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재활협회와 신한금융그룹이 주최하는 해외연수 프로그램,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이하 ‘드림팀’)’ 20기는 행동하는 장애청년드림팀을 주제로 영국, 미국, 호주 3개국 연수를 마쳤다.

그 중 다온(DAON)팀은 김성현, 신지우, 고명진, 이원진, 이채빈, 이태민 등 대학생과 직장인 청년들로 구성됐다. 팀명 ‘다온’은 ‘좋은 일이 다 온다’는 순우리말 의미와 ‘多(다양할 다)·溫(따뜻할 온)’의 한자 뜻을 함께 담아, 다양성과 따뜻한 조화를 지향한다. 장애와 비장애, 서로 다른 배경의 청년들이 함께 도전해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온팀은 이번 연수에서 ‘장애포괄적 청년정책’을 주제로 8박 10일간 런던·맨체스터·옥스포드 세 도시를 방문해 현지 사례를 탐구하고 교류의 장을 넓혔다. 특히 △청년기에서 성인기로 이어지는 전환기 지원 △장애청년의 고등교육 및 고용 기회 확대 △사회참여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봤으며, 각 기관 담당자들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한국 정책 개선 방향을 모색했다. 다온팀의 영국 연수 여정은 총 5편의 기고문으로 나누어 독자들에게 소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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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3일(현지시각) 장애청년드림팀 20기 다온팀이 영국 런던 Google Accessibility Discovery Centre(Google ADC)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이태민, 김성현, 이원진, Hans Zimmermann, 김은채, 고명진, Praneeth Reddy Chada, Clovis P. J., 신지우, 이채빈, 김대룡, 조지윤) ⓒ다온

영국 연수 3일차, 장애청년드림팀 20기 다온팀은 Google Accessibility Discovery Centre(이하 Google ADC)를 방문했다.

런던 킹스크로스에 위치한 Google ADC는 지난 2022년 국제 장애인의 날에 개소했다. 이곳은 장애 당사자, 전문가, 엔지니어가 함께 연구하고 공존하는 혁신적 협업 공간으로 다양한 보조기술과 포용 디자인을 전시한다. Google ADC는 미국과 영국을 시작으로 현재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으며, 각 지역의 글로벌 접근성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온팀은 런던 Google ADC에서 Clovis P. J.(이하 클로비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Praneeth Reddy Chada(이하 프라니트, 접근성 분석 전문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런던 Google ADC 네온사인 ⓒ다온
런던 Google ADC 네온사인 ⓒ다온

런던에서 만난 Google ADC는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라 기술 혁신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실험실이었다. 이곳의 철학은 곧 'Nothing about us without us(당사자 없는 논의는 없다)'라는 구호로 집약된다.

프라니트는 인터뷰에서 "접근성 설계는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하며 반복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완벽한 해답이 아닌, 다양한 사용자를 위한 다양한 해답을 찾는 공간—Google ADC는 누구나 함께하는 모두의 공간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철학이 담긴 사례들은 어떤 모습일까. 다온팀은 클로비스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Google ADC에 전시된 생활과 기술을 잇는 다양한 접근성 사례들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클로비스는 일반 책과 달리 수십 배 두꺼운 점자 책을 꺼내며 "같은 콘텐츠를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LEGO Braille에 대해 "어린이들이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점자를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학습과 놀이가 연결된 뛰어난 접근성 디자인의 사례"라고 소개했다.

다온팀 단원 이태민이 Google ADC에서 Eye-tracking game을 체험하고 있다. ⓒ다온
다온팀 단원 이태민이 Google ADC에서 Eye-tracking game을 체험하고 있다. ⓒ다온

Eye-tracking game은 신체적 움직임이 제한된 사람이 눈동자만으로 화면 속 캐릭터를 조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화면에 나타나는 파란 점을 눈으로 따라가면 시선이 커서가 돼 움직인다. 직접 게임을 체험한 단원 이태민은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익숙해지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Xbox Adaptive Controller를 비롯해 다양한 맞춤형 입력 장치를 체험할 수 있었다. 특히 손 대신 발 페달이나 머리로 조작하는 버튼을 연결해 즐기는 FIFA 축구 게임이 인상적이었다. 프라니트는 "Xbox와 PlayStation이 서로 경쟁하면서도 동시에 접근성 설계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접근성이 한 기업의 과제가 아니라 협력적 혁신의 장임을 보여준다.

고가의 첨단기술뿐만 아니라 생활 속 보조기기 전시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손 떨림이 있는 사람이 음식을 흘리지 않도록 고안된 Steady Spoon, 베개 밑에 두면 강력한 진동으로 깨워주는 진동 알람시계, 촉각으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계와 촉각 자 등이 그 예다. 클로비스는 "저비용으로 같은 문제를 풀 수 있다"며 접근성 기술과 디자인이 고가여야만 할 필요는 없음을 강조했다.

다온팀 단장 김대룡 교수가 Google ADC에서 생활 속 보조기기 전시 공간을 체험하고 있다. ⓒ다온
다온팀 단장 김대룡 교수가 Google ADC에서 생활 속 보조기기 전시 공간을 체험하고 있다. ⓒ다온

다온팀이 체험한 이 모든 도구들은 하나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접근성은 특정 집단만을 위한 특수한 장치가 아니라 누구나의 일상에서 필요한 보편적 가치라는 것.

프라니트는 "화면이 햇빛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상황, 도서관에서 소리를 켤 수 없는 상황, 아기를 안고 두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처럼 누구나 순간적인 '상황적 장애(situational disability)'를 겪는다"며 "접근성 기술과 제품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동안 접근성을 흔히 '장애인을 위한 것'으로 이해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의도하지 않게 집단을 나누고, 경계를 긋고, 결국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시각을 강화하기도 한다. Google ADC에서의 경험은 이 경계를 허무는 순간이었다. 접근성은 특정 집단에 국한된 권리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주하는 상황 속에서 필요한 조건이자 모두를 위한 권리다.


프라니트(왼쪽)와 다온팀 단원 고명진이 Google ADC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다온

처음에는 접근성을 장애청년의 삶을 바꾸는 기술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Google ADC에서의 체험과 인터뷰를 마친 후, 시각은 달라졌다. 접근성은 누구나가 각자의 삶에서 직면할 수 있는 상황과 맞닿아 있었다. 접근성은 모두의 삶을 지탱하는 보편적 가치였다.

이 깨달음은 연수 주제인 '장애포괄적 청년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접근성을 확대하는 정책은 단순히 시설을 늘리는 문제를 넘어, 인식 전환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정책 설계의 중심에 두어야 하며,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 짓는 선을 지우고,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공통의 조건으로 접근성을 다뤄야 한다. 그래야 청년기의 교육, 고용, 사회참여 전환 과정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Google ADC에서 배운 교훈처럼, 한국의 장애포괄적 청년정책이 경계를 허무는 데서 출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음 편에서 다온팀은 맨체스터로 이동해 GMYN(Greater Manchester Youth Network)를 방문한다. GMYN은 맨체스터 지역 청년 자선단체로, 청년들이 지역과 사회 속에서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온팀은 GMYN과의 만남에서 지역 청년들과의 교류를 통해, 장애청년의 사회참여와 리더십을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지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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