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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로 다시 태어난 웹툰·일러스트 작가 고연수

  • 작성일: 중구나눔
'연두'로 다시 태어난 웹툰·일러스트 작가 고연수

작업중인 고연수 작가. ⓒ고연수작업중인 고연수 작가. ⓒ고연수
현재 일산에 있는 한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고연수는 지난해 5월 낙상사고로 척수장애를 갖게 되었다. 갈비뼈와 흉골, 골반, 척추를 다쳐 두 번의 큰 수술을 하였다.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면 처음에는 장애가 생길 리 없다고 부정하다가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분노하고 장애를 갖고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에 우울해한다. 그 단계가 지나면 적응 해서 살아가는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런 단계를 거치는 데 적게는 2~3년, 보통 5년이 걸린 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연수는 불과 석 달 후 재활일기로 그 단계를 초스피드로 통과하였다.

사고가 나기 전 그녀는 아주 평범하게 살았다. 가족으로 부모님과 남동생이 있는 가정에서 외국어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입학하여 2017년 졸업하였다. 졸업 후에는 취업을 하기 위해 스펙을 쌓았다.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며 토익은 기본이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을 획득하였다. 그러다 관광통역안내사 시험 1차 합격을 하여 드디어 2020년 3월 여행사에 입사하였다. 유럽 여행 업무를 맡아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그리고 두 달 후 사고로 병원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어이없이 빨려 들어간 현실에서 탈출하기 위해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없는 연수는 그림을 그릴 때 편안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기로 하였다.

연수의 아바타 이름은 연두이다. 온몸에 연두색 옷을 입혔다. 머리는 세 갈래로 나뉜 앞머리가 특징이고, 주로 웃는 얼굴을 하고 있으며 연두는 휠체어를 타기도 하고 걸어 다니기도 한다.

연두를 만든 그녀는 자신이 병원에서 경험한 것을 기록하여 중도에 장애를 갖게 된 사람에알려 주고 싶어서‘연두의 재활일기’를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올렸는데 의외로 팔로워들이 점차 늘어났다.
 
고연수의 작품1. ⓒ고연수고연수의 작품1. ⓒ고연수
연두의 재활일기 웹툰

‘연두의 재활일기’를 웹툰으로 올리면서 그림 그리기에 자신이 생겼다. 그래서 장애인을 위한 의류 브랜드 하티스트 (삼성물산) 에서 트렌치코트와 청바지를 받는 조건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만화를 그려 보냈다.
만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담당자에게 미리 만화를 보내고 피드백을 받으며 완성시켜 나갔는데 긍정적인 대답을 받았다.

연수의 도전은 계속되었다. 자신의 캐릭터 연두로 이모티콘을 만들고, 떡메모지 등 아주 간단한 굿즈를 제작하여 판매를 해 보았는데 조금씩 사 주는 고객이 생겼다. 자기가 그린 캐릭터 작품이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예쁘다는 칭찬을 받으면 신이 났다. 그래서‘뭘 그릴까?’를 생각 하다 보면 병원생활이 참혹하지 않다.

 
고연수의 작품2. ⓒ고연수고연수의 작품2. ⓒ고연수
연두 캐릭터

연수는 지난 4월 장애인아이스하키 한상민 선수가 대표인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회사와 계약을 하고 웹툰과 일러스트 작가로 본격적으로 출발하였다. 1년 사이에 비장애인에서 장애인이 되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작가가 되었다. 그림이 아니였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연수는 연두를 탄생시키며 자신은 다시 태어났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