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코앞서 천막농성, 칼 빼든 전장연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투쟁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11-2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1일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을 상대로 장애인권리예산을 압박하며, 대통령실과 가장 가까운 4호선 삼각지역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1년여간 투쟁해온 ‘장애인권리예산’을 반드시 못 박겠다는 ‘끝장 투쟁’ 의지다.
당초 전장연은 숙대입구 방향 1-1 승강장에 천막을 치려 했으나, 서울교통공사 측의 안전사고 우려 문제로 지하 1층대합실에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전장연 활동가들은 경찰‧서울교통공사 측과 극심한 충돌을 빚기도 했다. 천막농성은 내년도 예산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1년간의 투쟁, 상임위 ‘일부 반영’ 그러나…
전장연은 지난해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을 시작으로 장애인 이동권‧노동권‧탈시설 권리‧교육권 등이 담긴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해달라”면서 총 46차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펼쳐왔으며, 이와 더불어 이날 오전까지 133차 삭발결의식도 이어왔다.
그 성과로 국회 상임위가 움직였다. 보건복지위원회는 활동지원 수가 1만7000원 인상, 탈시설 장애인 활동지원 추가 시간 240시간 등을 반영해 정부안 대비 총 6358억여 원의 예산을 증액했다. 국토교통위원회 예산심사소위 또한 장애인 이동권 예산 총 973억여 원을 증액했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근로지원인을 1만명에서 1만2000명 확대에 따라 정부안 대비 256.4억원을 증액해 예결위로 넘겼다. 반면, 교육권과 관련한 예산은 상임위인 교육위원회 회의 파행으로 불투명하다.
장애인권리예산이 ‘일부 반영’된 상황 속, 최종 예산안을 심사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가 진행되고 있다. 예결위에서는 정부 원안에서 원점부터 다시 심의되기 때문에,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의 동의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여당 상대로 ‘끝장 투쟁’, 지하철시위 경고
전장연은 장애인권리예산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을 상대로 칼을 빼들었다. 천막농성은 이날을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는 날까지 이어진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은 내달 2일이다.
이 기간 매일 오전 8시 삭발결의식과 더불어 오전 8시, 오후 2시 지하철 선전전을 하루 두 차례 이어간다. 단, 지하철 연착 우려가 있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는 멈춘다.
또한 이 기간에 국회 여야 예결위원을 만나 장애인권리예산 확보를 호소하며, 매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와 주호영 원내대표를 찾아가 면담 요청도 할 예정이다. 시민들을 상대로 한 ‘장애인들의 21년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 주십시오’ 라는 대시민 서명전도 함께 한다.
만약 장애인권리예산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12월 2일 오전 7시 30분 ‘제47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투쟁을 재개할 것도 경고했다. 이날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1주년이 되는 날로, 세계장애인의 날(12월 3일)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하다. 전장연은 12월 1일부터 2일까지 1박2일 전국 집중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지하철 기었던 간절함을”, “더이상 콩고물 원하지 않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게 외칩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울지 않고 서민들이 웃을 수 있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장애인권리예산을 만들어주십시오.”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1년간 시민들에게 많은 욕을 먹어가면서 지하철 타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권리예산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고 국회에 넘겼다. 상임위에서 조금 올렸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라면서 “지하철을 기면서, 시민들과 충돌하면서 외쳤던 간절함을, 국회와 정치, 기획재정부가 확실하게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양영희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대표는 “17일부터 시작해 예산 심의가 시작되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마지막에 콩고물 던져주듯 던져주는 것이 복지예산이다. 더 이상 콩고물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당당한 권리로서 인간답게 권리예산을 쟁취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아무리 국회 상임위에서 증액하더라도 예결위에서 한 번도 상임위에서 증액한 예산이 통과된 적 없다고 하지만, 우리의 21년 외침이 무모하고 헛되지 않게 이날 농성을 시작한다”면서 “언론이, 시민이, 정치인이 장애인들이 떼를 써서 예산을 요구한다고 모욕하지만 우리는 당당하게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농성에 임하는 투지를 보였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당초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승강장에서 천막을 치려고 했으나 안전사고 문제로 지하 1층으로 옮기기로 했으며, 어떠한 손배소도 하지 않겠다고 협의했다”면서 “예결위가 우리의 요구를 반영할 때까지 함께 농성투쟁을 펼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