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낯선 도시를 여행하다 보면, 저마다의 시선으로 세상을 담게 됩니다. 누군가는 자연을, 또 누군가는 사람을 바라보듯, 오랜 시간 장애인단체에서 일해온 필자의 눈엔 ‘포용의 장면들’이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5월의 시애틀에서 마주한 접근성과 다양성의 풍경들, 그 기록을 두 편에 나눠 전합니다. 


(1) 휠체어와 서포터들, 시애틀 공항의 특별한 환대

5c8678918d8e90eebb2b24adf296913e_1748419965_9924.jpg

공항에 늘 대기 중인 휠체어와 서포터를 이용하는 분의 모습. ©윤다올

시애틀에 도착했을 때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수십 대의 휠체어와 서포터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습니다.

수하물을 찾으러 가는 길은 무빙워크 없이 길게 이어져 있었는데, 그때 옆으로 이동이 불편한 분들이 휠체어를 타고 편하게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고령자, 장애인, 그리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사람들 모두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항 화장실 앞에는 휠체어와 서포터들이 상시 대기하고 있어, 이동 편의가 필요한 사람들은 누구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시애틀 공항의 이동 지원 시스템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2) 호텔의 작은 배려: 낮춰진 체크인 카운터

호텔에서 낮은 높이의 테이블로도 체크인할 수 있다. ©윤다올
호텔에서 낮은 높이의 테이블로도 체크인할 수 있다. ©윤다올

호텔에 도착해 셀프 체크인을 마치고 옆을 보니, 휠체어 사용자들을 위한 낮은 높이의 테이블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떠올려보면 우리나라 호텔에서는 이와 같은 낮은 테이블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공공기관도 아니고,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호텔임에도 접근성을 고려한 설계가 되어 있어 더욱 인상 깊었습니다.

(3) 경사로에 담긴 포용: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의 경사로

100년 된 시장 골목, 유명 상점 앞 설치된 경사로. ©윤다올
100년 된 시장 골목, 유명 상점 앞 설치된 경사로. ©윤다올

시애틀의 상징적인 공간, 1907년에 문을 연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곳입니다.

도심 자체가 경사진 데다 시장 골목의 보도블록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지만, 시장 맞은편 유명 상점들 앞에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이 경사로는 유모차를 끄는 가족들도 유용하게 이용했습니다.

오래된 공간일수록 그 가치를 찾아 많은 사람이 모이는데, 이곳에서는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으려는 세심한 노력이 엿보여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4) 홀푸드마켓에서 만난 보조견의 권리

홀푸드마켓의 정책 갈무리. ©윤다올
홀푸드마켓의 정책 갈무리. ©윤다올

미국은 워낙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문화가 익숙해서, 가끔 반려동물 동반 입장을 제한하는 장소가 있습니다. 대형 마켓인 홀푸드마켓이 그랬습니다. 

홀푸드마켓 입구에는 "NO PETS"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내판을 유심히 보니, 그 아래에 작지만 분명한 글씨로 "Service Animals are Welcome" 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훈련된 보조견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권리' 그 자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형마트에 안내견 출입과 관련해서 이슈가 있었던 적이 있어, 이 문장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5) 미국의 인력 지원 정책을 엿보다

흰지팡이를 든 시각장애인을 돕는 지원 인력의 모습, 두 분 다 백발입니다. ©윤다올
흰지팡이를 든 시각장애인을 돕는 지원 인력의 모습, 두 분 다 백발입니다. ©윤다올

여행 중 마트에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장보기를 돕는 모습, 흰 지팡이를 짚은 시각장애 여성의 보행을 지원하는 모습,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손을 잡고 이동을 돕는 등 다양한 연령대의 지원인들을 목격했습니다. 이 모든 장면은 미국의 인력 지원 정책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2012년부터 지역사회생활국(ACL: Administration for Community Living)을 설립하여 노인국, 발달장애국, 장애국 세 부서를 통합했습니다. 해당 부서는 연령이나 장애 여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며, 실제로 돌봄서비스와 가족을 포함한 돌봄 인력에 대한 지원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가 이런 모습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시애틀에서 단순히 장애인뿐만 아니라 고령자, 그리고 이동이 불편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많은 서비스와 정책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찾아보니 미국은 부서 통합을 통해 포괄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 기록 어떻게 보셨나요? 나름 시간 순으로 사진을 나열해보았습니다. 이후에도 시애틀의 일상 속에서 '장애가 있는 삶'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인상 깊은 사례들을 계속 마주했습니다.<계속>

*이 글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윤다올 책임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