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를 가진 청소년이 친구의 손을 자꾸 만지는 행동을 보였다. 보호자는 아이에게 “그런 건 하면 안 돼!”라고 꾸짖었고, 아이는 눈을 내리깔며 조용해졌다. 그날 이후 그는 아무에게도 다가가지 않았고, 누구와도 손을 잡지 않았다. 우리는 그 아이에게 ‘무엇이 잘못인지’만 말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가르치지 않았다.
성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발달장애 청소년의 성에 대해 불편해하고, 침묵하며, 때로는 외면한다. “이 아이가 뭘 알겠어”, “괜히 성에 대해 알려주면 더 문제될 거야”라는 말은 장애인을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시선을 반영한다. 그러나 발달장애를 가진 청소년 역시 다른 또래처럼 신체적 변화와 감정의 흐름을 경험한다. 성적 자각과 욕구, 관계 맺음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러운 성장의 일부이다.
문제는 발장장애 청소년이 그 욕구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정규 학교나 특수학교에서도 성교육은 대부분 일회성이고 피상적이다. 발달장애인의 이해 특성과 소통 방식에 맞춘 성교육 자료와 교사는 턱없이 부족하고, 보건교사조차 당혹스러워하는 일이 많다. 그렇다 보니 ‘안 돼’, ‘하지 마’ 같은 부정적 금지어만 반복되는 성교육이 주를 이룬다.
그 결과, 발달장애 청소년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어디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모르고, 잘못된 방식으로 드러내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위축되기도 한다. 이 모든 상황은 ‘장애’ 때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성교육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교육은 단지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자기 몸을 알고, 타인을 존중하며, 건강한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는 삶의 교육이다. 발달장애 청소년에게도 성은 부끄럽거나 금기시해야 할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존중받아야 할 자기 삶의 일부이다. 그러므로 발달장애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은 반드시 장애 특성을 고려한 방식으로, 반복적이고 구체적으로, 실제적인 상황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보호자와 교사, 전문가가 함께 연결되어야 한다. 성교육은 학교만의 책임이 아니다. 가정에서도 감정과 관계, 신체 변화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보건의료인도 이 교육에 중요한 파트너이다. 산부인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등에서 발달장애인의 성적 표현과 건강 문제를 함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발달장애 청소년의 성을 감추는 것은 장애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취약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하지 말라’는 금지보다, ‘어떻게’라고 안내를 할 수 있는 성교육을 고민해야 한다. 존중받고 싶은 사람은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성교육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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