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자책을 읽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DB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한시련)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교과서가 법제도상 ‘교과서’로 인정받지 못해 시각장애 학생은 교과서 없이 교육권을 침해받고 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에는 시각장애 학생, 학부모 등 17명이 참여했다.
현재 점자교과서는 ‘초·중등교육법’과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어디에도 교과용 도서로 규정돼 있지 않다. 법적 공백으로 인해 점자교과서의 제작과 보급 일정이 해마다 달라지고 있으며, 그 결과 교과서가 수업 진도에 맞춰 도착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
한시련은 “보급이 이뤄지더라도 한 권이 여러 책으로 나뉜 분권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시각장애 학생은 필요한 내용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없다. 결국 학기 초부터 교과서를 온전히 갖추지 못한 채로 수업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특수교육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시각장애 학생 수는 1678명이다. 이 학생들은 점자·확대 형태의 교과서를 받지만, 보급 지연과 분권 제공이 이어져 학습 준비에 지장을 받는다. 비장애 학생이 한 권의 교과서에서 필요한 내용을 자유롭게 찾아볼 수 있는 것과 달리, 시각장애 학생은 교과서를 한 번에 제공받지 못해 학습 진행에 차질이 생기는 것.
시각장애 교사도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교사용 점자 지도서가 늦게 보급되거나 분권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필요한 내용을 제때 확인하기 어렵고, 수업 계획 수립과 자료 준비에도 제약이 따른다.
한시련은 “시각장애 교사의 교수권과 직업 수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주요 요인이다. 학부모 또한 자녀의 학습 계획을 세울 수 없어 학습 지원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학생의 학습권, 학부모의 자녀교육권, 교사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동시에 평등권 침해에도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번 헌법소원에는 시각장애 학생·학부모·교사 17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했으며,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와 김진영 변호사(재단법인 동천)가 공동대리를 맡았다.
청구서는 현행 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기본권 침해가 위헌임을 지적하고 ▲점자교과서의 법적 지위 부여 ▲안정된 제작·보급 체계 마련 ▲교육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한시련은 “시각장애 학생도 학기 초에 완전한 형태의 교과서를 보급받아야 하지만, 점자교과서는 여전히 적기에 보급되지 않아 의무교육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면서 “모든 학생의 동등한 출발선을 보장하기 위해 점자교과서를 ‘교과서’로 인정하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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