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23일 오후 5시 국회 본청 앞에서 ‘탈시설 명시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환영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장애계의 염원이었던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에 장애계가 잇따라 환영의 뜻을 밝히며, 실질적 변화를 위한 후속 정책과 예산 마련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23일 오후 5시경 국회 본청 앞에서 ‘탈시설 명시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환영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장애인권리보장법안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등 권리 중심의 국제적 흐름과 장애등급제 폐지, 지역사회 자립생활 등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하고, 장애인 관련 법률 전반의 체계성과 연계성을 강화하는 새로운 기본법이다.
구체적으로 장애인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바탕으로 차별받지 않고 장애 특성에 따른 지원을 통해 자립적인 삶을 영위하며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하도록 했다.
장애를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특성과 사회의 문화적·물리적·제도적 장벽 등 환경적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일상생활 및 사회참여에 제약이 발생하는 상태로 정의해 상호작용 기반의 인권·사회 관점도 도입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해 법제·재정적 조치, 사회적·제도적 장벽 개선, 차별 방지 및 권리옹호·구제 체계 구축, 자기결정에 기반한 자립생활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하며,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로서 존엄권, 평등권, 자기결정권, 참정권 및 정책결정에 참여할 권리를 규정했다. 또한 생활안정 지원을 받을 권리, 직업선택권, 안전권, 건강권, 재활을 받을 권리, 자립생활 권리 보장을 위한 탈시설화 등을 규정했다.

23일 오후 5시 국회 본청 앞에서 ‘탈시설 명시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환영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김동범 사무총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총 김동범 사무총장은 “십수 년 전에 전장연과 함께 논의하고 발의했던 장애인권리보장법이 통과됐다. 오늘은 한국 장애인 인권사에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 순간은 십여 년간 거리에서, 국회 앞에서, 회의장에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준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활동가, 장애인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모두가 함께 만들어 낸 결과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법은 장애인의 삶을 구조적으로 변환시키는 첫걸음이다. 다만 법이 제정됐다고 장애인의 삶이 곧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에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기존 제도와 관행을 재검토하고 장애인 당사자가 정책 결정에 참여할 구조를 보장하며 탈시설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와 국회가 이 법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전장연 김기룡 정책위원장은 “거의 10년 만에 통과된 장애인권리보장법이 너무 기쁘다. 이 법은 투쟁의 성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지난 두번의 국회에서 수차례 법안을 발의했지만 모두 폐기됐다. 그 폐기된 법안 하나하나에 기다리다 떠난 동지들의 이름이 아로새겨져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법은 그분들의 눈물과 유언 위에 생긴 법이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진보적 장애 운동이 없었다면 이 순간이 없었을 것이다. 또 드디어 탈시설이라는 개념이 대한민국 법전에 한 글자로 박혔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서 선언한 자유권과 사회권 등 권리가 장애인이 누려야 할 권리로, 국가가 보장해야 할 책무로 명문화됐다”고 강조했다.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가 1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결의대회를 갖고 "반복되는 인권참사 해답은 탈시설"이라면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장애인권리보장법 너머 탈시설지원법·시설폐쇄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장애인연맹 또한 장애인권리보장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즉시 법 통과를 환영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10년의 염원이었던 장애인권리보장법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500만 장애인과 함께 적극 환영한다. 이번 제정이 선언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국가 책임 체계로 완성될 수 있는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것”이라며 “이 법이 선언적 의미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에서 작동하는 실질적 권리 보장 체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행령 제정부터 예산 편성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연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국장애인연맹은 “법 통과를 환영한다. 이번 입법은 대한민국 장애인 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계기로, 장애를 더 이상 보호나 시혜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권리의 문제로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법의 존재가 아니라 그 법이 어떻게 삶 속에서 구현되는가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기회균등 실현을 위해,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내외 장애계와 함께 지속적으로 연대하고 행동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23일 오후 5시 국회 본청 앞에서 ‘탈시설 명시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환영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왼쪽부터) 서미화·김예지·최보윤 의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날 기자회견에는 장애인권리보장법안을 발의한 서미화·김예지·최보윤 의원도 함께해 장애인권리보장법 통과를 축하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예산과 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함께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국가와 지자체는 이제 구체적으로 장애인권리보장법에 담겨있는 장애인의 권리를 법과 정책으로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앞으로 장애인도 당당한 민주시민으로, 권리의 주체로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목소리 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끝까지 국회에서 여러분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아직 갈 길이 멀고 이제 시작이지만, 오늘을 우선 축하하자. 권리 보장은 종이나 법이 아니다. 현실화되려면 예산이 있어야 한다. 우리 권리는 예산만큼 있어서는 안된다. 우리 권리가 있는 곳에 예산이 뒤따라야 한다. 앞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의 권리를 위해 함께 하겠다”고 피력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의원은 “가슴 벅찬 마음으로 역사적인 순간을 환영한다. 이 뜻 깊은 결실은 현장에서 포기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준 여러분들의 절실함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면서 “번 통과는 완성이 아닌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다. 새로운 권리가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정책과 이행 수단이 필요하다.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계 목소리를 정책의 이정표로 삼아 소통하며, 초당적으로 소통해서 후속 과제를 차질 없이 완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