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서 국회로, 장애인들 예산싸움 기지개
전장연, “정치가 책임져라” 1조 5000억원 요구
국회 상대 투쟁 선포, 19일 출근길 선전전 예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9-13
추석연휴 이후 첫 출근길인 1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또다시 지하철을 탔다. 정부에 이어 이제 국회로 옮겼다. 2023년도 예산안 통과 시한인 12월 3일까지 본격적인 예산싸움 기지개를 켠 것.
꼬박 밤을 새우고, 새벽 5시 30분 집에서 나왔다는 중증장애인 활동가들은 ‘지역사회 함께 살자’, ‘장애인권리예산 보장하라’ 등이 쓰인 조끼와 피켓을 목에 걸고,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 위치한 서울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동대문방면 1-1)에 모였다.
전장연은 윤석열 정부가 국회로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이 전장연이 요구하는 장애인권리예산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제36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투쟁을 재개했다. 9호선 국회의사당역으로 향하며 성난 시민들과 또다시 부딪히면서도 호소, 그리고 또 호소했다.
“추석 연휴를 마치고 출근하시는 시민 여러분께 ‘제36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하게 되어 죄송하고 무거운 마음을 전합니다. 전장연에 대한 비난과 차별을 감당하면서 진행하는 진심을 조금이나마 함께 해주신다면, 윤석열 정부의 기획재정부와 정치인들에게 한마디 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전장연은 지난해 12월 3일부터 활동지원 1조2000억원 등을 포함한 탈시설(786억원), 발달장애인 지원(3700억원), 특별교통수단(1610억원), 평생교육(134억원) 등에 총 1조 8000억원 수준의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외쳐왔다.
그러나 정부안에 반영된 것은 활동지원 2500억원, 탈시설 27억원, 발달장애인 450억원, 특별교통수단 237억원 등에 불과했다. 장애인 평생교육은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즉, 전장연이 요구하는 장애인권리예산과 정부안의 차이는 약 1조 5000억원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제부터 국회의 시간이다. 1조 5000억원의 권리예산을 국회에서 증액시키기 위해 전장연은 3시간에 걸쳐 4호선, 5호선, 9호선을 거쳐 국회로 왔다.
이에 앞서 지난 8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용산역․서울역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만나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요구안과 함께 면담 요청 공문에 대한 답을 추석연휴까지 요청했지만, 끝내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전장연 권달주 상임공동대표는 “추석 전에 역에서 인사하면서 했던 말들이 정치인들의 입바른 이야기인지, 진정한 정치의 약속인지 무고 싶다”면서 “정치인들이 제대로 살펴서 새로운 정치가 예산을 만들 수 있도록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투쟁을 시작한 지 3시간이 지난 10시 38분경, 9호선 국회의사당 승강장에 도착했다. 이 자리에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함께 ‘장애인권리예산 보장하라’ 피켓을 걸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장 의원은 “반가운 마음보다는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다. 이미 국회에 발의된 장애인권리보장법, 탈시설지원법 통과시키라는 일관된 요구라는 것, 지금 처리해도 한참 늦었다는 것 너무나 알고 있다. 1조 5000억원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면서 “이제 정치의 시간이며, 여당의 시간이다. 쇼 말고 돈으로, 법으로 보여달라”고 외쳤다. 한편, 전장연은 2023년도 예산안 통과 시한인 12월 3일까지 약 3개월간 국회를 상대로 예산 투쟁을 이어간다. 그에 앞서 19일 오전 7시 30분부터 김순석 열사의 기일을 맞아 ‘제37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투쟁도 예고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사회적약자 4대 핵심과제 예산이 13.2% 수준으로 대폭 확대했다고 발표했다. 국회에서 장애인권리예산 1조 5000억원을 더 증액해 15.5%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예산 투쟁을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