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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씨. ©한국장애인개발원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 있는 한 녹음실. 그 곳에서 이현수 씨(지체장애, 60세)는 세상과 소통하고 있었다.

약 7년 전부터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 유튜브 채널 ‘고양장복(아름드리TV)’에서 복지관 방송실 특화사업 DJ로 활동했던 이현수 씨는 올해부터 팟캐스트 방송 편집 업무를 정식적으로 맡게 됐다.

적지 않은 60세라는 나이에 맡게 된 방송 편집과 영상 썸네일 작업은 당연히 쉽지 않았다. 이현수 씨는 “편집 작업은 지난해부터 배우기 시작했는데 모든 과정이 어렵고 낯설었다”고 말했다.

저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파일이 사라지기도 하고 다시 처음부터 편집을 해야 하는 날도 많았다. 방송을 준비하면서 ‘꼭 제대로 저장해야지’ 하고 마음을 다잡아도 실수는 반복됐고 그때마다 좌절감이 밀려왔다는 것. 특히 내용을 수정하던 중 파일이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는 날이면 마치 컴퓨터가 자신이 초보자인 걸 알아채고 일부러 장난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40대 때 배우기 시작한 컴퓨터와 50대 때 시작한 팟캐스트까지 이현수 씨에게 배움이란 언제나 느리고 힘겨웠지만, 삶에 새로운 에너지가 샘솟게 했다.

컴퓨터를 처음 배울 때는 마우스 클릭조차 서툴렀고 용어들을 이해하기도 힘들었으며 마우스를 움직이면 프로그램이 멈춰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을 받으며 컴퓨터에 점점 익숙해지고 워드프로세서 자격증까지 취득하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이전에는 시도조차 두려웠던 일에도 용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 유튜브 채널 ‘고양장복(아름드리TV)’ DJ로 활동하는 이현수 씨. ©한국장애인개발원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 유튜브 채널 ‘고양장복(아름드리TV)’ DJ로 활동하는 이현수 씨. ©한국장애인개발원

이후 이현수 씨는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기타와 도자기 제작 등 많은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팟캐스트와의 인연도 그렇게 시작됐다. 그저 컴퓨터 교육인 줄 알고 신청했던 팟캐스트 프로그램은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었다.

‘그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교육을 받던 중 당시 선생님으로부터 복지관 팟캐스트 DJ로 참여해 보라는 권유를 받게 됐다. 이현수 씨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피하지 않았다.

자신의 이야기와 경험을 사람들과 공유해야 하기에 처음에는 대본을 작성하며 울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방송 장비에 문제가 생겨도 임기응변으로 대처하고 참여자들이 긴장해도 그들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진행하는 7년 차 베테랑 DJ가 됐다.

팟캐스트 교육도 꾸준히 들었다. 이현수 씨는 “지난해부터 팟캐스트 교육과정에서 편집 교육을 받았다. 모든 과정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반복되는 시행착오 속에서 점점 발전할 수 있었고 마침내 완성한 작업물이 화면 속에 올라간 모습을 보며 너무나 뿌듯하고 성취감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이현수 씨의 노력과 결과물을 눈여겨보던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지난해 장애인일자리 사업 참여를 제안했다. 그렇게 이현수 씨는 팟캐스트에 출연하는 DJ를 넘어 편집 업무를 수행하는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됐다.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 유튜브 채널 ‘고양장복(아름드리TV)’ 녹음실에서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이현수 씨. ©한국장애인개발원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 유튜브 채널 ‘고양장복(아름드리TV)’ 녹음실에서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이현수 씨. ©한국장애인개발원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 김혜수 팀장은 “이현수 씨는 DJ로 활동하면서 따뜻한 소통 능력을 보여주었고 복지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영상편집 기술도 익히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방송 준비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 장비를 점검하고 다른 사람들이 왔을 때 준비된 상황을 세팅해 놓는다. 영상편집도 자막 하나, 음향 효과 하나도 세심하게 검토하고 유튜브에 올린 썸네일도 정성스럽고 감각 있게 잘 만드는 등 책임감과 전문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오랜 기간 복지관을 이용한 경험을 살린 방송으로 고양라디오 방송이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창구가 되고 있는 만큼 이현수 씨의 이야기와 성장은 많은 이용자에게도 ‘나도 내 삶의 방식으로 일할 수 있다’는 희망과 자극을 주고 있다고.

앞으로 새로운 목표에 대해 이현수 씨는 “동영상 제작을 더 배워서 좀 더 업그레이된 나만의 컨턴츠를 제작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에게는 “할 수 있다고 믿으면 할 수 있다.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나도 그랬으니까. 늦어도 천천히 하면 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이현수 씨의 이야기는 한국장애인개발원 ‘2025년 장애인일자리사업 우수참여자’ 최우수상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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