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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대학원생이 공부하는 그림. ⓒ챗gpt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고등교육은 사회적 자립과 전문성 확보를 위한 핵심 통로지만, 대한민국의 교육환경은 여전히 시각 중심에 머물러 있어 시각장애 대학원생들은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이에 법적 지원체계가 마련돼 있음에도 학습 과정 전반에서 구조적인 제약을 겪고 있는 시각장애 대학원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전문성 강화와 교수자 대상 장애인식개선 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제시됐다.

국립특수교육원 특수교육연구에는 최근 ‘시각장애 대학원생의 학업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리빙랩’(연구책임자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박수경 교수)이 게재됐다.

시각을 통한 교육이 기본 전제인 대한민국 사회 교육환경

우리 사회의 교육환경은 시각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적용하는 과정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보 접근이 구조적으로 제약되는 환경은 시각장애인 학생의 학업 수행을 어렵게 만들고 반복적인 학습 좌절을 경험하도록 하며 종국에는 고등교육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배제와 불평등을 초래한다.

교육은 인간의 기본권이자 사회경제적 지위를 결정하는 주요한 지표이며 계층이동의 수단이다. 또한 고등교육은 전문 지식과 기술 습득을 통해 사회적 자립과 경제적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영역이다.

특히 대학원 교육은 학습자의 자율성과 독립적인 연구 수행 능력이 요구되는 단계로 학습자의 정보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학업 성공에 중요하다. 이에 교육부는 2022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스크린리더 접근과 화면 해설 제공 등 정보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강의자료의 스크린리더 미지원, 점자 자료 부족, 디지털 콘텐츠 접근성 미비 등의 정보 접근의 제약과 함께 교수자의 낮은 장애 인식으로 인해 시각장애 대학원생이 경험하는 학업 수행의 어려움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이에 이번 연구는 시각장애 대학원생이 학위과정에서 경험하는 구조적 제약과 실질적 어려움을 리빙랩(Living Lab) 방식을 통해 탐색하고 장애 당사자와 관련 전문가 및 이해관계자 간의 협업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학업 지원체계의 프로토타입을 제안하고자 했다. 리빙랩 연구방식은 실제 생활 현장을 기반으로 당사자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공동 설계하는 상향식의 사용자 중심모델이다.

학업 전반에 걸친 정보접근성 제약에 정서적 어려움 겪는 시각장애 대학원생

연구결과 시각장애 대학원생은 학업 과정 전반에서 실질적인 정보접근성의 제약을 경험하고 있었다. 특히 강의자료나 통계 프로그램과 같은 학습 도구가 텍스트와 호환되지 않는 시각 중심의 전달 방식으로 제공돼 학업과 연구 수행에 본질적인 장벽이 됐다.

이로 인해 연구방법론 과목과 같은 필수 교과에서도 접근 가능한 대체 자료나 분석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아 양적 연구 수행이 사실상 차단됐고 질적 연구로의 제한적 선택을 감내해야 했다.

시각장애 대학원생을 위한 법적인 지원체계는 존재했지만, 관련 기관 간 연계 부족과 소극적인 운영 방식으로 인해 실질적인 학습지원 효과는 미미했다. 장애학생지원센터나 도서관 등은 학습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권한과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작권에 대한 과도한 우려와 낮은 법적 이해도 때문에 적극적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교수자의 장애 인식과 수업 운영 방식은 시각장애 대학원생의 학습 경험에 직접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수의 교수자는 시각장애 학생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으며 학습지원에 대한 실질적인 협조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인식 부족을 넘어, 고등교육 기관 전반에 시각장애 대학원생에 대한 지원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안내할 수 있는 매뉴얼과 실무 지침의 내용이 부족한 구조적 한계를 반영한다.

결국 이러한 학습권의 제약은 궁극적으로 시각장애 대학원생의 심리적 위축, 자기효능감 저하, 진로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시각장애 대학원생들은 학습권의 지속적인 제약으로 인해 심리적・정서적 측면에서 중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시각장애 대학원생 학업 지원체계 프로토타입. ⓒ국립특수교육원
시각장애 대학원생 학업 지원체계 프로토타입. ⓒ국립특수교육원

‘장애학생지원센터 전문성 강화·교수자 대상 장애인식개선 교육’ 제언

보고서는 “현재 각 대학의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전문인력 부족, 낮은 조직 위상, 잦은 인사이동 등의 문제로 인해 효과적인 지원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장애학생지원센터의 전문성과 구조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시각장애 대학원생의 특수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조공학기기 대여, 대체 자료 제작, 통계 지원 등 전문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센터 조직을 재편하고 전담 인력을 장애 관련 전공자나 현장 경험이 있는 인물로 구성해야 한다. 또한 인력의 고용 안정성 보장과 지속적인 직무 훈련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수자 대상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은 실효성 중심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현재 의무화된 온라인 교육은 형식적 참여에 그치고 있으며, 실제 교수 전략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수자에게는 장애 유형별 가이드라인 제공과 함께, 대면 교육, 워크숍, 교양 교과 연계 등을 통해 장애에 대한 감수성과 교육적 대응능력을 내면화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이외에도 시각장애 대학원생의 낙인감 해소와 심리적 안정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 구축, 특별지원위원회의 시각장애 관련 전문가와 당사자 참여 제도화, 장애인 고등교육지원센터의 실질적 역할 정립과 조속한 운영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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