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취임 100일, 장애인은 상복 입었다
전장연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35차 출근길 투쟁
尹 장애인 돌봄 대폭 강화? ‘양두구육’ 비유 비판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8-17
‘근조(謹弔)’라고 쓰인 상복 모자를 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은 17일,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또다시 외쳤다.
“돌봄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원론적인 말이 아니라, 장애인권리를 예산으로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주십시오. 60조원 부자 감세하면서 도대체 무슨 돈으로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입니까.”
전장연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맞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투쟁을 재개했다. 지난 1일 34차 투쟁 이후 16일만으로, 전장연은 “지구 끝까지 장애인의 권리를 쟁취해 장애인의 완전한 통합과 참여가 보장되는 날까지 출근길에 지하철을 탈 것”이라고 선포했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7시 40분께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1-1 승강장(숙대입구 방향)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오전 8시 5분께부터 10시 50분께까지 약 3시간 가량 지하철 안에서 시위 벌였다.
상행선을 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갔다가, 다시 사당역, 그리고 다시 목적지인 삼각지역까지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역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20여 명이 내렸다 옆 칸으로 이동해 타는 등 반복 승하차로 인해 열차 운행이 지연되기도 했다.
상복을 입은 전장연 활동가들은 ‘발달 중증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보장하라’ 등이 쓰인 관을 들었고,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권달주 상임공동대표도 ’근조‘라고 쓰인 상복 모자와 함께, 철창을 탄 채 시민들에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기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전장연 투쟁은 장애인 생존권 등이 담긴 이른바 ‘장애인권리예산’을 내년도 예산에 넣어달라는 취지로, ▲이동권(특별교통수단 운영비 지원) ▲탈시설 권리(중증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보장) ▲평생교육권(평생교육시설 운영비 지원,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노동권(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제도화) ▲활동지원(가산수당 5000원․활동지원수가 1만7000원으로 현실화) 등을 요구했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가는 9월 전까지 기획재정부와 협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달라고도 피력했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 3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투쟁을 오늘로 35차례 진행했으며, 삼각지역에서의 삭발 투쟁도 91일째 진행 중이다.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8․15 경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장애인, 사회적 약자 언급하며 ‘돌봄 대폭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는데, 정말 원론적인 수준이다. 21년 동안 들어온 이야기와 다를 게 없다”면서 “5년간 부자 감세 60조원을 하겠다는 정부는 도대체 무슨 돈으로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할 수 있겠냐”고 ‘겉은 번지르르하나 속은 변변치 않다’는 뜻의 사자성어 ‘양두구육’으로 비유했다.
지하철에 탑승해서도 “ 함께 출발할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는다.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가치가 지켜질 수 있도록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라”고 외쳤다.
이어 출근길 불편을 겪는 시민들에게도 “많은 시민이 불편하겠지만, 우리들의 투쟁은 대통령 지지율보다도 3배 높다는 사실을 기억해달라. 정말 죄송하다. 지역사회에서 함께 할 권리를 함께 이야기해달라”고 외쳤다.
권달주 상임공동대표도 “수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목숨을 잃었다. 그중에서도 장애인들이 희생됐다. 소외된 약자들은 재난에서도 보호받지 못한다”면서 “지역사회에서 함께 웃고 즐기는, 보편적으로 사는 세상을 살길 바라는 간절한 염원에 함께 공감해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장연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중증장애인고용촉진특별법' 제정을 위한 결의대회를 한 후, 마로니에 공원까지 Disability Pride 행진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