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장지용 칼럼니스트】살다 살다 이런 일도 보게 됩니다. 바로 이번에는 해외에서 질문을 받게 될 정도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3일이었습니다. 2023년에 만났던 칠레 자폐인 프란치스코와 연락을 주고받다가 지난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한국의 자폐인 투표권 사정이 궁금하다는 연락이 온 것입니다. 알고 보니 칠레도 곧 11월 16일에 대통령선거가 있어서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상황이어서, 프란치스코가 자폐인 등의 투표권 실태에 대한 글을 쓰려다 보니 비슷한 시점에 선거가 열린 한국의 상황이 궁금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에이블뉴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나 장애인고용공단 등의 보고서에서 지적한 여럿 문제인 저조한 투표율, 선거 진행 과정에서의 쉬운 공보물 부재와 토론회의 복잡성, 그림투표용지 문제, 자폐인 정책 부재 등에 대한 내용을 요점으로 간략히 답변을 쓴 것이 답변의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질문이 더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는 말을 덧붙여 보냈습니다.
그래서 메일 주소를 받아서 바로 답장을 써서 보냈는데, 엉뚱한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메일 주소 때문에 접수가 늦어진 것입니다. 결국, 다시 메시지가 오가게 되어 프란치스코의 개인 이메일 사서함 주소를 받아 바로 부치니 그제야 제대로 읽으면서, 질문 상황은 일단 종료되었습니다.
이와 별개로, 한국 장애계에 대한 외국의 관심도 조금씩 생겨나는 모양인가 봅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 변화 등이 그 원인일 것입니다. 또한, 최근 한국 장애계가 국제화를 노리고 있는 지점도 분명히 좋은 지점입니다.
실제로 제가 있는 estas는 해외 연계 활동에 적극적인 성향을 띄고 있어서, 이미 네덜란드·영국·일본·미국·칠레 자폐인 대표단을 접견한 적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또한, 유럽권의 자폐인 조직과 연계하여 함께 활동하기도 했고, 국제 자폐인 연대 성명에 한국 측 대표로 참여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특히 영국 대표단 접견은 제14기 장애청년드림팀 사업에 참여하는 형식이었지만, 영국으로 직접 방문해 현지 자폐인들을 방문한 방식이었기 때문에 더 의미가 깊은 방문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일본의 경우 두 번의 신경다양인 교류회를 셔틀 방식으로 운영해서 제2회 한일 신경다양인 교류회 때는 estas 회원들이 완전히 개인 비용으로 방문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최근 한일수교 60주년 등을 계기로 한일관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늘어난 만큼, 한일 자폐인들의 연대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estas도 일종의 ‘주일대사(駐日大使)’ 격의 회원도 생겨서 이 연계는 더 강화될 수 있는 믿음이 있기도 합니다. ‘주일대사’라는 말이 나온 이유는 estas 회원 중 하나가 일본으로 이주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반쯤은 진담으로, 반쯤은 농담으로 ‘주일대사’ 임무를 맡기자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외 자폐인 그룹들 사이에서는 estas를 일종의 ‘한국 자폐인 그룹’으로 인식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국제적인 활동에서 한국과의 협력 과정에서 estas와 연계될 일이 있을 듯합니다.
사실 저도 단독 영국 방문 일정이 추진된 적이 있었는데, 일정이 갑자기 꼬이게 되었습니다. 소속기관에서 몇몇 사정을 근거로 수습 해제가 아닌 종료 형식으로 퇴사시키기로 결정되어서 퇴사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분간 영국 방문 일정은 일시 보류 결정이 나왔습니다. 특히 영국 방문 일정은 개인 비용으로 완전히 치르기로 했는데 일정상 실행 가능성은 낮아진 상태입니다. 재취업 일정을 고려하면, 목표했던 10월 추석 연휴 겸 영국 방문 일정은 무산 직전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취업 일정이 잘 풀리게 되기를 소망할 뿐입니다.
코로나19 창궐이 지나간 이후, 전 세계는 다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장애계도 국제적인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왔지 않나 싶습니다.
장애계도 이제는 다양한 국제 장애 이슈에 신경 쓸 시점도 필요해졌고, 장애 유형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폐성장애의 경우, 자폐권리운동 같은 국제적 흐름을 맞춰가는 투쟁도 필요한 점도 있습니다.
또한, 몇몇 장애 이슈는 국제적 압력이 먹혀들어야 겨우 진전될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ILO 협약 일부 조항이나 CRPD 선택의정서에 시큰둥하던 대한민국 정부가 갑자기 비준을 서두른 것도 국제적 압력이 통했기 때문에 그나마 진전이 있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다만 ILO 협약 일부 조항 비준은 유럽연합의 통상 압력에 대응하는 조치였다는 씁쓸한 지점도 있었다는 점입니다.
다시금 국제적인 연결이 시작되고 더 급해진 상황이 생겼습니다. 세계적인 극우 열풍에 제동을 건 첫 번째 국가가 대한민국이라는 이야기까지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 저마저 졸지에 국제적인 연결이 이뤄진 만큼, 앞으로 한국 장애계가 어떤 글로벌 전략을 가져야 할지 이제 고심해야 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장애 문제가 ‘글로벌 시대’로 접어든 모양입니다. 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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