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차별구제청구 발목 잡는 ‘소송비용 부담’
소송으로 장애인권리 실현…일부승소, 패소시 날벼락
‘패소자 소송비용 전부·일부 면제’ 장차법 개정안 제시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9-13
소송을 통한 장애인의 권리 실현을 위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하나로 모였다.
소송의 효과는 강력하지만, 현재 장애인들이 자신이 겪은 차별에 ‘장애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싶어도 소송에 패소했을 경우 패소 당사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한다는 민사소송법의 원칙이 두려워 소송을 통한 장애인의 권리 실현은 힘든 실정이라는 것.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13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김민석·권칠승·기동민 의원,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대한변호사협회,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장애차별구제청구소송의 소송비용 감면을 위한 법 개정방안 간담회’를 공동 개최했다.
‘장애차별구제 공익소송’ 일부 승소해도 패소 비용 발생
발제를 맡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건강권리옹호센터 김강원 센터장은 장애분야 공익소송 패소비용 부담 사례와 소송비용 감면을 위한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방안 등을 발표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러 장애차별구제 공익소송을 진행했다. 이 중 청구 내용이 전부 인용된 ‘전부 승소’나 ‘일부 승소’를 한 경우 사회적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전부 패소는 물론 일부 승소인 경우에도 패소 부분에 패소 비용이 발생해 어려움을 겪었다.
‘안산시 시각장애인 볼라드 부상 사건’에 대한 소송은 1심 원고 전부 패소, 2심 원고 일부승에 따라 소송 총 비용의 25%를 원고가 부담하게 됐으며, ‘시각장애인 지하철 승강장 추락사건’의 경우 2심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소송비용을 각각 부담하도록 했으나 1심 판결에서는 원고의 청구가 전부 기각되면서 생명의 위협까지 겪었던 원고가 소송 패소비용까지 전부 부담할 상황에 놓였었다.
김강원 센터장은 “장애인차별구제를 위한 적극적인 법률지원 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현실에서 장애인의 권리실현을 가로막는 것이 바로 패소비용의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차별을 시정하고 평등을 실현해 달라는 요구가 완전히 터무니없는 것이 아닌 한 장애 차별로 인한 피해를 법정에 들고 나가 도와달라 요청하는 것 자체를 위축시키는 패소자 부담주의가 과연 타당한가”라고 덧붙였다.
‘패소자 소송비용 전무 또는 일부 면제’…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시급
김강원 센터장은 소송비용 감면을 위한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필요성과 타당성의 근거로 먼저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를 들었다.
2014년 제1차 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장애로 인한 차별 피해자의 소송비용을 감면할 것’을 권고했을 뿐 아니라 지난 9일 제2·3차 국가보고서 심의 최종견해 발표에서도 ‘장애인 권리 소송에서 패소한 장애인을 상대방 변호사 보수에서 면제 시키고 추가적인 비용을 방지하기 위한 공정한 보상 제도를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는 것.
또한 민사소송법과 같은 경우 ‘무엇이 공익소송인가’에 대한 범위가 모호할 수 있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경우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적용한 장애차별구제청구소송’을 소송비용 감면의 대상으로 한다면 적용할 대상이 명확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김강원 센터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금지된 차별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제기된 소송의 공익성, 소송종결사유, 소송당사자 간의 관계 패소 당사자의 사정 등을 고려해 당사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해야할 소송비용의 전무 또는 일부를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을 제시했다. 개정안 속 ‘현저히 부당’ 내용, 법원의 보수적 해석 우려
토론에 나선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미연 변호사와 법무법인(유) 태평양 윤정노 변호사는 장애차별구제청구소송 비용 감면 필요성에 공감했다.
조미연 변호사는 “민사소송법 제98조의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는 대원칙이 있지만, 제99조와 101조 등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예외가 작동하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공익소송 소송비용에 대한 제도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다만 현재 우리나라 소송비용 패소자비용부담주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재판청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개별법적 근거를 마련하면서 동시에 민사소송법상 개정, 즉 공익소송비용의 예외 기준 마련이 수반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정노 변호사 또한 “앞선 의견들에 모두 동의한다”면서 “소송비용 감면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먼저 도입되고, 추후 민사소송법의 개정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개된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의 내용 중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라는 표현은 해석이 문제가 될 여지가 있다”며, “이 내용은 법원이 보수적으로 해석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승소한 경우 소송비용 모두 청구해야 하는가’ 등 고려해야
사법정책연구원 박우경 연구위원은 “공익소송 전반에 대한 적용을 위해 민사소송법을 개정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그 경우 공익소송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의 문제로 입법화에 이르기 어렵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같은 개별법에서 이를 입법화하는 것이 논의를 장애인 법 영역으로 한정해 입법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입법과정에서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제시된 개정안에서 ‘이 법에 따라 금지된 차별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제기된 소송’의 범위에 적극적 구제조치나 임시조치를 구하는 포섭할 것인지, 민법상 불법 행위, 국가배상법상 불법행위 등 청구까지 포섭할 것이지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후 장애인 당사자가 승소한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승소자가 부담한 소송비용을 모두 청구해 지급받을 수 할 수 있게 할 것인가의 논의다”며 “각자 부담주의에서는 고려하지 않아도 되지만, 우리나라의 패소자 소송비용부담 원칙의 경우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