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이 유튜브에 출연해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모습. ⓒ유튜브캡쳐
【에이블뉴스 이원무 칼럼니스트】모든 인간은 평등하다. 장애인권리협약에선 이와 관련해 제5조 평등과 비차별이라는 조항이 있으며 그 조 안에는 4개의 조항으로 나뉘어 있다. 이번 글은 그 가운데 5조 4항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최근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의 김예지 의원에 대한 혐오 발언이 우리 사회에 일파만파로 번지게 된 이유와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 얘기는 조금 있다 하겠다.
그러면 먼저 제5조 4항에서 뭐라고 하는지 보겠다. 이 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장애인의 사실상 평등을 촉진하고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구체적인 조치는 이 협약의 조건 하에서 차별로 간주되지 아니한다. (장애인권리협약 제5조 4항)
장애인권리협약 제6호(평등과 비차별) 일반논평에 따르면 차별로 간주되지 않는 구체적 조치란 사회적 소외 집단에게 특정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적극적 조치 (Affirmative Action)로 특성상 일시적이나, 일부 사례에선 사회의 구조적 장벽으로 인한 경우를 포함, 맥락과 상황에 따라 특별 조치가 필요하기도 하며, 예로는 찾아가는 프로그램, 장애인 할당제, 휴식지원 서비스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면 이제 ‘국민의힘’ 박민영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지난 11월 12일 유투브에 출연한 박 대변인은 당론을 많이 어기는 게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소추안 및 관련 특별검사 법안 표결을 한 것 등을 그 이유로 지적했다.
그런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은 작년 12.3 비상계엄과 연관 있다. 당시 전시상황이 아닌데도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선포 후 이를 국회에 즉각 알리지도 않음은 물론, 군인들을 투입시켜 의원들을 잡아가려는 시도가 있었다. 국회에서 신속하게 계엄해제 의결로 계엄은 해제됐으나, 만약 계엄이 성공했다면 윤석열 1인 영구집권체계 시작이란 비극을 맞이할 수도 있었다.
결국, 윤 대통령은 헌정질서를 어지럽히는 국헌문란을 저지른 거다. 명백한 범죄지만, ‘국민의힘’ 강경파 중 일부는 위기극복수단으로 계엄을 보는 등, 묵시적으로 계엄을 용인하는 당론을 ‘국민의힘’에서 정했다. 하지만 국헌문란으로 민주주의 질서를 흔들려는 윤 전 대통령의 행위를 묵시적으로 옹호하는 당론은 옳지 않다고 김예지 의원은 생각하며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진 거다. 그러니까 직을 걸고 자신의 양심에 따라 투표한 김예지 의원에게 당론을 어겼다는 박 대변인의 말은 상당히 파렴치한 언행이다.

작년 12월 4일 저녁 국회의사당 본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퇴진을 위해 시위하는 모습. ⓒ이원무
더군다나 그는 장애인 너무 많이 할당해서 문제라고 본다는 말을 했다. 과연 그럴까? 김예지 의원은 장애여성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여성은 실제로 장애와 여성과 관련한 편견, 낙인을 받으며 이중차별, 교차차별을 심하게 받는다. 같은 장애인 내에서도 장애 남성에 비해 고용률과 소득은 약 2배 가량 낮고, 대학을 졸업한 장애여성의 비율도 상당히 낮다. 정보 접근성도 떨어지고, 성 고정관념에 따라 돌봄노동 책임을 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기에 장애여성의 정치 참여율은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이라 공직선거법에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시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를 배려하도록 권고하는 규정이 있는 거다. 장애인의 정치적 대표성 확보를 위한 정당의 비례대표 추천 우대의 성격을 지닌 거다. 이를 통해 장애인들 가운데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으로 선출하면 이들은 장애인과 성적 소수인 등의 소외 계층의 목소리를 국회와 연결하는 일종의 심부름꾼 역할을 한다.
실제로 장애인 비례대표 선출은 장향숙 의원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약 20여 년 동안 있어왔다. 중간에 장애인 비례대표 전무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비례대표로 선출된 장애인들은 소외 계층인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기 위한 입법을 하기 위해 노력하며 모든 이들의 실질적 평등 증진을 목표로 활동해왔다. 이는 5조 4항의 특별 조치와 연관 있다 할 것이다. 물론 그 목표에 미치지 못하거나 거리가 먼 입법으로 비판을 받을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사실 현재 김예지 의원 등은 법에 근거해 장애인 국민을 대표하는 의미로 선출된 정치인은 아니다. 법적으로 완벽하게 장애인 등의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되도록 ‘장애인 할당제’를 공직선거법에 명시하고, 이를 실행한다면 장애인 피선거권은 시혜가 아닌 말 그대로 권리의 영역으로 당당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거다. 장애인 할당제도 결국 장애인 등의 소외계층 목소리를 반영하는 역할로 모든 이들의 실질적 평등 제고 방향으로 가는 특별 조치로 5조 4항과 연관 있는 거다.
종합해보면 장애인 할당은 다시금 말하지만, 사회적으로 차별받거나 소외된 이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입법활동을 하는 정치인 선출을 통해 실질적 평등에 기여키 위한 역할을 하는 거기에, 정말 필요한 거다. 게다가 현재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장애인 비례대표는 3명에 불과해 1%밖에 안 되며, 이는 대한민국 전체인구 중 장애인이 차지하는 인구 비율 5%보다도 많이 낮은 거다.
그런데 장애인을 너무 많이 할당했다고? 1%밖에 안 되는 장애인 비례대표를 어찌 많다고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시설수용 중심의 정책, 접근권 무시, 심각한 장애인 자살 등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입법활동을 할 장애인 당사자들 수가 많이 부족한 판에 장애인을 너무 많이 할당했다는 말을 하는 건 장애인권리협약 5조 4항의 취지를 무시한 처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 모든 이들의 실질적 평등과는 거리가 먼 발언을 박 대변인이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장애인 할당을 배려로 보며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는 박 대변인의 발언은 장애인의 피선거권을 시혜로 바라보는 것이며, ‘눈이 불편할 뿐 기득권이다’라는 발언은 김예지 의원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혐오하고 폄훼하는 발언이다. 더구나 장애인 혐오를 작은 내부 일이라며 언론 반응을 자제하라는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의 발언도 심각한 차별 발언이다.

2016년 5월 10일 당시 한국장총에서 개최한 제1회 장애인 아고라 ‘우리의 정치참여를 위한 대안은?’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의 모습. ⓒ에이블뉴스DB
박 대변인은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을 전달하는 대변인으로 공인이다. 공인이라면 민중들의 생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라 행동거지와 말을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김예지 의원을 혐오하고 폄하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대중들의 장애인 혐오가 더욱 만연되어 악화되지 않을까 상당히 우려스럽다.
그런데 장애인 혐오가 작은 내부 일이라고? 이건 혹시 아는가? 가정폭력은 가정 내의 일이라는 인식이 결국엔 가정폭력이 심각해지는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송언석 원내대표는 그런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
이외에도 박 대변인과 송언석 원내대표의 발언은 장애인이 차별 없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공적 활동 수행에 효과적이고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라는 장애인권리협약 29조 나항의 내용도 정면 위반하는 것이다. ‘절름발이’, ‘자폐적’이라는 용어를 섞어 정치인을 공격하는 식으로 장애인을 혐오하는 발언을 한 ‘국민의힘’의 과거까지 떠올려보면 ‘국민의힘’의 장애 감수성과 인권의식은 상당히 천박하다 할 것이다.
그러기에 이번 김예지 의원 혐오·차별 발언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박민영 대변인의 사퇴는 물론, 혐오를 조장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진심어린 사과와 구체적인 혐오 재발 방지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국민의힘’ 정당의 강제해산을 우리 민중들은 심각하게 요구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장애인의 정치 참여를 권리로 인식하고 이를 실제로 보장할 ‘장애인 할당제’와 이와 관련한 실효적인 합리적 편의 제공을 구체적으로 공직선거법에 명시하고 관련 조치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다양성 있는 정치가 실현될 실마리가 마련될 것이며 민주주의 방향으로 가속화될 것이다. 이는 5조 4항의 정신과 내용을 정치 영역에서 이행하는 일환이 될 것이다.
5조 4항과 관련한 또 다른 예시와 전제조건 등에 대해선 다음 글에서 얘기하도록 하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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