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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지난 6월 26일 연세대 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방문해 치과 진료를 받고 있다. [©조현대

【에이블뉴스 조현대 칼럼니스트】 필자와 자주 왕래하는 주변 시각장애 지인들을 보면 비장애인 지인에 비해 치아 문제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수원에 사는 50대 후반 맹학교 동기인 A씨는 이미 틀니를 했다고 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A씨는 높은 치과 치료 비용 때문에 병원 방문을 꺼려왔다. 참다 참다 못해 5년 전에 치과를 방문했고 진료 결과 치아 상태는 극히 악화돼 있었다. 앞니 전반에 충치가 발생했고 어금니 3개엔 금을 씌워야 했다. 비용을 문의하니 600만원을 훌쩍 넘었다.

A씨는 수술 비용이 저렴한 치과를 찾다 서울 강남에 있는 대형 병원을 방문했다. 임플란트 하나에 40만원을 들여 1년에 걸쳐 대대적인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이후 만난 A씨는 필자에게 “죽을 만큼 고생을 했다”면서도 “뽑지 않아도 될 치아를 뽑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가양동에 사는 40대 후반의 후배 지인 B씨도 비슷한 시기부터 치과 치료를 받아오고 있는데 A씨와 같이 큰돈을 쓸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2005년 장애인전문치과(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가 생기면서 꾸준히 치과 진료를 받아오고 있다. 초창기에는 그간 미뤄둔 진료 때문에 어금니 2개에 크라운을 씌우고 임플란트를 2개나 하는 등 많은 고생을 했다. 비용도 500만원이나 나왔다. 다행히 장애인 전문 치과에서 비급여의 30%를 할인받긴 했지만 그래도 큰돈은 큰돈이었다.

그때 이후로 필자는 치아 관리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한번은 전동칫솔이 치아 손상을 유발한다는 의사의 조언을 듣고 사둔 전동칫솔을 모두 처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필자와 같은 중증 시각장애인에게 여전히 치아 관리는 까다롭고 어려운 일이다. 필자도 나름대로 양치를 열심히 했음에도 때때로 활동지원사로부터 조용히 “선생님, 앞니에 고춧가루가 끼었거든요”라는 말을 듣곤 얼굴을 돌려 이물질을 빼내곤 한다.

비장애인들에게 치아 관리는 온전히 개인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중증 시각장애인에겐 구조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다. 활동지원사의 도움이 없다면 치아에 낀 고춧가루를 빼지 못할 수도 있고, 비장애인에겐 간단한 가글조차 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중증 시각장애인의 더 건강한 치아 관리를 위해서는 사회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파견하는 중개기관은 활동 교육 시 치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해 줬으면 한다. 또 보건복지부와 관계 당국은 장애인 전문 치과 수를 확대해 형편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방문 문턱을 낮출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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