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복남 객원기자】 SBS 월화 드라마 ‘닥터스’ (극본 하명희, 연출 오충환·박수진)의 기획의도에는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의사가 된 두 남녀가 여러 인간 군상을 만나며 성장하고, 평생 단 한 번뿐인 사랑을 시작하는 휴먼 메디컬 드라마”라고 한다.

‘닥터스’는 SBS에서 2016년 6월 20일부터 8월 23일까지 20부작으로 방영된 드라마다. 몇 년 전 방영된 드라마를 왜 이제 와서 이러냐고 한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며칠 전부터(2025년 2월) EDGE TV(엣지티비)에 재방영되어 우연히 보게 되었다.

시청하다 보니 몇 가지 문제점이 보여 계속 보게 되었는데 끝에 가서는 또 다른 문제점이 보여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닥터스’에서 진정한 만남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도 있고 어떤 만남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악인이 선하게 변할 수도, 선한 사람이 악하게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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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스. ⓒSBS

유혜정(박신혜 분)이 어릴 때 아버지 유민호(정해균 분)는 바람을 피웠다. 이를 견디다 못한 엄마가 자살했다. 아버지의 내연녀 이가진(박지아 분)이 계모가 되자 유혜정은 아버지와 담을 쌓고 밖으로 떠돌기 시작하더니 깡패가 되었다.

유혜정은 처음 등장할 때가 고2인데 무술에는 도사로 나온다. 유혜정은 모든 무술에 통달했고 특히 화려한 발차기나 손목꺾기 등으로 병원에 몰려온 조폭 7~8명도 거뜬하게 때려잡는다. 아무리 드라마지만 얼마나 무술을 연마하면 이렇게 도사가 될 수 있을까.

유혜정은 아버지의 재혼으로 반항아가 되어 학교에서 쫓겨나도 울지 않았다. “너는 울지도 않냐?” 아버지의 물음에 유혜정은 마음이 없다고 했다. 아버지는 유혜정이 감당이 안 되어 할머니(김영애 분) 집 앞에 던져놓고 가버렸다. 그나마 유혜정이 마음을 붙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할머니지만.

CD를 훔치는 유혜정 뒤에 홍지홍이 있다. ⓒSBS
CD를 훔치는 유혜정 뒤에 홍지홍이 있다. ⓒSBS

할머니는 유혜정에게 할머니하고 살자면서 내일 전학할 거니까 교복을 사라고 돈을 주었는데 유혜정은 레코드 가게에서 CD를 훔쳤다. 마침, 홍지홍(김래원 분)이 뒤에서 CD를 고르고 있었다.

유혜정이 훔친 CD를 허리춤에 찌르고 유유히 걸어 나가자, 가게 사장이 유혜정을 낚아챘다. 평소에도 유혜정이 도둑질을 한 모양이다. 사장은 유혜정의 가방을 뺏어서 바닥에 쏟았다. 그 속에 CD는 없었다.

사장이 유혜정의 가방을 바닥에 쏟았다. ⓒSBS
사장이 유혜정의 가방을 바닥에 쏟았다. ⓒSBS

“그 봐요. 난 아니라니까요.” 사장은 아무래도 유혜정이 수상했다. 사장은 유혜정의 허리춤을 좀 보자니까, “어딜 만져요.” 유혜정은 오히려 큰소리를 치면서 경찰서 가자고 했다. 홍지홍이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학생이 아니라잖아요. 유혜정 편을 들어주었다.

유혜정은 레코드점을 나와 허리춤에 있던 CD를 꺼내어 가방에 넣었다. 홍지홍이 뒤따라와서 학생 좀 보자면서 손목을 잡았다. 유혜정은 학생 아니라면서 홍지홍의 손목을 꺾고 엎어치기를 해서 내동댕이쳤다. 그 틈에 유혜정의 가방이 쏟아졌고 그 속에서 CD가 나왔다. “경찰서 갈래, 사과할래.”

홍지홍을 엎어치기 한 유혜정. ⓒSBS
홍지홍을 엎어치기 한 유혜정. ⓒSBS

유혜정의 도둑질은 여기서 끝이 난 것 같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어릴 때 버릇은 평생을 가게 마련이다. 물론 중간에 마음을 고쳐먹고 개과천선하기도 하지만, 유혜정은 장차 의사가 될 사람인데 깡패 짓은 했어도 도둑질은 안 시켰어야지.

누구라도 도둑질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유혜정이 청소년시기에 도둑질을 했다고 누가 소문이라도 낸다면 그녀가 의사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홍지홍 반에 전학 온 유혜정. ⓒSBS
홍지홍 반에 전학 온 유혜정. ⓒSBS

유혜정은 학교를 전학했다. 아무도 유혜정을 안 맡으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홍지홍이 유혜정을 맡았다. 홍지홍은 의대를 나온 의사인데 인턴 시절 실수해 생물 선생이 되었다고 한다.

‘닥터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홍지홍(김래원 분)의 나이는 27세다. 의대는 6년이고 군의관이나 공보의를 3년 해야 한다. 그리고 의사라고 해서 바로 교사를 할 수는 없다. 의대를 다녔다면 사대를 안 나왔으니 교육대학원을 나와야 교원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데 홍지홍이 그 나이에 어떻게 교사가 되었는지 의문이다.

할머니가 수술하기 전. ⓒSBS
할머니가 수술하기 전. ⓒSBS

유혜정은 학교도 안 갈 생각이었는데 할머니의 소원이었다. 아버지와 담쌓은 유혜정에게 유일한 가족은 할머니뿐이었다. 유혜정의 소원은 할머니의 소원대로 학교에 다니고 할머니와 국밥집을 하면서 오래오래 살고 싶었다.

할머니가 아팠다. 위암이라고 했다. 남양주 국일병원에 입원했는데 위암은 걱정할 것도 못 된다고 했다. 할머니는 유혜정이 다시 학교에 다닌 것만 해도 고마워서 걱정하지 마라, 금방 수술하고 나올 테니까. 선생님이 알아서 잘해 주실 거야.

할머니를 수술한 사람은 유혜정과 평생 앙숙이 된 친구 진서우(이성경 분)의 아버지 진명훈(엄효섭 분)이었다. 할머니는 금방 나온다고 했으나 돌아오지 못했다. 드라마는 할머니의 죽음을 밝히려는 유혜정의 끈질긴 집념과 의지로 이어진다.

국일병원 펠로우가 된 유혜정. ⓒ엣지티비
국일병원 펠로우가 된 유혜정. ⓒ엣지티비

유혜정의 할머니가 죽고 홍지홍 선생은 학교를 떠나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유혜정은 의사가 되었다. 의대는 본과 2년 예과 2년 실습 2년 총 6년이다.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수련의) 1년을 마치고 레지던트(전공의) 3~4년을 한다. 그다음이 펠로우(전임의)다. 펠로우는 전문의 면허를 취득하였지만, 아직 전문 분야에서의 교육과 경험이 충분하지 않아 대형병원에서 1~2년간 전공분야를 공부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유혜정은 신경외과 펠로우로 국일병원에 근무했다. 유혜정이 국일병원에 온 것은 할머니를 수술했던 진명훈이 국일병원 원장이었다. 할머니가 수술한 병원은 남양주에 있는 국일병원 분원이었다.

유혜정은 할머니 수술 기록지를 보기 위해 국일병원 펠로우가 되었는데 수술 기록지는 그녀에게도 접근금지였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국일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홍지홍이었다. 진서우도 의사가 되어 국일병원에 있었는데 같은 신경외과 펠로우였다. 진서우는 신경외과 스텝으로 있는 정윤도(윤균상 분)를 좋아하지만 정윤도는 유혜정에게 관심이 있었다.

홍지홍도 국일병원에서 유혜정을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홍지홍이 수술에 들어갈 때는 유혜정을 어시(어시스트)로 지목했다. 유혜정이 홍지홍의 어시를 했으므로 정윤도는 진서우를 어시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병실에서 잠든 해와 달. ⓒ엣지티비
병실에서 잠든 해와 달. ⓒ엣지티비

어느 날 밤 의국에 한 남자가 야식 배달을 왔다. “우리 아들이 걸을 때 한쪽 다리를 저는데 왜 그럴까요?” 홍지홍이 배달맨에게 일단 검사를 한번 해 보자고 했다.

배달맨 남바람(남궁민 분)이 아들 해와 달을 데려왔다. 작은 아들 남달이 먼저 검사를 했는데 뇌에 종양이 있었다. 홍지홍은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지만 남자는 망설였다. 수술비가 없었던 것이다. 남바람은 엄마도 없이 두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유혜정이 수술비 때문이라면 사회사업팀에 가 보라고 했다.

작은 아들 남달은 홍지홍이 수술을 하고 유혜정이 어시를 했다. 큰아들 남해가 진서우에게 화장실을 물었다. 남해는 화장실에 가면서도 몇 번이나 넘어졌다. 진서우가 왜 그러냐고 물었으나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잘 넘어지고 잘 웃는 아이, 진서우가 큰아들 남해도 검사를 해 보니 시상하부에 종양이 있는데 당장 수술하기는 어려우므로 방사선 치료라도 받자고 했다.

소아암 전액 지원대상은 고아였다. ⓒSBS
소아암 전액 지원대상은 고아였다. ⓒSBS

남바람은 남달의 수술비도 사채를 얻어서 수술한 모양이다. 사채업체에서는 이자를 재촉하고 원무과에서는 밀린 병원비를 독촉했다. 유혜정은 사회사업팀에 안 가봤느냐고 물었다.

남바람은 사회사업팀에 가 봤었다. 남바람은 아이들 치료비 때문에 밤낮으로 일을 했는데, 병원 사회사업팀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어서 해당이 안 된다고 했다.

‘닥터스’는 드라마이므로 드라마틱한 내용으로 구성했겠지만, 현실에서도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자 우선이다. 그래서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닌 사람은 억장이 무너진다.

‘닥터스’에서 남해와 남달이 중증장애인이고 그 아버지가 한 부모로서 두 아들을 돌보아야 한다면 차라리 일을 안 하고 기초생활수급자가 되는 게 오히려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해와 달에게 작별 인사하는 남바람. ⓒSBS
해와 달에게 작별 인사하는 남바람. ⓒSBS

어린이 치료비 지원 등은 많은 단체에서 지원하고 있으므로 치료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사회사업팀에 문의해 보시기 바란다. 대상자로 선정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재난구호비나 치료비 지원 등은 민간단체뿐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긴급구호비도 있다.

드라마 ‘닥터스’에서는 보다 드라마틱한 구성을 위해서 대상자를 “부모 없이 홀로 명마와 싸우고 있는 환우”로 지정했겠지만, 그런 조항도 없을뿐더러 세상에 부모 없는 아이들은 없다. 양부모 또는 한 부모 아이들이거나 만약 보육원에서 생활한다면 보육원장이 부모 역할을 한다.

굳이 내세운다면 사회복지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다는 조항이 하나 있다. 소녀소녀가장이다. 그렇다면 드라마에서 소아암 전액지원이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것이란 말인가.

소아암 치료비 지원. ⓒ한국소아암재단
소아암 치료비 지원. ⓒ한국소아암재단

그때 남바람의 눈에 들어온 리플릿이 하나 있었다. 소아암은 전액지원이라고 했는데 그 대상이 부모 없는 고아였다. 남바람은 그 내용을 읽어보다 눈물을 흘렸다. “아빠가 없는 게 더 나은 거니?” 남바람은 잠든 형제 해와 달에게 눈물의 작별 인사를 하고는 옥상으로 향했다.

유혜정은 해와 달의 치료비를 위해서 동분서주 하다가 얼마 전에 자신이 뜻하지 않게 방송했던 게 생각나서 PD에게 연락했다. 방송국 PD는 해와 달의 치료비를 약속했다.

유혜정이 남바람에게 그 기쁜 소식을 전하려고 아이들 병실로 가보니 남바람이 옥상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안 돼! 하지 마세요.” 유혜정은 옥상으로 올라가서 고함을 질렀다. “아이들이 나중에 자기들 치료비 때문에 아버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된다면 어떻겠어요?”

옥상 난간에 올라선 남바람과 유혜정. ⓒSBS
옥상 난간에 올라선 남바람과 유혜정. ⓒSBS

유혜정이 설득해서 남바람이 옥상 난간에서 내려오기는 했지만, 옥상 난간이 이렇게 되어 있는 병원이 있을까? 예전에 필자가 만난 장애인은 교통사고로 처음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실은 창문도 아래로는 열리지 않았고 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하다가 나중에는 병원 바깥 계단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로 굴렀는데 죽지는 않고 더 다치기만 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죽자고 결심했을 때는 그 심정이 오죽하겠는가만은 병원에서는 순간적으로 자살하려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라 병원이나 학교 등은 옥상에서 추락을 못 하도록 난간을 키 높이로 하던가 자살 방지를 해야 한다.

특히 옥상 난간은 자살하려는 사람뿐 아니라 아이들이 실수로 추락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정부 대책은 옥상 문을 잠그라고 하는 바람에 오히려 반발을 사기도 했다. 옥상 문을 잠그면 화재 등 긴급 상황에는 대처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므로 수술비가 없어서 수술을 못 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사람도 없어야 할 것이다.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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