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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근로자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에이블뉴스DB

요즘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은 바로 직무급제 도입이다. 직무급제를 설명하면 근무 연차가 아닌 직무 단위로 급여 설정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또한, 민간에서는 이미 연봉제가 일반화되어 각자에게 연봉에 따라 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 등 IT 분야는 이미 연봉제가 기본 급여체계로 자리 잡은 지 꽤 되었다. 그렇지만 장애인 노동자에게는 이런 것도 언제나 ‘그림의 떡’인 존재이다. 장애인 노동자의 평균 급여는 최저임금 연동제에 가깝기 때문이다.

필자가 최근 입사한 직장에서 놀라웠던 점은 연봉을 예상보다 높게 받아서 필자가 받은 최고 연봉을 받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장애인 노동자치고는 높아도 결국 같은 또래 비장애인 노동자들의 연봉에 비해서는 ‘새 발의 피’ 수준이다. 물론 고용 불안정에 따른 이직이 주원인이겠지만 장애인 고용에 있어서 중요한 급여 만족도는 솔직히 말하면 아직 낮은 편이다.

직무급제는 직무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며 연봉제는 각자의 성과에 따라 조정되는 만큼 장애인 노동자들에게는 약간은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지점은 장애인 노동자의 직무 수준을 낮게 보면서 기술적인 임금 삭감, 즉 장애인 종사 직무를 낮춰보면서 결국 ‘장애인 노동자 직무급 후려치기’를 진행할 가능성도 언제나 있다는 지점이다. 연봉제도 장애인 노동자 각자의 성과를 장애 특성 반영 없이 저평가하는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주의해야 할 지점이다.

물론 고용보장을 조건으로 희생하는 정도라면 그나마 봐줄 수 있는 카드이다. 하나를 내주면 하나를 얻을 수 있는 그런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거래가 담보되지 않으면서 장애인 직무급제 시행은 조금 위험한 지점이다.

게다가 장애인 종사 직무가 대부분 단순직 등 직무 수준이 낮거나 성과 파악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직무라는 점이 조심스럽게 짚어야 할 부분이다. 누가 미화 업무에 성과 점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인가? 바리스타가 커피를 몇 개 따랐는지가 업무 성과라면 그런 것은 좀 이상한 부분이다. 현행 카페 운영 구조로는 특정 지정 음료 판매 실적을 지점 등의 성과로 계산할 수 있겠지만, 그 바리스타 각자의 성과로 계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카페의 운영 체계로는 바리스타들이 로테이션 식 등 개개인의 성과 경쟁을 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봉제도 비슷한 지점이 있다. 장애인 종사 직무가 비장애인과 같은 직무라고 해도 장애 요소 때문에 가감되는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똑같이 평가하면? 겉은 공정해도 실질적으로는 차별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른바 ‘간접차별’인 것이다. 무조건 공정하게 하는 것도 가끔은 차별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장애인 노동자들은 여전히 저임금 구조에 놓여있으며, 상당수는 아직도 최저임금 연동제에 가까운 임금 체계에 놓여있다. 실제로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고용포털 워크투게더에 공시된 채용공고 대다수가 최저임금 연동제에 가까운 급여체계를 고시하고 있다. 최저임금보다 확실하게 높은 채용 공고를 낸 사례도 있지만, 극소수다.

앞으로 장애인 복지체계와 저출생 위기에 따른 인력 활용정책을 종합적으로 묶어봤을 때 장애인 노동자, 특히 발달장애인 노동자들을 최대한 노동시장으로 유입하게 할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장애인 복지체계는 이제 구빈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노동복지 중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이미 노르웨이에서도 장애인도 복지 혜택을 받으려면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 바가 있다. (제13기 장애청년드림팀 보고내용 참조)

그렇지만 노동시장으로 유입에 있어서 장애인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려면 기초생활수급비와 노동소득의 차이에서 노동소득이 압도적인 이익을 차지할 수 있게끔 하는 전략부터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도 복지급여와 노동소득을 대조한 결과 노동소득이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노동시장 진입을 일부러 거부하는 사례가 보고된 바가 있다. (제14기 장애청년드림팀 보고내용 참조)

그러한 점에서 직무급제·연봉제 등은 일부분 효율적일지는 몰라도 장애인 노동자들에게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분야이다. 장애인 노동자들에게는 급여 체계는 장애특성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설계해야 하며, 장애인 노동자들의 직무급·연봉 체계는 ‘장애로 인해 후려치기’를 방지할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제안하는 방식은 일부 호봉제 요소를 도입한 임금 보조금 지급으로 장기근속을 유도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근무 연한을 고려한 국가 임금 보조금, 즉 근로소득세 납세, 즉 원천징수가 확인된다면 월마다 일정 수당을 지급하는 보충금을 지급하는 대안이 될 것이다. 특히 서울특별시가 추진하는 안심소득 개념처럼 장애로 인한 임금 삭감 수준이 같은 세대의 비장애인 노동자 평균 소득 수준 이하일 경우에는 자동으로 보충 급여가 지급되면 장애로 인한 소득 손실을 만회할 방법이 될 것이다.

장애인 노동자들의 급여 수준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한 지점을 극복하고, 이제 소득 불평등에 의한 장애-비장애 양극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지점이다. 정부와 민간이 추진하는 급여체계인 직무급제·연봉제 체계 속에서도 장애인 노동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급여 산정이 이뤄져야 하고, 장애인 노동자들이 결국 저소득의 늪에 계속 빠지지 않게 할 대안 마련이 어쨌든 시급한 시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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