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영아 칼럼니스트】어느 새 입추와 추분을 지나 가을의 문턱을 성큼 넘어섰다. 바람도 제법 쌀쌀하고, 긴팔과 외투를 챙겨입은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흔히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말한다. 책을 읽고 사색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기 좋은 시기이다. 

최근 어른들의 ‘그림책 토론’이 독서문화의 일환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어린이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그림책이 어른에게도 좋은 컨텐츠로 평가받으면서 삼삼오오 모여 그림책을 읽는 경우를 보곤 한다. 

그림책은 이미지가 중심인데다, 글자와 분량이 적어 발달장애인들에게도 좋은 교육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영상보다 전달력이 좋고,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나눌 수 있어 더 없이 좋다. 

성인발달장애인들이 자신의 ‘자립’ 과 관련해 함께 읽고 나누며 토론하기 좋은 그림책을 몇 권 추천해보고자 한다. 이 도서들은 발달장애인 당사자, 가족, 지원자가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누기에 부담없는 구성과 의미있는 화두를 담고 있다. 

내가 개였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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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였을 때' 표지. ©김영아

주인공 토토는, 스물다섯살의 지적장애인이다. 자기 스스로 ‘내 모자란 머리는 다섯 살’ 이라 말하는 토토는 엄마, 동생 과 살고 있다. 어느 날 엄마는 몸이 아파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셨고, 토토는 외삼촌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얼마 뒤 토토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침대에 있던 엄마는 보이지 않고 동생도 형을 한참 괴롭히다 집을 나가버린다. 홀로 남은 토토는 ‘불을 쓰면 안 되’ ‘칼은 절대 쓰면 안 되’ 라 말했던 엄마의 말을 기억하며 밥을 해먹지도, 씻지도 못한 채 살아간다. 이후 마당에서 키우던 반려견 델핀느의 집에서 먹이를 함께 먹으며 살아가다 델핀느마저 죽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책은 지적장애인의 의존적 삶이 갑작스레 자립으로 전환되는 상황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부모의 입장, 당사자의 입장, 형제자매의 입장을 보여줌으로서  각자의 입장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자립을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해준다. 

파랑오리 

'파랑오리' 표지. ©킨더랜드
'파랑오리' 표지. ©킨더랜드

 파랑오리는 어미를 잃은 아기악어를 데려와 보살핀다. 악어의 엄마를 찾아주고 싶지만 찾지 못했고, 악어는 파랑오리를 친엄마라 여기며 함께 살아간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진 파랑오리는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고, 어른이 된 악어는 그런 파랑오리 엄마를 사랑으로 보살핀다. 아기였던 자신을 키워주고 돌봐준 파랑오리 엄마에게 돌봄과 사랑을 보답해주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중고령발달장애인들과 부모님의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책이다. 등장인물이 둘 뿐인데다 글자 수가 적어 읽기에 부담이 없고, 부모님을 돌보고 있거나 돌봐야하는 자녀들의 생각을 표현하기 좋은 마중물이 되어준다. 실제 이 책으로 당사자들과 토론했을 때,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책임감을 표현하는 분들이 많았기에 추천한다. 

아나톨의 작은냄비 

  '아나톨의 작은냄비 ' 표지. ©씨드북

'아나톨의 작은냄비 ' 표지. ©씨드북

 달그락거리는 냄비를 항상 끌고 다니는 소년 아나톨. 사람들은 아나톨이 시끄럽다며 싫어한다. 아나톨은 그런 냄비를 떼어내고 싶지만 떨어지지 않아 더 힘들기만 하다. 그런 아나톨에게 한 아주머니가 나타나 냄비를 안고 살아가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아나톨도 주변 사람들도 더는 냄비를 부끄러워하지도 싫어하지도 않게 되는데, 아나톨이 냄비를 꼭 안고 살아가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냄비는 ‘장애’를 의미한다. 떼어놓지도 버릴 수도 없는 불편한 존재이지만, 그럴수록 내 것으로 여기며 품고 살아야 함을 알려주는 책이다. 당사자분들이 자신의 장애를 인식하고 수용하는 이야기를 나누기에 유용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럴 수 있는거야?

'이럴 수 있는거야?' 표지.  ©비룡소 출판사
'이럴 수 있는거야?' 표지. ©비룡소 출판사

 이 책은 죽음과 상실을 받아들이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이 사랑하던 새 앨비스가 죽어 슬픔에 빠진 소녀에게 친구들이 찾아와 왜 슬픈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자신의 슬픔을 말로 꺼내어 대화로 풀어가면서 상실이 가져오는 감정의 변화를 쉽게 보여준다. 마지막에는 친구들과 앨비스의 장례식을 치러주며 애도함으로서 상실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간결한 등장인물과 스토리 구성으로 발달장애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죽음과 상실이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어렵지않게 수용하는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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