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1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제도개선 및 정책제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포괄적 규율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현행 법적 체계에서 뇌병변장애인은 그들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된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놓여있기에 뇌병변장애인의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지원을 권리로 명시하는 ‘뇌병변장애인 개별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하나로 모였다.

뇌병변장애인은 의료·재활·의사소통·돌봄·사회참여 등 여러 영역에서 복합적 지원이 필요함에도 전담 지원기관 및 전달체계가 전무하며, 독자적 제도를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사실상 다른 장애유형 중심의 제도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1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제도개선 및 정책제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1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된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제도개선 및 정책제안 토론회’에서 발제하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인영 변호사. ©에이블뉴스
1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된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제도개선 및 정책제안 토론회’에서 발제하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인영 변호사. ©에이블뉴스

‘뇌병변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초안 제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인영 변호사는 “현행 법적 체계에서 뇌병변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서비스 제공은 부족한 상태다. 먼저 뇌병변장애인은 이용 자격에서부터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뇌병변장애인 중 발달장애인 지원센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발달장애가 없는 경우 서비스에 배제되는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뇌병변장애인 서비스는 의료·재활·고용·교육·돌봄 전 영역에 있어 연속성 있게 서비스가 제공되고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검토돼야 하는데 이런 것에도 연속성이 없다”며 “성인기에서 특히 심각한 공백이 발생한다. 성인기 이후 서비스가 굉장히 제한적이며 재활 치료, 의사소통 지원, 주간활동 및 사회참여 프로그램, 고용지원 등에서 사각지대를 계속 경험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년기에 들어갔을 때 기존 장애인지원체계에서 노인돌봄체계로 전환되는데 그 과정에서도 뇌병변장애인의 특성은 고려되지 않고 있어 지원이 다시 단절된다. 또한 정책을 설계하려면 대상 인구의 규모, 특성, 욕구 등 기본정보가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뇌병변장애인을 대상으로 국가 단위의 실태조사나 수요조사가 정기적으로 실시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조인영 변호사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개별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현행 법률과 정책에 따라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서비스 하지 않고 전달체계를 만들지 않는데, 법 제정 말고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있다”며 ‘뇌병변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뇌병변장애인 권리보장법) 초안을 제시했다.

뇌병변장애인 권리보장법은 뇌병변장애인의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지원을 ‘권리의 내용’으로 명시하고, 맞춤형 지원이 선언적 문구에 그치지 않도록 제정안은 구조적 장치를 함께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의사결정권, 의사소통권, 이동권, 건강·재활 접근권 등 핵심 권리를 법률로 명시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이행책임을 법적 의무로 부과했다. 아울러 실태조사-종합계획-지역계획으로 이어지는 국가정책 구조를 수립함으로써 전국 규모의 실태조사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한 중앙센터-광역센터로 이어지는 전문 전달체계 구축, 개별지원계획의 법제화, 뇌병변장애인 특화 서비스 제공기관의 법적 근거 마련 등을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1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된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제도개선 및 정책제안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 이혜경 부장. ©에이블뉴스
1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된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제도개선 및 정책제안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 이혜경 부장. ©에이블뉴스

신규 법 제정 외에도 기존 제도 활용·신규 사업 도입 등 종합적 방안 필요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 이혜경 부장은 “발제자께서 말씀하신 의견에 동의하면서 지난해 실시했던 연구를 기반으로 부연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면서 “이 연구는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를 토대로 특성을 재분석했으며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욕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비스양의 부족뿐만 아니라 뇌병변장애인 진입이 어려워 제도권 밖에 놓여있다는 문제 제기에 충분히 공감하고 동의한다. 다만 법을 새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을 새로 만드는 것은 힘든 일이고 기존 제도와 중복되는 것도 있기에, 종합적으로는 기존 제도를 활용하는 방식과 신규제도와 사업을 도입하는 방안이 통합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책적 과제를 정리해보자면 통합지원, 자립·주거 영역에서는 뇌병변장애인의 돌봄 강도를 고려한 활동지원서비스 수가 차등, 전문적 교육을 통한 준의료적 처치 제공 등 재도 개선이 요구된다. 또한 발달장애인에 집중 돼 있는 주간활동, 긴급활동서비스 등에서 뇌병변장애인이 진입할 수 있도록 대상자 선정 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보건·의료 영역에서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서비스가 모든 장애유형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뇌병변장애인들의 장애특성으로 인해 일부 의료서비스가 치료와 재활목적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한 의료비 지원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생애주기에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뇌병변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물리적 환경 마련, 교육 서비스 제공자의 전문성 강화 등 뇌변병장애인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해야 한다. 아울러 의사소통지원센터나 비전센터와 같이 뇌병변장애인 위한 전문서비스 제공기관을 확대해 종합적 지원과 함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1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된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제도개선 및 정책제안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김시내 씨. ©에이블뉴스
1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된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제도개선 및 정책제안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김시내 씨. ©에이블뉴스

뇌병변장애인은 여전히 보장된 일상이 아니라 요청해야 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김시내 씨는 “현재 뇌병변장애인은 필요한 지원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계속 증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즉, 서비스는 존재하지만 그 서비스들이 삶을 지탱하도록 연결되지 않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남아 있다. 지원이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고 그 사이의 공백을 당사자가 스스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뇌병변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서비스의 추가가 아니라 삶 전체를 지탱할 수 있는 연속적·통합적 지원체계다. 현재 복지체계는 이 연결 구조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데 결국 이는 정책의 부족이 아니라 정책 방식의 문제다. 이는 한 부처나 개별 사업이 아닌 전 단계에서 균형 있게 작동하는 법적 기반을 필요하다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뇌병변장애인 권리보장법의 법제화는 뇌병변장애인만을 위한 요구가 아니라 누구나 생애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기능 저하와 건강 위험에 국가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결국 이 법은 장애인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두의 안전을 위한 전략적 사회보장정책이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것은 더 이상 가족의 희생이 아니라 제도여야 한다. 그 책임을 공적으로 함께 부담하기 시작하는 첫걸음, 그것이 바로 뇌병변장애인 권리보장법 제정이다. 일상이 권리가 되고 권리가 일상을 지켜주는 사회. 그 출발점이 될 법제화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강조했다.


1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된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제도개선 및 정책제안 토론회’에서 토론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주석 정책실장. ©에이블뉴스

장애유형 틈새 속 뇌변병장애인, 그들만의 특성·욕구 위한 법이 필요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주석 정책실장은 “현재 15개 장애 유형 중 뇌병변장애인은 언어, 운동, 인지 기능의 중복적 제약으로 인해 가장 취약한 환경에 놓여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은 기존 법률 사이 어디엔가 방치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뇌병변장애인 권리보장법의 가장 큰 의의는 뇌병변장애라는 유형이 가진 복합적이고 특수한 욕구를 법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이다. 특히 법의 사각지대는 곧 예산의 사각지대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뇌병변장애인의 권리가 법률에 명시적으로 기록되지 않는 한 이들에게 필요한 의사소통 예산, 최중증 중복장애인을 위한 24시간 지원 예산은 결코 배정될 수 없다. 이제 뇌병변장애인에게도 그들만의 특성에 맞는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뇌병변장애인 권리보장법은 단순히 법 하나를 더 만드는 일이 아니다. 기존 복지체계가 외면했던 가장 약하고 목소리 내기 어려운 장애인의 권리를 국가의 의무로 특화해 명시하는 선언”이라며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는 가장 취약한 장애인의 삶이 법으로 보장될 때 이뤄져 나가기 시작할 것이다. 이 법의 제정이 그 시작점이 되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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