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신규 직업명 “CRPD 캠페이너”
유엔장애인권리협약(아래 CRPD)을 홍보하는 일자리인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아래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신규 직업명으로 “CRPD 캠페이너”가 제시됐다. ‘CRPD의 이행을 위해 장애인 인식개선과 권익옹호 캠페인을 수행하는 전문인력’이란 뜻이다.
전국권리중심공공일자리협회 등은 14일 오후 2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운영 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 토론회’를 열고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현황과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신규 직업명 “CRPD 캠페이너”를 제시했다.
토론회 현장. 한 참가자가 “이것도 노동이다!”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있다. 사진 하민지
- 서울시가 없앤 권리중심공공일자리, 국회선 특별법 발의
2020년,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도입했다.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확산했다. 2023년에는 전국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참여자 수가 1천 명을 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시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을 전국 최초로 중단했다. 경기도 또한 2022년 707명, 2023년 536명, 2024년 197명으로 참여자 수를 점차 줄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의원실에 따르면 2025년 1월 기준, 전국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참여자 수는 부산시 34명, 인천시 70명, 광주시 12명, 경기도 197명, 강원도 41명, 전라북도 146명, 전라남도 120명, 경상남도 117명 등이다. 충청북도는 도내 5개 시군을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하고 이번 달부터 올해 말까지 사업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
국회에는 관련 법이 발의된 상태다. 서미화 의원 등은 지난해 12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법적 근거와 재정 지원 방안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발제를 맡은 김기룡 중부대학교 교수는 “최중증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 기회를 제공하고 장애인노동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제도화하는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발표 중인 김기룡 교수. 사진 하민지
-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만족도, 타 일자리보다 높아
김 교수는 장애인노동자의 인식과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199명, 다른 장애인일자리 노동자 6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기타 장애인일자리와는 다른,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 상당수가 일자리 참여 후 개인 생활에 긍정적 변화가 있었으며 직무 만족도가 높다고 응답했다. 지체·뇌병변 장애인보다 발달장애인이 ‘임금·소득’, ‘복리후생’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김 교수는 “발달장애인은 직업재활시설에서 낮은 임금, 열악한 복리후생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직업재활 및 복지일자리 노동자는 ‘의사소통 및 인간관계’, ‘복리후생’, ‘장애에 대한 배려와 편의’, ‘직업 안정성’, ‘일의 내용에 대한 만족도와 개인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만족도’ 등에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보다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또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는 일자리 성과에 대해 개인적·사회적 측면 모두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적 측면에선 ‘사회 참여 확대’ 항목이 가장 높았고 사회적 측면에선 ‘일자리 창출에 기여’ 항목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직업재활 및 복지일자리 노동자는 전반적으로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개인적 측면의 경우 ‘소득 증진’, ‘자립생활 증진’, ‘자아실현’, ‘사회적 관계 증진’, ‘사회에 대한 소속감 증진’ 등의 항목에서, 사회적 측면의 경우 ‘사회적 가치 생산에 기여’, ‘장애 인식 개선에 기여’ 항목에서 점수가 낮았다.
토론회 객석. 사진 하민지
- 이제 “CRPD 캠페이너”로… 정식 직업인으로 분류해 전국 제도화까지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 정치적 이유 등으로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없애지만 정작 장애인노동자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상황이다.
김기룡 교수는 이에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를 ‘CRPD 캠페이너’라는 신규 직종으로 정식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 참여자를 정당한 노동자로 인정하고 사회적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들의 수행 직무가 일반적 고용 체계에서 전례가 드문 형태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명확히 인지되지 않고 있다”며 “CRPD를 수행하는 전문 인력으로서 ‘CRPD 캠페이너’라고 명명하자”고 말했다.
또한 “CRPD 캠페이너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이를 국가직업분류나 지방공무원 직종 등에 반영하면 정식 직업인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게 된다”며 “이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의 자긍심 고취와 사회적 인식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처럼 새로운 직업명을 부여하면서 표준 교육과 자격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CRPD 캠페이너를 전문 직업으로 삼는다면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캠페이너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수료증이나 자격증을 부여할 수 있다. 이는 신규 인력 진입을 촉진하고 질적 수준을 담보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더불어 “이는 궁극적으로 캠페이너 직군의 전문성 제도화를 뜻한다. 현장의 베테랑 캠페이너는 추후 강사나 코치가 돼 신규 캠페이너를 양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CRPD 캠페이너 직업은 개별 지역 사업을 넘어 전국적 인력풀과 커리어 경로를 갖추게 되므로 지속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복지부, 특별한 답변 없이 “제한된 예산이…”
김 교수의 제안에 직업재활시설장과 정부는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조우연 두레일터 시설장은 “(김 교수) 연구에서, 정확한 이해 없이 직업재활시설이 열악한 노동환경, 낮은 임금으로 설명돼 매우 안타깝다. 최저임금 지급을 위한 임금보조제도 도입과 직업재활시설 연계 일자리 확대 등이 중요한 과제로 검토돼야 한다”며 토론회 주제와 다소 동떨어진 발언을 했다.
이어 조 시설장은 “최근 직업재활시설에도 인식개선 강의, 공연, 예술 등 다양한 직무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직무와도 접점이 있으며 향후 직업재활시설이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수행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경우 권리중심공공일자리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김민정 복지부 장애인자립기반과 과장은 “복지부에서 노력한다고 다 잘 추진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달라. 우리가 매년 장애인일자리를 늘리려고 노력하지만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제한된 예산으로 일자리 기회를 넓혀갈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7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