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토기배에 탄 사람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데도 그녀는 그 사람들이 떠나려고 나서서 보따리 내려놓고 멀리 가는 옷차림이 보이니 울며 배웅합니다.
이미 그 토기 들은 600년 전의 것이 아닙니다. 그녀와 동시대에 존재합니다.이제 그녀는 600년과 서울-경남 거리를 뛰어넘어 세상 모든 자(someone)들이 손짓하며 다가와 함께 하는 신비를 누렸습니다. 삶의 폭과 깊이가 더해졌습니다. 그 만남을 지켜보는 우리도 그녀와 같이 삶의 폭과 깊이가 더해 집니다. ‘그래요. 가는 뱃길 바람 조용하길 빕니다. 어디로 가시든 그곳에서 행복하소’
오만가지 물건을 만나며 무의미한 ‘것’들이었는데 '궁금한데 가보자' 운영자 덕분에 새 세상을 만났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수백개 건물을 지나칠 겁니다. 그때 어느 곳이든 궁금한 곳 보이거든 들어가보시면 어떨까요?
누구나 핸드폰을 가지고 계시니 맘만 먹으면 사진찍는 것 가능합니다. 건물과 친구되셔서 더 넓게 세상 살아보시면 좀 신나지 않을까요? 오늘 그녀는 어느 곳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을까요?
그저 건강하셔서 세상 만물과 친해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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