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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 전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의 기본 취지는 교통약자들의 이동권은 편의를 봐주는 대상이 아닌 기본권으로써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일상적 생활 및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하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국가가 책임지고 강제성을 가지고 보장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개정 법률안은 22대 국회 1호 법안이라는 상징성 만큼이나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법안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2001년 지체장애인 노부부가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에 탑승하여 이동중 추락하는 사건을 계기로 이슈화되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장애인 단체들의 투쟁과 노력으로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부각 되기 시작했고, 교통약자법과 같은 법안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장애인의 독립적 이동은 여전히 어려운 상태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 장애인들이 탈 수 있는 저상버스나 택시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고, 시각장애인들은 버스번호와 탈 수 있는 위치조차 파악하기 어려워 버스 이용은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경사로, 엘리베이터 설치, 점자블록 설치, 음성 안내기 설치 등 아직도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필요한 것들은 많다. 최근까지도 장애인들의 지하철 출근길 투쟁과 같은 이동권 쟁취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이다.

서미화 의원이 발의한 교통약자법 전부 개정안은 그런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동권을 기본권으로써 명확하게 개념화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을 포함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예산 및 관련 지원을 강화한다던가, 처벌규정 등을 통해 강제성을 갖게 한다 던가 하는 점에서 이 법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지금보다 진일보시킬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여전히 아쉬움은 있다.

장애인의 이동권과 관련하여 가장 어려움을 겪는 장애 유형은 대표적으로 시각장애와 지체장애가 있다. 교통약자법 전부 개정안이나 이 법에 대한 국회 토론회 자료집을 보면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을 위한 저상버스 도입 및 운영에 관련된 문제와 같은 내용은 비중 있게 다루고 있으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내용은 단순하게 음성안내기를 설치한다라고만 되어 있다.

현재 시각장애인들이 독립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택시가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지하철의 경우 독립 보행이 충분히 훈련된 시각장애인들은 익숙한 지하철역에 한해 그나마 이용할 수 있지만 역사 내에 방향을 알려주는 표지판의 음성신호기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단순 출구에만 설치되어 있기도 해서 처음 가는 역에서는 헤매기 일쑤다. 또한 지하철의 목적지에 따른 플랫폼 안내도 음성신호기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 지하철 타는 것도 역무원이나 주변 시민들의 도움 없이는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버스의 경우 버스가 서는 위치가 제각각인 것은 물론 도착한 버스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 몇 번 버스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에게 버스는 이용할 생각조차 못 하는 교통수단이다.

미국이나, 일본 호주 등의 나라의 경우 시내버스가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여 문이 열릴 때 ‘어느 방향으로 가는 몇 번 버스입니다’라고 음성안내가 된다. 일본의 경우 버스가 정차하여 탑승하는 위치가 정해져 있어 점자블록으로 안내가 되어 있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블록을 따라 해당 버스 타는 위치에 서 있으면 해당 위치에 버스가 서면서 어느 방향 몇 번 버스인지 음성안내가 버스에서 나오기 때문에 인식하고 탑승하기가 편리하다. 또한 흰지팡이를 들고 있으면 운전기사가 시간을 충분히 두고 대기하거나 직접 안내를 하기도 한다.

시각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들 나라처럼 구체적이고 명확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휠체어 이용 지체장애인에 못지않게 이동권의 제약이 많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논의되고 법안 및 제도 개선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

10월 15일은 흰지팡이의 날이다. 세계시각장애인연합에서는 “흰지팡이의 날은 전 세계 시각장애인들이 의존적인 삶에서 벗어나 사회에 완전히 참여하는 자립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을 기념합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이동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적용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이동권 정책은 휠체어 이용 장애인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시행되고 있다. 장애의 영역을 넘어 모든 장애인이 그리고 모든 국민의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보다 폭넓은 논의와 제도개선이 요구된다.

*이 글은 유병규 시각장애인학습공동체 이도 감사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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