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5일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대구시립희망원 강제수용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선고에 따른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35세에 납치돼 대구시립희망원에 약 24년을 살아야 했던 지적장애인 전봉수 씨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년 2개월 만에 승소했다.
대구지방법원은 5일 대구시립희망원 불법 단속·강제수용 피해자 전봉수 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따르면 지적장애가 있는 전봉수 씨는 누나와 함께 충남 연기군에서 함께 살던 중 1998년 천안역에서 신원미상의 남성이 국밥을 사준다는 말에 따라갔다가 차에 강제로 태워져 납치됐고 대구시립희망원에 강제로 수용돼 24년을 가족과 헤어져 살았다.
당시 전봉수 씨는 다른 형제들의 이름과 살고 있는 동네도 알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를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 그는 1964년 8월 13일생이지만, 현재 주민등록 1958년 1월 1일은 대구시립희망원 수용 중 만들어졌다.
전봉수 씨는 대구시립희망원에서 2022년 7월 5일까지 24년간 희망원에 강제수용돼 생활했다. 대구시립희망원에서는 약 7~8명이 한 방에서 생활했고 주로 종이가방 만드는 일을 했다. 또한 도망을 가다 붙잡히면 2~3일간 독방에서 생활하는 벌을 받았다.
이후 희망원을 퇴소해 대구지역 장애인자립생활주택으로 자립하게 됐다. 자립생활 중 같은 해 11월 진실화해위원회 조사에서 희망원 입소 전 고향마을, 부모 및 형제 이름을 정확하게 진술하는 것을 지켜본 자립주택 담당자가 경찰서에 가족 찾기를 문의했고 전산 조회 결과 실종신고를 해 놓은 것을 알게 돼 가족과 바로 연락이 닿아 24년 만에 가족 상봉을 하게 됐다.

5일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개최된 ‘대구시립희망원 강제수용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선고에 따른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민제 공동대표.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난 2024년 9월 6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는 대구시립희망원을 비롯한 전국 4개소의 시설에서 불법적 단속 및 강제수용, 감금·폭행·강제노역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발표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한 바 있다.
이 진실규명에 따라 대구시립희망원 불법 단속 및 강제수용 피해생존자인 전봉수 씨는 2024년 12월 10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민제 공동대표는 “전봉수 씨는 지적장애를 가진 사회적 약자로서 국가가 보호해야 할 대상임에도 불법적으로 23년 이상 강제수용된 피해자다. 하지만 국가는 재판 과정에서 전봉수 씨가 자발적으로 입소했을 가능성이 크고 자유로운 외출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났기에 시효가 소멸했다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오늘 재판부는 이 모든 주장을 기각했다”면서 “이재명 정부 들어서고 나서 형제복지원 등 관련 인권침해 사건에 항소하지 않겠다는 법무부 입장 발표가 있었지만, 희망원은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국가는 항소를 포기하라”고 외쳤다.
피해소송 당사자 전봉수 씨는 “생각보다 재판이 오래 걸리고 그동안 내 말이 아니라고 주장해서 힘들었는데 완전히는 아니지만 오늘 이겨서 기분이 좋다. 국가의 사과를 받아도 잃어버린 세월과 돌아가신 부모, 형제들이 돌아오지는 않지만 조금 위로가 된다”며, “법원에서 내 이야기를 믿어준 것 같아서 기쁘다. 국가가 오늘 선고를 인정하고 빨리 판결이 나서 사과를 받고 편안하게 살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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