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장애 와상장애인 생명줄 끊나 ‘날벼락’
경관식 섭취 필수품 '피딩라인 세트' 무상 공급 중단
한 끼 이용 후 폐기, 비용 부담 폭탄 “대책 마련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8-04 14:22:43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연하장애를 가진 와상장애인 및 희귀‧난치성질환자 등 특수경장영양식(경관식) 섭취 환자에게 무상공급되던 피딩라인(Feeding-line)이 비급여로 변경돼 당사자들이 의료비 부담을 떠안게 됐다.
피딩라인 세트는 코나 위에 관 삽입을 통해 영양공급을 하는 경관식 섭취 환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본적인 필수품이자, 생명줄인 의료기기다. 4일 한국폼페병환우회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해 7월부터 의료기기 유통구조의 투명성 및 위해제품 추적성 향상을 위해 제조·수입·유통 단계별 모든 의료기기 공급 내역을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4등급(2021.7.1)→3등급(2021.7.1)→2등급(2022.7.1)→1등급(2023.7.1.) 순으로 1년씩 단계별로 확대 적용 중이다.
문제는 올해 7월 의무 보고 대상인 의료기기 2등급에 특수경장영양식인 엔커버 400ml, 하모닐란 500ml에 해당하는 피딩라인(Feeding-line) 세트가 포함된 것.
해당 피딩라인 세트는 복약 편의성을 위해 판매사가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해 왔지만, 정책 변화에 따라 지난달부터 무상 공급이 중단된 상황이다. 의료기기 공급 내역 보고서에 판매 품목이 아닌 무상 공급 제품은 보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으로 폼페병뿐 아니라 연하장애가 있는 중증 와상장애인 및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피딩라인 세트는 한 끼당 1회 사용 후 폐기해야 한다. 경관식 피딩라인 세트 가격을 보면, 온라인 기준 하모닐란액 피딩줄은 1개당 단가 600원으로 하루 약 3개 정도 소비한다. 한 달로 따지면 5만5800원, 연간으로 따지면 66만9600원이다.
앤커버액 피딩줄은 1개당 단가 950원으로, 하루 3개씩 소비할시 한 달 8만8350원, 1년 106만200원이나 비용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이에 폼페병환우회는 이 같은 사안을 공급·판매처에 문의했지만 “변경된 제도 때문에 불가피한 상황이다”면서 “근본적 문제는 이 정책을 시행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있다”는 입장만을 밝혔다고 전했다.
폼페병환우회는 지난달 말, 식약처에 경관식(엔커버액·하모닐란액) 제품의 피딩라인 세트 무상공급 중단’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폼페병환우회는 이 문제는 폼페병 뿐만 아니라, 연하장애가 있는 뇌경색, 뇌출혈, 뇌종양,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처럼 중추신경계를 침범한 질환이나 루게릭병, 길랑-바레 증후군, 중증근무력, 근디스트로피, 구강이나 인두, 식도의 종양, 경부 외상 등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환자에게도 직접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폼페병환우회는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 등은 늘어가는 비급여 의약용품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 부담이 크다. 의료비 지출 부담을 줄이고자 한 끼 1회용 피딩라인을 다회용 사용하거나 환자 감염 발생도 우려된다”면서 “식사도구인 피딩세트 무상공급을 중단한 것은 밥줄을 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누구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 먹을 경우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별도로 사지 않아도 기본 제공하지 않냐. 이것은 환자의 기본권을 박탈한 것”이라면서 피딩라인 세트의 무상공급 중단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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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