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멈춘 턱, “편의시설 설치” 카페 습격
15평 미만 출입금지? 법 개정 하나 마나 ‘반발’
시행령 개정 철회 전국 투쟁, 개정안 발의 준비
‘서울 낮 기온 35도’ 27일 낮 12시 40분경, 서울
광화문 스타벅스 앞. 10cm가량의 턱 앞에서 멈춘 장애인들이 수상한 행동을 개시했다. 10명 안팎의 활동가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물감과 뿅망치, 사다리까지 옮겼다. 곧이어
스타벅스 광화문점 앞에 사정없이 스티커를 붙여댔다.
‘장애인의 자유로운 공간이동 보장하라!’, ‘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접근권 차별부다!’,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화하라!’. 초록색 인어가 그려진
스타벅스 간판에도 스티커가
‘쾅!’ 이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보건복지부가 최근 입법예고를 마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안을 철회해달라며 전국 투쟁을 선포했다.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안은 편의점, 음식점, 카페 등의 현행
편의시설 의무설치 바닥면적 기준을 300㎡이상(약 90평)에서 50㎡(약 15평)으로 강화하는 내용이다. 전장연 등은 이 개정안이 ‘숫자만 바뀌는 꼴’이라면서 여전히 15평 미만인 곳은 장애인 출입을 막는다고 반발해왔다.
그마저도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2022년 1월부터 신축·증축(별동 증축)·개축(전부 개축)·재축되는 곳에만 적용하도록 해 기존 건물은 해당 사항도 없는 것.
지난 6월 8일부터 7월 19일까지 진행된 입법예고 기간 장애인단체, 공익변호사단체, 사회인권단체 등 총 100곳, 3302명의 개인이 반대의견을 냈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개정안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만 보면 야! 좋아졌다! 이렇게 평가될 수 있지만, 편의점 같은 경우 15평이 안 되는 곳이 4만3000여곳입니다. 전체 편의점 80%가 빠져나가요. 이것을 시행령 개정이라고 합니다.”(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박경석 이사장은
스타벅스 광화문점 앞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는 턱을 가리키며, “현대해상 건물이라고 안 고친다. 근데 시행령 개정안은 신축, 증축 개축 시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법으로 빠져나간다. 이게 법”이라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복지부를 향해서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사항도 지키지 않는 막가파”, “장애인 접근권 차별부”라고 비판했다.
“물감 좀 주실래요” 곧바로 그는 뿅망치에 빨간 물감을 묻혔다. 그리고는 사정없이 계단을 내리쳤다. ‘쾅!’ ‘쾅!’ 신발과 바지에 물감이 튀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여서 집회가 금지돼 있습니다. 2미터씩 떨어져 주셔야 해요” 라며 경찰들이 이들의 행동을 만류했지만, 박 이사장은 “경찰분들이나 떨어지세요. 아니 왜 이렇게 가까이 오세요!”라면서 저항했다.
“우리는 방역법에 따라 철저히 지키면서 진행합니다!”오후 1시경, 이들의 행동을 지켜보던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경고 안내방송 후 채증을 시작했다. “경찰분들, 이 건에 대해서 관심 없고 모른척해도 되지만, 우리에게는 절박한 문제입니다”라고 박 이사장이 호소했다. “턱 때문에 장애인이 목숨을 버려야 하는 것이 맞습니까?”
마지막으로 쇠사슬과 사다리를 목에 건
박경석 이사장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규식 대표, 그리고 비장애인 활동가들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화하라!”고 구호를 외치며 1시간의 퍼포먼스가 마무리됐다.
전장연은 이날을 시작으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 철회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함께 현행법상
편의시설 의무설치 바닥면적기준을 삭제해 모든 상점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 하는 법 개정안 발의도 준비 중이다.
박 이사장은 “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 개정안도 준비 중이다. 발의 후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