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 우리는 숫자가 공정하다고 믿는 시대를 산다평균 소득평균 학력평균 건강수준평균 이동시간평균 생산성그리고 그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표준편차로 재면서 사회를 이해했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 익숙한 통계 언어에는 오래된 함정이 있다그것은 평균이 현실 전체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애초에 누구를 정상적인 표본으로 상정했는가를 은폐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표적 장애학자 Lennard J. Davis 일리노이대 시카고 캠퍼스의 교수로저서 Enforcing Normalcy를 통해 정상성이라는 개념 자체에 정치적·사회적 역사가 있다고 비판해 온 인물이다그의 문제제기는 단순하다정상은 자연이 아니라사회가 만든 규범이라는 것이다.

이 통찰은 장애를 바라보는 통계의 방식에 그대로 적용된다. 장애인은 흔히 평균에서 벗어난 집단으로 설명되지만실은 그 이전에 평균을 만드는 표본 설계와 조사 환경에서 이미 덜 포착되는 집단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25년 인구기반 건강조사 관련 문서에서 장애를 여전히 조사에서 과소대표되는 주제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이 말은 장애 문제가 중요하지 않아서 빠진다는 뜻이 아니다조사 체계가 여전히 비장애인의 삶의 속도와 방식에 더 잘 맞춰져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장애 통계도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보건복지부의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는 등록장애인 중 재가장애인 8,000명을 대상으로 한 방문면접조사였다.

이 조사만으로도 중요한 현실은 드러나지만동시에 분명한 한계도 드러난다등록체계 바깥에 있는 사람시설에 거주하는 사람조사 방식 자체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은 대표값을 만드는 과정에서 처음부터 비껴날 수 있기 때문이다다시 말해숫자는 나오지만 그 숫자가 장애인의 전체 삶을 다 말해 주지는 못한다.

바로 여기에서 평균과 표준편차의 허상이 시작된다평균은 중립적으로 보이지만사실은 특정한 몸특정한 언어능력특정한 이동능력특정한 시간 사용 방식을 가진 사람을 기준으로 형성된다질문지를 빨리 읽을 수 있는 사람혼자 응답할 수 있는 사람조사 장소에 무리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표준 응답자가 되면의사소통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나 일상적 보조를 전제로 살아가는 사람은 편차로 처리된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의 결함이라기보다 사회가 조사와 제도를 설계하는 방식의 문제다. 데이비스가 비판한 정상성은 바로 이런 순간에 작동한다정상은 단지 평균값이 아니라평균을 중심으로 사람을 분류하고 서열화하는 사회적 장치가 된다.

이렇게 보면 장애당사자가 각종 지표에서 과소표집대상이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첫째장애는 여전히 특수집단의 문제로 취급되어 일반 통계의 중심 문항으로 충분히 들어오지 못한다.

둘째들어오더라도 접근 가능한 조사 방식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어렵게 들어온 데이터도 비장애인의 평균에 비추어 해석되면서구조적 배제는 개인의 낮은 능력이나 낮은 성취처럼 읽힌다.

결국 장애인의 현실은 두 번 지워진다한 번은 조사에서 덜 잡히며또 한 번은 잡힌 뒤에도 정상성의 언어 속에서 왜곡된다세계보건기구가 장애를 과소대표되는 핵심 주제로 지목한 것은 바로 이 악순환이 국제적으로도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장애 통계는 단순히 더 많이 수집하면 된다는 문제가 아니다무엇을 표본틀로 삼는지어떤 방식으로 질문하는지누가 스스로 응답할 수 있도록 지원받는지그리고 수집된 수치를 어떤 기준으로 해석하는지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31조가 국가에 적절한 통계와 연구자료의 수집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협약은 통계를 단순한 행정기술이 아니라권리 실현의 장벽을 파악하기 위한 의무로 본다다시 말해 장애인의 숫자를 세는 일은 복지행정의 부속 절차가 아니라인권정책의 출발점이다.

이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왜 장애인이 평균에서 멀리 있는가를 묻기 전에왜 우리의 평균이 늘 장애인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는가를 물어야 한다.

평균은 설명의 도구일 수는 있어도정의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표준편차 역시 다양성을 이해하는 수단일 수는 있어도인간의 존엄을 재단하는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장애당사자가 계속 과소표집대상으로 남는 사회는 데이터를 덜 가진 사회가 아니다오히려 어떤 삶을 정상으로 삼을 것인가를 이미 결정해 놓고그 바깥의 삶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사회다그럴 때 통계는 과학의 언어를 빌린 권력이 된다.

장애인의 삶은 평균 밖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오히려 평균이 얼마나 편향되어 있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기 때문에 중요하다그러므로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는 장애인이 평균에 맞춰지기를 요구하는 사회가 아니라평균 자체를 다시 쓰는 사회여야 한다.

과소표집은 단순한 통계상의 결손이 아니다그것은 누구의 삶이 사회의 표준으로 인정받고누구의 삶이 여전히 주석으로 밀려나는가를 드러내는 정치적 사건이다. AI와 데이터가 사회 운영의 언어가 된 오늘장애인을 계속 과소표집대상으로 남겨두는 국가는 결국 장애인을 시민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값으로 취급하는 국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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