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9월 18일 오전 7시 발달장애인 및 비장애인 활동가 20여명이 2024년도 동료지원가 사업 예산 전액 삭감에 반발하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 11층 로비를 점거해 농성을 벌이다가 2시간여만인 9시께 전원 체포됐다. ⓒ에이블뉴스DB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2년 전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사업(이하 동료지원가 사업)’ 예산 전액 삭감에 반발하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에서 약 2시간가량 점거 농성을 펼친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 활동가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11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퇴거불응) 혐의로 기소된 발달장애인 문석영 씨 등 5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박 판사는 “활동가들은 업무 시작 전에 공단 서울지부에 들어갔지만, 제지를 받았다거나 허용되지 않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전액 삭감에 대한 시위를 벌였지만,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하거나 위협도 하지 않았다. 이는 소극적인 저항행위”라면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목적과 동기가 정당했고, 예산 전액 삭감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긴급성도 인정됐다”고 판시했다.
이어 “동료지원가 사업은 발달장애인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이겨나가고 자존감을 갖게 해줬고, 사업 예산을 감당하는 데 대체로 합의하고 있다. 실제로 그 시위는 주요언론에 보도됐고, 전액 삭감 비판 기사, 국감 참고인 출석 등으로 예산 일부가 복원됐다”라면서 결론적으로 이들의 행위를 ‘정당행위’라고 인정했다.
지난 2023년 9월 18일 오전 7시경 피플퍼스트서울센터에서 활동하는 발달장애인 활동가 문 씨 등 20여명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 11층 로비에서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사업’ 예산 23억원이 전액 삭감됐다”면서 면담을 요청하며 점거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예산 삭감으로 인해 동료지원가 187명이 실직 위기에 놓였다며, 종이피켓 등을 들고 면담을 요청했지만, 경찰이 투입돼 9시쯤 경찰에 모두 체포됐다. 이후 문 씨 등은 공동퇴거불응 혐의로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또한 문 씨를 포함한 발달장애인 9명은 체포 과정에서 발달장애인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반말과 욕설 등 폭력적인 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으로 퇴거 명령이 이뤄졌으며, 장애 특성상 갑작스러운 혼란 속에 소란스럽고 크고 강한 소리, 강제적인 지원인력과의 분리조치 속에서 공포심이 매우 컸다’면서 공단과 경찰의 과도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또 경찰 조사과정에서 사전에 점거 의사 없이 그저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후 관련 예산은 일부 복원됐다.

2025년 2월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발달장애인 예산삭감 면담요구과정 벌금형 정식재판 1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에이블뉴스
판결 직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3개 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무죄 판결을 환영했다.
소송대리인단 김영주 변호사는 "발달장애인들은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돼 이를 호소하고자 공단 서울지역본부를 찾았다. 이들은 달리 국회의원이나 기획재정부에 처지나 상황을 전달할 통로가 하나도 없었고 다른 방법도 없었다. 그 전에 기자회견이나 퍼포먼스도 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고 정부당국도 신경쓰지 않았다. 면담요구라도 할 수 밖에 없었던 정당행위임을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의 무죄 선고에 감사 말씀을 드린다. 정당한 요구에 대해 공적인 책무를 방기하고 내쫓으려 했던 공단에게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잘 청취하라는 국가의 의무를 인정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면서 “장애인들의 의견을 전달할 공적인 통로가 없다는 점에 국가는 반성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무죄를 선고받은 문석영 활동가는 "공단에 들어간 것은 동료지원가 예산이 0원이 돼서 이 사업을 살려달라고 하기 위해서 찾아간 것 뿐이다. 장관님께서 빨리 이야기 잘 들어주고, 사업을 살려내셨다면 공단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힘들게 싸워서 동료지원가 사업을 살려냈지만 벌금형을 받아 억울했다"면서 "지금이라도 무죄가 되어서 너무 좋다. 재판 받는 동안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해줘서 좋았고, 법원과 판사님께 감사드린다. 오늘 판결이 검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다른 20여명의 동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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