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지노에서 지난해 “청소년을 위한 진로 인문학”이란 책을 출판했다. 지노에서는 ‘1318 인생학교 엔솔러지’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는데, 청소년들에게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꿈을 꾸는 것이 왜 소중한지, 그리고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갈 것인지를 자각하게 해 주는 기획서이다.
1318은 13세에서 18세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고, 엔솔러지는 합본(시리즈)을 말한다. 지노에서는 이 책 외에도 “청소년을 위한 두 글자 인문학”, “청소년을 위한 과학 인문학” 등을 시리즈로 내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진로 인문학”은 10명이 공동작업한 책이다. ‘잘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도 안 해봐서 서툰 거랍니다’라는 글은 소설가 최삼경이 썼다. 다른 작가의 글 제목을 보면, ‘내 삶의 이스터 에그를 찾자’, ‘나를 사랑하는 글쓰기’, ‘시, 나를 성장하게 하는 마음의 기술’, ‘몸으로 익히는 책읽기’, ‘우주와 우주를 연결하는 미디어 천국 도서관 멘토’, ‘케이팝을 알아가는 시간’, ‘스포츠에 삶의 길이 있다’, ‘관점을 바꾸니 새로운 세상이 찾아왔다’. ‘진로는 삶의 문제, 내 삶을 살아간다는 것’ 등이다.
일기를 쓰고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는 배움의 자세와 일기를 쓰며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하고 문학가, 과학자, 스포츠, 연예인 등 청소년이 멀지 않은 미래에 선택해서 가야 할 갈림길이 되는 직업을 소개하고, 진로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소설가 최삼경은 누구나 삶은 처음이라고 하면서, 앞이 보이지 않는 화가와 소아마비에 듣지 못하는 화가를 소개하고 난 후, 험한 산도 길이 있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두 장애인 화가를 소재로 하고 있는데,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소개하는 내용을 보면 박환 화가와 김춘배 화가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박환은 젊었을 때 만화를 그렸는데, 가정형편 상 돈을 벌어야 하기에 만화를 그리는 회사에서 일했다. 하지만 평소 그리고 싶던 유화를 본격적으로 그리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다.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한 후 유명한 비엔날레에 두루 참여하게 되었고, 유명 화랑의 전속 화가가 되어 운전기사를 둘 정도로 성공한 화가가 되었다.
그런 그가 전시회를 앞두고 서울 작업실에서 춘천 집으로 가던 중 교통사고로 실명하게 되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가 낙담하였는데 가장 힘든 것이 더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남동생이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였는데, 처음에는 화를 내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이 그리고 싶어 미칠 것 같아 다시 붓을 잡게 되었다.
색감과 입체감을 시력을 이용하지 않고 그리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노력한 끝에 그림을 손으로 일일이 만져가며 정확한 위치에 물감을 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을 포기하면 편해질 것이라 여겼는데, 그림이 없으면 자신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고 많은 노력 끝에 다시 화가의 길을 가게 되었다. 지금의 성취감은 한순간의 선택의 덕이라고 최 작가는 소개한다.
작가는 춘천에 거주하는 사람이다. 그러고 보니 박환 화가 역시 춘천 사람이다. 작가는 또 한 화가를 소개하는데 이 사람 역시 춘천 사람이다. 같은 지역에 있어서 알게 된 것인지, 특별히 창작 활동을 하면서 교류가 있어서 잘 알아서 소개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선택과 실수의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다시 작가는 김춘배 화가 이야기를 한다. 장애인 차별로 예를 드는 것이 아니며, 단지 선택을 하면 다시 되돌리기는 선택의 폭이 더 좁은 것이 장애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춘배 화가는 늘 밝게 웃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환하게 해 준다고 설명하는 것으로 보아 분명 작가는 이 화가와는 상당히 가까운 것 같다. 김춘배 화가를 시도 쓰고 영화 평론도 하는 전방위 예술가라고 소개한다.
세 살 때 홍역으로 김춘배 화가는 소아마비가 생겼고, 누나는 청력을 잃었다고 한다. 두 차례 수술을 하고 후유증 등으로 자신도 청력을 잃었다고 한다. 구화로 대화를 하는데 학생 시절 성적도 우수했다고 한다. 그림을 공부하고 싶어서 국립대 강원대학교 미술교육과에 원서를 내었는데, 교편을 잡지 않겠다는 각서를 학교 측에서 요구하였다고 한다. 그 당시는 개인적으로 그림을 그리기만 하고 교사로 활동하려는 것은 학교의 부담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차별이라기보다 입학을 허가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였던 시절이었다.
연극동아리에 들어가 무대 설치를 맡아 적절하게 일을 했으며, 전혀 소침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학 생활을 했다. 그 외에도 문학반, 방송반, 사진반 등 많은 대학 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다.
졸업 후 화실을 내어 동호회원들을 가르쳤는데, 교사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보여주는데 교사가 될 수 없다는 대학에 의문이 든다고 최 작가는 말한다. 김춘배 화가는 장애가 있기에 더욱 그림을 그린다고 하였으며,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를 그리는 화가처럼 사명감을 가진다고 말한다. 가난해도 꿈이 필요한 이에게 꿈을 가지도록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다. 그는 화가의 길을 선택했고, 그 길을 최선을 다해 걸었으며 그래서 행복을 느낀다고 최 작가는 이야기한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김춘배 화가는 성위(갈대를 깨닫다라는 의미)라는 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갈대를 열심히 그리는데 가늘고 흐트러지는 모습이 그리기가 어려워 아직 자신이 만족할 그림을 얻지 못했다고 한다. 행복은 하지만 작업은 아직도 미완성인가 보다.
최 작가는 진정 자신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길을 찾으라는 말을 하기 위해 장애인 화가 이야기를 꺼냈다. 서로 다른 장애 유형에 선천성과 후천성의 두 장애인이다. 작가는 조금은 장애인 이야기가 조심스러웠던지 더욱 장애인은 길이 좁은 현실이라 선택의 중요성의 예를 들었을 뿐이라고 설명을 붙였다. 이 말은 장애인에게 선택은 더욱 중요하며, 그런 중요성을 여러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의 이야기가 청소년 진로지도에 활용된다니 일단은 신기하다. 이렇게 어려운 사람도 장애를 극복했으니 청소년 너희들은 노력해라라는 식이었다면 장애인 인식이란 면에서 장애를 극복의 이미지로 나타낸 좋지 않은 예가 될 수 있다. 장애인 성공감이나 극복의 이미지가 아닌 선택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것은 극복 이미지를 빗겨 가고 있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가지고 진로교육과 더불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에도 활용한다면 어떨까? 아니면 진로교육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느껴질까? 화가 자신이 직접 이야기한다면 자랑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고생하거나 장애로 어려움을 이겨 낸 것으로 표현한다면 꼰대가 되어 조건이 더 좋은 청소년들은 도대체 정신 차리지 못하고 뭐하고 있는 거냐는 식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꿈이 소중하고 삶에서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는 것을 이야기한다면 장애인 나름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고 소중한 것, 행복은 무엇인지, 그리고 장애인도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알게 하고 존중하게 될 것이다. 최근 장애 예술 전시나 공연을 보는 것을 참여형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에 포함하고 있다.
능력이 부족하다고 편견을 가진 이들에게 장애인 끼를 보여줄 것인가, 장애인이기에 더욱 감동스럽다고 느끼게 할 것인가, 장애인의 삶과 소중한 존재로 살아가는 행복에 공감하게 할 것인가, 단지 성공 케이스나 극복 사례로 보여줄 것인가 목적이 분명해야 할 것이다. 단지 전시나 공연을 보는 것이 인식개선이 아니다. 참여한다고 인식개선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이 연주하는 것을 보고 장애인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려고 참 고생하는 것을 보니 애처롭다거나, 장애인이 체육이나 예술활동 등 못하는 것이 없으니 오히려 내가 더 불쌍하구나 정도의 느낌을 주고 만다면 큰일이다.
동등해야 하는지, 차이를 인정해야 하는지, 자유가 중요한 것인지, 평등이 더 중요해서 자유를 규제해야 하는 것인지 혼란을 주지 말고 정리가 되는 참여형 인식개선이 되었으면 한다. 영웅이 된 장애인의 이야기가 극복 이야기가 되니 삼가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표현하고 느끼게 하는가가 문제이다.
최 작가의 장애인 화가 이야기는 장애를 불쌍해하거나 노력을 극복한 것으로 미화하지 않는다. 단지 선택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선택의 귀로에 있는 청소년에게 그들의 당면 이야기에 장애를 녹여 이야기하는 것은 어린이 방송극에서 장애인의 출연을 넣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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