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인법연구회, 법무법인 디엘지는 13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각장애인 웹접근성 공익소송 재판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인법연구회, 법무법인 디엘지는 13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각장애인 웹접근성 공익소송 재판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온라인 쇼핑몰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대체 텍스트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위자료 지급 청구는 기각한 대법원 판결에 시각장애인들이 “차별을 확인하고도 외면한 결정”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제기했다.

대법원 3부는 지난달 12일 시각장애인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정보통신 영역에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전자정보에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웹사이트에서 이미지 등 텍스트가 아닌 콘텐츠에 대해 그 의미나 용도를 인식할 수 있는 대체 텍스트 제공이 필요하다”면서도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시각장애인 당사자들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인법연구회, 법무법인 디엘지는 13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판결이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시각장애인 963명으로 구성된 정보격차해소운동본부는 지난 2017년 7월 7일 온라인쇼핑몰 사이트에서 장애인의 웹사이트 이용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지키고 있지 않아 이용이 어렵다며 SSG닷컴·롯데마트·이베이코리아(G마켓 운영)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쇼핑몰 3사가 화면 낭독기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쇼핑 관련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판시했다. 또한 각 쇼핑몰에 대해 원고 963명에게 1인당 10만 원씩, 총 3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화면 낭독기를 통해 쇼핑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한 1심 판단은 유지하면서도 총 3억여 원의 배상 판결은 취소했다. ‘웹접근성 기준이 사기업에게 명확한 의무로 규정돼 있지 않고 피고가 접근성 향상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는 이유였다.

13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개최된 ‘시각장애인 웹접근성 공익소송 재판소원 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법무법인(유) 디엘지 염형국 변호사. ©에이블뉴스
13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개최된 ‘시각장애인 웹접근성 공익소송 재판소원 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법무법인(유) 디엘지 염형국 변호사. ©에이블뉴스

대법원은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웹사이트 내 콘텐츠에 대해 화면낭독기로 인식 가능한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도록 한 차별 시정 조치는 유지됐지만, 위자료 지급 청구는 인정되지 않았다.

법무법인(유) 디엘지 염형국 변호사는 “시각장애인 18명이 참여하는 재판소원은 원고 패소 부분 중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부분에 대해 청구인의 행복 추구권, 평등권, 적법 절차에 관한 권리 재판 청구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 것이므로 취소한다는 결정을 청구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에서는 피고 사업자들의 차별 행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고 청구인의 정신적 고통을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에 고의·과실이 없다고 하면서 손해배상 청구권을 기각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는 장애인 차별금지법에서 정한 고의 또는 과실에 관한 입증 책임을 전환 하도록 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입법 취지에도 반할뿐더러 위헌적이고 위법한 법률의 해석과 적용을 바탕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이로 인해서 청구인들의 헌법상 기본권은 명백하게 침해됐다”고 덧붙였다.


13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개최된 ‘시각장애인 웹접근성 공익소송 재판소원 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장애인법연구회 박종운 변호사. ©에이블뉴스

소송 당사자 최상민 씨는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인 정보접근권을 되찾기 위해 9년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차별의 상처를 치유해주기는커녕 기업의 무책임에 면죄부를 주었다. 대법원은 온라인 쇼밍몰이 시각장애인에게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차별이라면서도 그로 인해 일상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우리의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0원이라고 판결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는 시각장애인들을 정당한 소비자로,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다. 사법부에 묻고 싶다. 죄는 있는데 벌은 없다는 것이 정의인가. 소송을 시작한 9년 동안 기업이 기술이 없어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돈이 아까워서, 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으니 방치해온 것이다. 이제 헌법재판소에 물을 것이다. 법원이 장애인 기본권을 보호해야할 의무를 다했는지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장애인법연구회 박종운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차별은 맞는데 이제부터 6개월 내에 웹사이트 내 콘텐츠에 대해 화면낭독기로 인식 가능한 대체 텍스트를 제공하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고의·과실이 없어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는데 그러면 지난 9년 동안 그 기업들은 무엇을 했는가”고 꼬집었다.

아울러 “예전에는 몰랐다고 해도 9년 전 소장을 받았을 때, 1심 판결이 났을 때 차별이라고 분명히 인식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행동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대법원 판결이 위자료를 낼 게 있는가, 간접강제금을 물릴 일이 있는가. 아무런 부담이 없는데 기업이 행동하겠는가. 실질적으로 실효성 있게 이행되려면 압박 수단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헌법재판소에서 이 기다림의 고통을 끊어주기를 기대한다”면서 “한법재판소는 대법원 판결을 취소하고 장애인 인권 보장하라. 재판소원 청구를 인용해 장애인 인권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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