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0월 1일 국군의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하지만 장애부모의 입장에서는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섭니다.

재산 많고 좋은 직장 다니면서 여유 있는 사람들은 9월 28일 토요일부터 10월 1일 국군의 날 징검다리 연휴를 이용하면 개천절까지 6일을 쉴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그렇지만 발달장애인과 중증장애인 부모들은 공휴일이 하루 늘어나면 지옥이 하루 늘어납니다. 여행, 나들이, 그런 건 죽어서나 생각해 볼 일이고, 1년 중 토‧일요일, 공휴일을 포함 거의 1/3을 지옥 같은 생활에 시달리는데 임시공휴일이라뇨?

대통령님이 그렇게 챙기겠다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발달장애인, 중증장애인과 그 부모들 외에 누가 있습니까? 저는 대통령께서 발달장애인과 중증장애인, 그 부모들을 거론하는 것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저는 지난 1월 12일 에이블뉴스에 ‘윤석열 대통령님, 발달장애인과 부모들 좀 살려주세요’라는 제목으로 기고를 했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어서 장애가 있는 오른손으로 직접 그 내용을 장문의 편지를 써서 2월 13일에 우체국에서 등기로 발송했습니다. 그런데 비서실에서 귀찮은 존재로 여기는지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로 보내고 말았더군요.

언제 발달장애인과 중증장애인, 그 부모들에게 관심을 보인 적이 있습니까? 그들이 어떤 고통을 겪으며 살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있으며, 그들의 가정을 방문하거나, 그들 부모를 다른 누구처럼 청와대 영빈관에 초청해 밥 한 그릇 대접한 적이 있습니까?

보건복지부나 교육부도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없다는 느낌을 우리는 수십 년 전부터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사는지 주말에 발달장애인 한 명을 공관에 데리고 가서,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1박 2일을 함께 생활해 보시면 우리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나 교육부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대통령께서 조금만 관심을 가져 주시면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참고로 저는 올해 75세로 청각‧지체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고, 아들은 39세 1급 자폐성 장애인으로 장애 정도가 심해 말도 못 하고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부모가 다 해줘야 합니다.

이제 저도 한 달에 병원 가는 날이 열흘이 넘을 정도로 병이 들어 아들을 보호할 능력마저 상실했는데, 근처에 낮에 보호해 주는 주간보호시설이 없어서 매일 아침, 저녁 4Km나 떨어진 시설에 등 하원을 직접 시키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제 건강이 허락할지도 의문이지만 내가 죽고 나면 이 자식이 굶어 죽거나 겨울에 얼어 죽지 않을까,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건 제 혼자만의 운명이 아니고 이 나라 수십만 명 장애인 부모들의 걱정입니다. 제발 좀 살려 주세요.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에 던진 돌에 수십만 명의 장애인과 부모들이 맞아 죽을 운명입니다.

*이글은 권유상 전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처장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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