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디다 칼럼니스트】필자가 배리어프리 필라테스 센터를 운영한 지 만 5년이 되었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의 대부분은 성취보다 망설임과 반성으로 채워져 있다. 나는 지난 5년을 돌아보며 ‘얼마나 많은 장애인을 만났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순간에 우리는 거절을 선택했는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2026년, 이 칼럼을 다시 시작하며 나는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담부터 꺼내려 한다. 장애인을 위한 공간을 만든 사람이 왜 여전히 거절 앞에서 흔들렸는지, 그리고 그 흔들림이 개인의 한계가 아니라 얼마나 구조적인 문제였는지를 말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왜 운동시설에서 늘 “예외”가 되는가. ©이디다

우리는 언제나 준비가 덜 된 쪽을 선택했다

 운동시설에서 장애인을 마주하는 순간, 공기는 달라진다. 강사는 자신의 자격을 다시 계산하고, 운영진은 책임의 범위를 떠올리며, 시설은 혹시 모를 사고를 먼저 상상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계산의 끝에서 등장하는 문장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안전을 위해서요.”
 “저희가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서요.”
 “전문 시설을 알아보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이 말들은 대부분 거짓이 아니다. 나 역시 같은 이유로 같은 말을 해왔다. 문제는 그 말이 사실이냐 거짓이냐가 아니라, 그 판단이 언제나 장애인에게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비장애인에게는 불완전한 상태에서도 “일단 해보자”고 말하면서, 장애인에게는 늘 “조금 더 준비된 곳으로 가시라”고 권한다. 우리는 준비가 덜 된 쪽을 선택하는 데 익숙했지만, 그 준비 부족의 부담은 항상 장애인이 떠안았다.

예외라는 이름의 경계선

장애인은 대부분의 운동시설에서 ‘특별 케이스’로 분류된다. 정규 프로그램에는 포함되지 않고, 별도의 상담 대상이 되며, 때로는 보호자와 함께해야만 가능한 존재로 설정된다. 그렇게 장애인은 자연스럽게 기본값이 아닌 예외가 된다. 그러나 예외가 반복되면 그것은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그것은 명백한 구조다.

 홈페이지에는 ‘누구나 환영합니다’라고 적혀 있지만  실제 상담 단계에서는 다시 조건이 붙고 조건을 통과해도 수업 연결은 또 다른 장벽이 된다.

이 구조 안에서 장애인은 끊임없이 자신의 몸과 상태를 설명해야 하고, 이해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결국에는 스스로 물러나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장애인 회원은 거의 없어요.” 하지만 정말 없는 것일까. 아니면, 오지 못하게 만든 것일까.

거절은 수업 전에 이미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은 장애인 거절이 수업 시간에만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거절은 훨씬 앞에서 시작된다.

 “장애가 있으신 경우 사전에 문의 바랍니다.”

 이 문장은 친절을 가장하고 있지만, 동시에 선을 긋는다. 당신은 기본 대상이 아니며, 추가 설명이 필요한 존재라는 신호다. 이 작은 문장 하나로 장애인은 이미 한 번 멈춘다. 그리고 우리는 그 멈춤을 선택의 결과로 착각한다.

실패를 기록하지 않으면, 변화는 오지 않는다

 배리어프리 필라테스를 운영하며 나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어떤 판단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웠고, 어떤 선택은 지금 생각하면 명백한 회피였다. 그때마다 나는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를 설득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준비의 방식이었다는 것을.

장애인을 환영하는 공간은 마음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매뉴얼, 기준, 질문 방식, 환경 조정, 그리고 실패를 공유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것이 없으면 선한 의도는 언제든 거절로 변한다.

그래서 2026년, 이 칼럼을 쓴다

 이번 연재는 장애인 당사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장애인을 응대해야 하는 강사, 시설, 운영진을 위한 기록이다.

이 칼럼에서는 우리가 어떤 순간에 거절을 선택했는지, 그 판단이 왜 반복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바꾸면 다음에는 다른 선택이 가능한지를 하나씩 짚어볼 것이다.

이 글들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다음 거절을 줄이기 위한 질문들에 가깝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들이 모이면 분명히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장애인은 예외가 아니다

장애인은 특별한 배려를 요구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아직 기본값으로 상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배리어프리 필라테스를 운영한 지 5년. 이제 나는 더 많은 시설이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더 많은 지도자들이 장애인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왜 안 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능할지”를 먼저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26년, 이 연재는 그 가능성을 준비하는 기록이 될 것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