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장 모의재판 ‘장애인차별’ 벌금형
산하 경찰서 30% 승강기 미설치…장애인 접근 불가
‘악의적 차별’ 1년 구형 vs '장애인 편의 노력 중' 무죄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8-29
“피고인 김광호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장애인차별’ 혐의로 벌금 3000만 원에 처한다”
29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모의재판에서 판사를 맡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조영선 변호사는 서울경찰청장이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고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앞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하며 지하철 시위와 도로 점거 등으로 인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서울 시내 6개 경찰서(혜화, 용산, 종로, 남대문, 영등포, 수서)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았다.
전장연은 지난달 14일 혜화경찰서, 19일 용산경찰서 25일 종로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자진 출석했으나, 이 3개 경찰서에 승강기가 없다며 사실상 조사를 거부했다.
이번 모의재판은 전장연의 시위에 관해 불법시위라며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 사법처리’하겠다는 서울경찰청장이 오히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수십년째 어기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에게 알리고자 마련됐다. 서울 산하 경찰서 32곳 중 10곳 ‘장애인 접근 불가’이날 모의재판의 검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 교수 김남희 변호사는 첫 번째로 “서울경찰청의 차별행위가 너무 많은 사람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경찰서 등에 사법행정사무를 위해 매일 드나드는 수백 명의 민원인, 고소인, 고발인, 피의자, 변호인 중 장애인, 노약자, 기타 보행이 불편한 사람들이 있을 것인데 서울 산하 경찰서 32곳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무려 10곳의 경찰서에 승강기를 설치하지 않고 있으며, 특히 용산경찰서는 경사가 높아 접근 자체가 힘들다는 것.
검사 측 증인으로 나선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은 “이전에 혜화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을 때 승강기가 없어 1층에 따로 마련된 공간에서 조사를 받았으나 경찰이 서류 등을 가져오기 위해 몇 번이나 2층, 3층의 조사실을 갔다 오는 것을 반복해 제대로 된 조사를 받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우리는 왜 비장애인과 경찰서를 이용할 수 없는가. 장애인편의증진법이 제정된지 20년 이 넘었고 장애인권리를 위해 투쟁한 지 21년이 지났다”면서 “편의시설을 갖출 수 있음에도 방치하고 있는 것은 명확한 장애인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차별행위의 심각성·고의성·지속성·반복성…징역 1년 구형두 번째로 제기된 공소사실은 서울경찰청의 장애인 차별행위의 고의성, 지속성 및 반복성이다.
김남희 변호사는 “차별행위를 할 경우에도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을 경우 차별로 보지 않을 가능성도 있으나 경찰서 외부승강기 설치 비용은 4억 원으로 10개의 경찰서 모두에 설치해도 전체 금액은 40억 원이다. 이는 경찰청 2021년 예산인 12조 원의 0.03%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1년 예산의 0.03%, 1만분의 3에 불과한 금액을 투자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이 경찰서들은 장애인편의증진법이 제정된 지 24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지 14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러한 차별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차별행위가 명백하게 고의적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차별 피해자인 장애인들이 이를 문제 제기하는 집회를 한 것과 관련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사법처리를 하겠다’고 발언한 서울경찰청장의 행위는 차별 피해자에 대한 보복적인 성격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모의재판의 검사 김남희 변호사는 이러한 차별 행위의 심각성, 고의성, 지속성 및 반복성, 차별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수많은 피해자의 사정을 고려해 피고인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장애인등편의법·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아냐” 무죄 요구
피고 김강호 서울경찰청장의 변호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장서연 변호사는 피고인의 행위는 악의적 차별행위가 아니라고 변호했다.
먼저 피고인이 서울청 관할 10곳의 경찰서에 승강기 등을 설치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용산경찰서의 경우 장애인등편의법이 제정되기 전인 1979년에 완공된 건물로 장애인등편의법 상 승강기 설치 의무에서 제외 되는 곳이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3항은 금지된 차별행위를 하지 않음에 있어서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 차별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모든 경찰서에 장애인 편의시설이나 승강기를 설치하기에는 과도한 부담과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있다는 이유다.
장서연 변호사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것이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서울지역 관할 경찰서에 편의시설을 설치하기 위하여 계획을 가지고 있고, 노력하고 있기에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악의성은 없다”고 반박하며 “이에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피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장애인차별’ 벌금 3000만원이에 대해 조영선 변호사는 “서울지역의 경찰서와 파출소는 장애인의 안전하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접근로를 설치하고 승강기를 설치할 의무가 있으나 서울 산하 경찰서 10곳은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았고 용산경찰서는 접근로가 설치되지 않아 장애인을 차별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방치해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직원, 민원인, 고소인, 고발인, 피고인, 변호사 중 장애인과 노인 임산부 등 시설 이용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법행정절차와 서비스 이용에 막대한 불편을 초래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제한·배제하도록 했기에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도한 부담과 현저한 곤란한 사정이 있다고 주장하나 10곳의 40억 원으로 예산 0.03%에 불과하고 장애인등편의법 승강기 설치 의무가발생한 지 23년이 지난 지금까지 방치함을 봤을 때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한 곤란한 사정이 있다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나아가 피고인은 차별행위 고의성이 없다고 말하나, 피해가 지속적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오랫동안 지속적인 차별행위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고의성 악의성이 충분하다”고 보았다.
다만 피고인이 서울경찰청장으로 부임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고 장기간에 걸쳐서 행해져 온 차별행위를 모두 피고인에게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에 벌금 3000만 원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이날 모의재판은 더불어민주당 천준호·최혜영 의원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공동으로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