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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를 비롯해 17개 단체가 공동주최한 '2025 매드프라이드 서울'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개최됐다. ©에이블뉴스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정신장애인, 정신질환자가 미쳤다고? 아니, 나답다고!”

정신장애인과 정신질환자도 다른 사람과 다르지 않으며 나답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격리·강박을 겪는 정신병원 폐쇄병동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치유받으며 살아가야한다는 외침이 여의도에 울려 펴졌다.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를 비롯해 17개 단체가 공동주최한 '2025 매드프라이드 서울'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렸다.

'매드프라이드'는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정체성을 들어내고 온전히 존중받기 위해 편견과 차별에 맞서는 사회운동이자 축제로 1993년 캐나다에서 시작돼 영국, 프랑스, 브라질 등 세계 여러 나라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열린 2025 매드 프라이드 서울의 슬로건은 ‘미쳤다고? 아니 나답다고’이다. 이는 정신장애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맞서 당사자들이 나는 나답게 살고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개최된 '2025 매드프라이드 서울'에서 발언하는 박영미 씨. ©에이블뉴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개최된 '2025 매드프라이드 서울'에서 발언하는 박영미 씨. ©에이블뉴스

이날 축제는 정신장애와 정신질환, 이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세상을 향해 외치는 5명의 정신장애 및 절신질환 당사자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정신장애인은 무서운 사람이 아닙니다. 미친 사람도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관심과 위로가 필요한 사람입니다. 정신장애인은 환자가 아닙니다. 그저 우울증, 조현병, 공황장애 같은 것들이 나에게 있는 것입니다. 정신장애인을 환자로 바라보지 말아주세요.”

“정신장애인은 똑같은 사람이고 대우받아야할 소중한 사람입니다. 한 인격체이며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입니다. 보이지 않는 아픔을 감추고 살아가는 우리를 단지 정신장애 하나로 판단하지 말아주세요. 정신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힘과 위로를 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정신장애 당사자 박영미 씨)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요?’라는 질문에 자신이 희망을 적어놓은 포스트잇들. ©에이블뉴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요?’라는 질문에 자신이 희망을 적어놓은 포스트잇들. ©에이블뉴스

정신병원 폐쇄병동이 아닌 지역사회의 정신재활시설에서 정신질환을 치유해 가고 있는 회복 사례 경험담 또한 공유됐다.

“저는 2년 전인 2023년까지 집안에서 낮에는 유튜브와 인터넷방송을 보거나 게임을 하고 밤에는 술을 마시며 하루 종일 밖을 나가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였습니다. 인터넷 중동과 알콜 중독, 몸무게는 130kg이 넘고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싫은 인생이었습니다.”

“변화가 찾아온건 2024년 정신재활시설 노원희망공간이룸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일주일에 2~3번씩 나가 사람들과 몇 마디라도 소통하는 연습을하고 한달에 한번씩 한강유람선, 대학로 연극 등 외부활동을 했습니다. 점차 노원희망공간이룸도 매일 나가기 시작하며 스스로 맛집 탐방, 야구와 영화 관람 등 저는 집돌이에서 바깥돌이가 됐습니다.”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해 살도 빼고 최근에는 졸업을 포기했던 대학의 졸업을 목표하고 있고 자격증 취득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내가 나답게 내 인생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노원희망공간이룸은 나에게 기적 같은 변화를 가져도 주었고 행복과 미래라는 희망도 주었습니다.”(양성혁 씨)

'2025 매드프라이드 서울' 퍼레이드에서 침대 끌기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2025 매드프라이드 서울' 퍼레이드에서 침대 끌기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당사자들의 발언 이후 이어진 고유선 씨의 경기·진도 아리랑 등 아리랑 메들리 퓨전 국악과 관악중앙몸짓회 '골패' 공연은 축제 흥을 돋웠다. 또한 골패와 함께하는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회원들의 공연도 펼쳐져 참가자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다양한 공연이 끝나고 매드프라이드의 하이라이트인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퍼레이드는 정신질환 정신장애 해방과 자유를 상징하는 파란말 '마르코 까발로'가 이끌었다.

그 뒤에는 환자복을 입은 참여자들이 침대를 끌었다. 이 퍼포먼스에는 정신장애인과 정신질환자가 병원에 묶여있지 않고 세상에 나와 함께 살고자 하는 마음이 담겼다.

이날 2025 매드프라이드 서울에 참여한 수백 명의 참가자들은 노래하고 정신장애인, 정신질환자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자고 외치며 여의도 일대를 행진했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개최된 '2025 매드프라이드 서울'에서 공연하는 관악중앙몸짓회 '골패'. ©에이블뉴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개최된 '2025 매드프라이드 서울'에서 공연하는 관악중앙몸짓회 '골패'. ©에이블뉴스
'2025 매드프라이드 서울' 퍼레이드에 참가해 행진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2025 매드프라이드 서울' 퍼레이드에 참가해 행진하는 모습.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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