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서인환 칼럼니스트】 장애인복지법 2조(정의)에서는 ‘장애인 학대’란 장애판사봉.ⓒ픽사베이인에 대하여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언어적, 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 경제적 착취, 유기 또는 방임으로 정하고 있다. 학대의 사전적 의미는 괴롭히거나 가혹하게 대하는 것을 말하는데, ‘가혹’이란 모질고 혹독함 또는 악함을 말한다. 괴롭힐 의도가 아니라 상대가 괴로움을 느끼는 것이 기준으로 사법에서 인정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장애인복지법 59조의 9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금지 행위’를 정하고 있다. ‘장애인 학대 금지’라고 하지 않고 조문의 제목이 ‘금지 행위’로 되어 있어 금지 행위에 해당하는 모두가 학대임을 명확히 하지 못하고 있다. 동법 59조의 10에서 ‘장애인 학대 예방과 방지의무’라고 하여 앞의 조문들이 학대에 해당함을 암시하고 있다.
금지 행위에는 ①성적 학대 ②신체적 학대, 자유를 억압한 강제노동 ③방임행위 ④구걸 강요 행위 ⑤5 감금 행위 ⑥정서적 학대 ⑦경제적 착취 ⑧유해한 상업에 이용하는 행위 등이 있다. 이중 정서적 행위란 ‘장애인의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치거나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의 기준은 무엇일까?
지나친 시선 폭력도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칠 것이고, 장애인에 대한 비하 발언도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칠 것이다. 놀림이나 무능력하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도 정신 건강에는 해를 끼친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처벌의 대상일까?
6월 22일은 장애인 학대 예방의 날이고, 국가에서 학대 정보 시스템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으나, 장애인 학대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학대는 형사적 문제로 과태료가 아닌 벌칙이다. ①성적 학대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②신체적 학대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 ③방임행위부터 ⑥정서적 학대까지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⑦경제적 학대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⑧유해한 상업에 이용하는 학대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장애인에게 욕을 하거나 놀렸을 경우 정서적 학대로 간주하여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을까?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을까?
어느 고등학교 특수학급에 재학 중이던 지적장애인이 교사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받았다며 교사와 학교법인을 상대로 형사고발과 민사소송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 사건 판결의 종결을 맞기까지 5년 6개월이 걸렸다. 형사소송에서는 교사에게 최종심에서 1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학생이 교칙을 어기고 계속 짧은 치마를 입고 등교하자 교사는 반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커터칼로 치마 밑단을 잘랐다. 처음에는 기물손괴죄로 벌금 50만원만으로 처벌했다. 정서적 학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1심에서는 교사가 “말을 듣지 않으면 본반(일반학급)으로 보내 버리겠다”고 말한 것을 학대로 판단하지 않았으나, 2심에서는 학대로 판단했다. 1심과는 달리 2심에서는 학급생들이 보는 가운데 옷을 벗게 하고 치마 밑단을 자른 행위도 정서적 학대로 판단했다. 그리고 대법원에서는 상소를 기각해 형이 확정되었다. 본반에 보내겠다는 말은 왕따 우려와 학습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정신적 압박을 받았을 것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에 이은 민사소송에서는 1심에서는 약 2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했으나, 2심에서는 교사와 학교법인이 공동으로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소송비의 절반도 피고가 지급하라고 했고, 가집행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물론 진술서나 녹취파일 등의 증거가 제출되었고, 학대를 당한 후 정신적 치료를 받은 증거와 치료비 내역도 재판부에 제출되었다. 그리고 교사가 학대에 대하여 신고 의무가 있는 자로서 오히려 교사의 수행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교사가 아니었다면 벌금의 금액은 다소 낮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본반으로 보내겠다는 것이 협박까지는 아니어도 정신적 학대로는 인용되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보는 가운데 옷을 벗으라고 한 것과 커터칼로 치마 밑단을 자른 것이 정서적 학대로 인정된 것은 정서적 학대의 기준을 사법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이 학대의 결과로 나타난 증거로는 보지만, 9백여 만원에 해당하는 치료비에 대해서는 피해보상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1500만원은 위자료로 지불하라는 것이었다. 정신과나 정신적 상담을 한 것이 정신적 상해를 정확하게 증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단순 놀림이나 비하 발언도 지속적이었고, 그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을 만큼 또는 장애인이 상당한 위축감을 받거나 자존감에 손상을 받는다면 장애인 정신적 학대로 볼 수 있다. 장애인 정신적 학대는 장애인이 결과적으로 얼마나 영향력을 받았는가가 기준이 될 수 있다. 둘째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는 행위가 있었다면 이는 둘만의 관계보다 더욱 장애인에게 학대적 상황에 노출된다고 판단한다.
지적장애인의 정신적 학대가 법적으로 인정되기는 매우 어려웠다. 5년에서 7년 이상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악질적인 것으로 해석하기 어려우면 학대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의도를 중시한 결과이다. 하지만 이번 재판에서는 피해자의 정신적 손상 영향력을 기준으로 하였다.
자존감을 크게 손상시키거나 개인의 의사와 반하는 협박으로 압박을 하는 경우,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행위 등도 이번 재판을 판례로 인용되어 정신적 학대로 처벌 대상이 되는 길이 열린 셈이다.
앞으로 장애인을 함부로 얕잡아보거나 부정적으로 대할 경우, 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악의적 의도가 없었다 할지라도 정신적 학대로 엄청난 손해배상을 해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장애인을 기피 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단지, 장애인을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동안은 관행이었던 것이 이제는 처벌의 대상이 되는 변화가 기대된다. 관습이거나 고정관념이라도 재판에 회부될 수 있다.
이번 판결에서 괴롭힘이란 가해자의 의도가 아니라 피해자의 느낌이 기준이 됨을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의 언사가 상대에게 모진 말이 되지 않도록 항상 자기 감시를 하여야 한다. 학대에는 언어적 폭력이 포함되어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재판이 원심을 뒤집고 학대로 인정한 출발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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