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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피플퍼스트와 함께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및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국회방송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학대에 취약한 중증장애인 등의 학대사건이 발생했을 때 학대행위 입증을 위해 제3자 대화 녹음을 허용하고 증거능력이 인정되도록 하는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예지 의원(국민의힘)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피플퍼스트와 함께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및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제3자가 녹음하거나 청취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수집된 증거는 형사재판에서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증거를 스스로 확보하기 어려운 아동·노인·중증장애인 학대 사건에서는 가족 등 제3자가 수집한 녹음자료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학대 사실 규명과 가해자 처벌이 극도로 어려워지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최근 용인 장애아동 학대 사건에서도 1심 재판부는 아동학대를 유죄로 봤으나, 2심에서는 부모가 확보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면서 아동학대 여부에 대한 판단 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한 채 무죄가 선고되기도 했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주요 해외 국가에서는 학대행위와 관련해 비밀리에 녹음한 자료의 예외적 증거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법원도 보호자 등 제3자의 비밀녹음을 통해 아동·노인·중증장애인에 대한 학대 사실이 밝혀진 경우 증거능력을 인정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리의 적용 여부가 법원 심급별로 달리 판단되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혼선이 있어, 입법을 통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학대행위를 입증하기 위한 정당한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의 제3자 녹음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그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학대가 실행 중이거나 실행됐다고 의심할 상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제3자가 증거 수집을 위해 타인 간 대화를 녹음·청취할 수 있도록 예외를 명확히 규정했다.

김예지 의원은 “아동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최선의 이익이 보장돼야 하며,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역시 우리나라 정부에 장애인에 대한 학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구제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의원은 “여야를 막론한 18명의 동료 의원님들께서 문제의식에 공감해 법안 발의에 함께해주셨다”며, “스스로 방어하기 어려운 아동, 노인, 중증장애인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이번 법안이 반드시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들도 김 의원의 개정안에 ‘환영’을 표하며 장애인 권리구제를 위한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호소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인 한국피플퍼스트 박경인 활동가는 “성인될 때까지 시설에서 살며 죽고 싶은 만큼 학대를 당한 일들이 많았지만, 시설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제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면서 해당 개정안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도 “다만 제3자 대화녹음이 감시하는 도구가 아닌, 최소한의 방어하는 힘으로 사용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도 “장애가 있는 아이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밉상이다’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한다면 이것은 훈육이 아닌 명백한 언어적 학대다. 현재 법은 제3자의 녹음을 불법이라며 증거 채택이 되지 않는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가 없는 것이 우리 법의 현실”이라면서 “중요하고 굉장히 절박한 입법이다. CCTV처럼 상시 도청하자는 것이 아니라 학대에 충분한 정황이 있을 때, 오직 학대 정황을 확보할 목적으로만 예외로 두자는 것이다. 성실하게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를 겨냥하는 것이 아닌 권리 구제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면서 개정안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는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녹음기를 보낼 정도면 가정학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안에서 차별과 학대가 있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철저히 배제시키는 방식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장애인이 더 이상 학대와 차별의 삶에서 살지 않도록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길 바란다”고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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