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는 지난해 4차례에 거쳐 ‘디지털 신질서 정립 협의체’를 구성해 회의를 진행하였다. 이 협의체는 학계, 시민단체, 정부와 디지털 관련 공공기관 등 2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협의체 의장인 태재대학교 염재호(전 고려대학교 총장) 총장은 디지털 권리장전 초안 작성을 정부로부터 용역을 받아 작성했아. 이후 협의체의 심의를 통해 국무회의에 상정했고, 정부는 디지털 권리장전을 선포하게 되었다.

디지털 권리장전은 국회를 통과한 법은 아니다. 하지만 프랑스 혁명의 선언문처럼 디지털 시대의 권리선언으로서 다른 법률을 제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정부의 디지털 정책의 방향이 될 것이다. 즉 디지털 시대의 불문법적 헌법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 권리장전은 전문과 6장 28조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기본원칙에서는 자유와 권리보장, 공정한 접근권 기회의 균등, 안전과 신뢰의 확보, 디지털 혁신의 촉진, 인류 후생의 증진 등을 다룬다. 2장에서 6장은 이 원칙들을 한 장씩 할애하여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중에서 장애인과 관련될 수 있는 조항들을 보면, 2조 공정한 접근과 기회의 균등(원칙), 6조 디지털 접근권 보장, 8조 디지털 다양성 존중, 10조 디지털 대체수단 요구, 15조 디지털 데이터 접근, 17조 디지털 기술의 윤리적 개발과 사용, 22조 디지털 혁신활동의 자유, 25조 디지털 전환에 따른 갈등 해소 등이다.

2조 ‘공정한 접근권과 기회의 균등’에서는 ‘디지털 사회에서 경쟁과 혁신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보장되어야 하며, 디지털 혁신의 혜택은 공동체가 함께 향유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접근권과 향유권을 말하고 있다.

6조 ‘디지털 접근권 보장’에서는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기업도 개발단계부터 취약계층을 위한 접근성 확보 방안을 모색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8조 ‘디지털 다양성 존중’에서는 불합리한 차별과 편견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문화 다양성을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6장은 접근성 보장을 위한 기술을 말하고 있다면, 8장은 디지털 문화에서의 차별이 없어야 함을 말한다.

10조 ‘디지털 대체수단 요구’에서는 누구나 대체수단을 요구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공공영역에서 디지털 방식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위하여 전화나 대면 서비스 등 아날로그 방식으로도 제공할 것을 요구함을 말한다.

키오스크는 인력 절감을 위해 설치하였는데, 대체수단으로 인력을 배치하라고 한다면 저항감을 가질 것이다. ‘보이는 ARS’에 간단한 문의가 있어 전화를 한 것인데, 상담사 연결은 되지 않고 장시간 동안 메뉴만 맴돌고 있는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까? 자동 디지털 ARS가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기계에게 기업의 책임을 맡겨 놓고 면피한 것 같은 느낌은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회원 가입 결재는 너무나 간단하게, 취소는 복잡하고 디지털을 모르면 할 수 없도록 하면서 ARS에게 고객의 항의를 맡겨 놓고 기업은 부도덕하게도 뒤에 숨어 있다.

15조 ‘디지털 데이터 접근’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데이터의 개발과 공유를 다루고 있으며, 공익 목적의 데이터를 자발적으로 개방하거나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에서 거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여기서 정보 접근의 보장과 더불어 데이터의 접근에서의 보장을 취약계층도 향유 해야 함을 포함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기술적 접근은 보장하면서도 데이터의 접근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7조 ‘디지털 기술의 윤리적 개발과 사용’에서는 디지털 제공자의 윤리성과 신뢰성을 다루고 있다. 사회적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편익을 극대화하도록 해야 함을 의미한다.

관련 기준을 제정하고 개발자는 이 기준을 준수해야 하며 이용자도 타인의 권리보장과 사회질서를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신뢰성 역시 기술과 데이터의 완전성을 확보해야 함을 말한다. 이 조에서 접근성 보장을 개발자의 윤리로 정하여 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접근성을 이용자의 권리라고는 정하면서 제공자의 보장에 대한 윤리로는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2조 ‘디지털 혁신 활동의 자유’는 직업과 영업, 경쟁에서의 자유를 다루고 있다. 장애인은 포용 사회에 진입하기 위하여 동등한 능력이 될 수 있도록 편의 제공이 필요하며, 장애인이 직업, 영업, 경쟁에서의 불리함이 없도록 지원해야 함을 규정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25조 ‘디지털 전환에서의 갈등 해소’에서는 각종 갈등에 정부의 중재의 필요성과 소비자로서의 보호를 언급하고 있다. 디지털 사회에서도 의사소통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접근성으로 수어를 제공은 하지만, 이용자의 수어 사용은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로서의 장애인의 어려움으로 디지털 역량의 부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이 다루어지지 않은 것이 아쉽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조항들이 장애와 관련이 있을 것인데, 6조와 10조에서만 다루어져 접근성과 비디지털 접근 대체 요구만 다루어지고 있다. 다양성에서도 장애인을 다양성으로 품지 못했다. 그리고 ‘대체 수단의 요구’에서도 요구를 하기 전에 자발적 보장이 아닌 것이 부족한 수준이 아닌가 한다.

디지털 권리장전에서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잊혀질 권리’이다. 이는 개인의 정보보호와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개인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잊혀질 권리이다. 이미 공개된 정보들을 도로 회수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로 해소해야 하는지 개인 것이면 모두 잊혀지기를 원하면 삭제해야 하는지 논란이 있을 것 같다.

다음으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이다. 이는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근무 시간 외에 디지털로 연결되어 지시를 받거나 디지털로 감시당하지 않을 권리이다. 이 권리가 인정되면 퇴근 후 상사의 전화나 문자 일체도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될 것이다. 용인될 수 있는 인간적 접촉인지, 과도한 업무적 연결인지 애매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디지털 권리장전’에서 접근성의 보장은 앞으로 법으로 강력한 추진이 되어야만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다. 현재의 보조기기 보급사업이나, 접근성 인증제도 수준으로는 권리를 보장했다고 하기 어렵다.

더욱 강화하여 접근성 인증을 득하지 않으면 유통이 불가하다거나,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은 제품은 판매를 할 수 없어야 하고, 인증심의는 강제화하여 실시하여야 하며, 혁신적 기술로 장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단순히 자유를 보장한다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신기술을 응용하고 융합하도록 지원하고, 그 기술이 사회 전반에 기반이 되도록 설치되는 교통, 복지, 교육, 노등, 문화 분야에서 적용되어야 한다.

구체적 실천을 위한 적절한 예산확보가 최우선이다. 시각장애인이 창작활동을 위해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린다거나, 시각장애인이 음성 내비게이션을 이용하여 자유여행을 혼자 한다거나 하는 자유를 누리려면 그 기반 시설과 기술개발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플랫폼화, 자동화, 가상화, 초개인화라는 기준으로 진단을 해 보면 이미 디지털 심화 시대에 우리는 진입하여 있다. 그런데 우리가 만드는 디지털 사회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하여 차별 속에서 장애인은 역시 살아가는 사회가 여전히 만들어져서, 디지털에서의 자유와 평등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는 재난과 같다. 그렇다면 디지털은 장애인에게 고통이 연장된 사회이고 더욱 격차가 심해진 사회일 것이다. 기술의 이기가 불편을 해소하는 본연의 기능을 완전히 포기해 버리는 것이 된다.

과기정통부는 디지털권리장전의 실천과 구체적 문제해결을 위해 공론장을 열고 있다. 디지털공론장(www.beingdiigital.kr)은 주제별로 공론 시기를 정하여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 같은 주제의 공론장은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8월에서 9월 두 달간은 디지털 접근성이 공론화 주제다. 우리 장애인에게 마지막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낼 기회다. 누구나 쟁점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각종 이벤트도 병행한다면서 장애인 당사자 단체와 공통 논의의 장(토론회 등)을 열지 않는 것은 아쉬움이다.

우리 모두 디지털 접근성 공론장으로 나와 목소리를 높이자.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